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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Feb 28. 2023

교양. '이콘'과 '아이콘'의 미학

비잔틴 세계의 '이콘'과 정보화 사회의 '아이콘'의 미학

그림 이미지: 전능자 그리스도, 1132~1140, 팔라티나 경당, 팔레르모, 시칠리아, 이탈리아

(출처: 다음이미지)


  비잔틴 세계의 ‘이콘’과 21C 정보화 사회에서 통용되는 ‘아이콘’은 목적이 다르다. 우선, ‘이콘’의 목적은 신의 역사를 볼 수 있게 이미지로 재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판칼리아(pankalia, 신이 창조한 세계의 합목적성과 수적 질서가 실현하는 완전한 아름다움)에로 시선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잔틴 세계의 화가들은 그리스적 정합성을 수용하되 그것을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데코룸(decorum, 기하하적 비례에 의해 심미적 조화를 구현하는 것)과 새로운 미(美)를 창조했다. 즉, 화가들은 기하학적 비례의 질서를 통해 미(美)의 이데아(Idea)에 접근하고자 했던 고대 그리스의 이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감상자들에게 성스러움과 초월성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에게 이데아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신에게 접근하게 하고자 했다. 비잔틴 세계의 화가들은 판칼리아를 육화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응시하였으므로, 플라톤이나 피타고라스와 같이 점·선·면을 통해 기하학적 질서를 발견하는 것에서 나아가, 살과 피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역사를 모방하고 재현하되 그 너머에서 작용하는 기하학적 질서를 받아들임으로써,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의 일치의 신비를 이미지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모방된 이미지는, 플라톤의 입장을 토대로 하면 감상자들을 감각적으로 유혹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토대로 하면 그리스도의 이데아를 체험하는 매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아이콘’의 목적은 기능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 위의 아이콘은 사용자들이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림 기호이기 때문이다. 아이콘의 목적이 이러하므로 사용자는 아이콘을 미적 대상으로 음미하거나 이미지 너머에 있는 것을 해석하기보다는 보는 즉시 그것이 지시하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아이콘은 사용자들 사이에 약속처럼 굳어져 가는 그림 기호나 마찬가지이므로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통용’되어야 한다.

 이콘과 아이콘의 목적이 위와 같이 다른 탓에, 이를 보고 아는 통로, 즉 감각하고 이해하는 주체 기관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콘은 플로티누스의 말대로 ‘영혼의 눈’ 혹은 ‘내면의 눈’을 통해, 반면 아이콘은 ‘육체적 눈’을 통해,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콘은 하느님의 영원한 시선에 의탁하여 재현된 이미지이므로 시공간에 제약당하는 인간의 유한한 시선으로는 이콘 이미지 너머의 진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콘 역시 사용자의 사용 경향성에 따라 화면 위에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배치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시공간의 연관성이 없는 개별 아이콘들이 나란히 병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콘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콘은 사용자의 당시 효율을 위해서 배치 방식이 그때그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속성이 임의적인 반면, 이콘은 영원한 신적 질서와 신의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화가가 신의 시선에 의탁해 고안해야 했던 배치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이미지가 갖는 질서의 속성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콘은 신을 위한 영원한 미학을 지향하며, 아이콘은 효율을 위한 일시적 미학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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