삼십 대 어서 오고, 아니 오지 말고
누구보다 영원히 20대일 것 같았던 나는 당연하게도 세월의 흐름을 꺾진 못했다. 한낱 인간이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으랴. 나는 30대가 되어가는 중으로, 한 달 남은 20대를 만끽하지도 못한 채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20살에 나는 적어도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꼭 미친 짓을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미친 짓이란 머리카락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빡빡 밀어버린다든가, 오래 계획해오고 마음에만 품어왔던 복수를 실행해 옮긴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때의 내가 바라던 만큼 대단히 미친 짓을 실행에 옮기진 못하였지만 적어도 젊은 며칠 어느 날들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나, 록 음악에 취해 그것들을 찬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자유명이란 인생의 향락과 향유를 누리며 사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도 빠졌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티 조차도 못 내어 아주 오래 끙끙 앓기도 했고 내 일생일대의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미칠 듯이 아무것도 안 해보기도 했고 미칠 듯이 일을 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정신의학과에 다니기도 했다. 누가 봐도 멋지게 꾸며 입고 다니다가도 소매가 다 닳아버린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마트에 가기도 했다. 홍대에 있는 날이면 데낄라를 한 번에 원샷하고 연초를 뻑뻑 피워대며 일종의 알랑한 자유를 느꼈다. 그것이 내가 10대에 찬미하던 20대 나날의 젊음이었고 아직도 그걸 더 누리고 싶다.
나는 이제 내 사랑하는 친구가 마지막으로 살다 간 나이가 되어간다. 오빠라고 불렀지만 그때의 오빠는 나와 똑같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린 30대의 생을 사는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또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이가 먹어버린다. 분해 죽겠다. 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꼭 당해내야만 하는 일들에 약간 화도 난다. 죽지도 살지도 못할 때 서른은 온다더니 이렇게 예고하며 나를 기다리는 나이 먹음에 벌써 서러워 요즘 온갖 청승을 다 떠는 중이다.
지나간 삶들을 생각해보면 아프지 않던 나날들이 별로 없다. 맞이하다기 보다는 그래 어쩌겠니, 그래 삼십대다 삼십 대. 라는 느낌으로. 억지로 이 마음에 안 드는 삶을 이어간다. 예쁘게 포장하고 싶지 않으니 더욱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나이가 먹기 싫다고요! 왜 삶은 늘 항상 내 위에 있냐고요!
최승자 님처럼 멋들어진 시 하나 쓰지 못하고 맞이하는 삼십 대는 그녀가 느꼈을 삼십 대보다 더 보잘것이 없으려나. 젊을 때 요절하지도 못했으니 남은 생을 애매하게 살다가 죽어버리긴 싫다. 적어도 할미가 되어서 눈감을 때 스치는 주마등에 한껏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고작 서른인데 무슨 말이냐며 하며 웃는 사람들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 20대란 가능성과 무한한 나에 도취된 나날이었기에 그리도 크고 대단하다.
나는 계속해서 아프고 깨지고 부딪히겠지 아마 할미가 되어도 마음속에 이는 폭풍을 다 잠재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폭풍의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찌개나 쿠키를 내어주는 할머니가 아니라 아직도 청춘을 사는 할머니. 그것도 나쁘진 않다만 앞으로의 내가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그래,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어른이 되는 길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