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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Mar 01. 2022

Her 그녀

영화, 2013 개봉

Her 그녀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Her>은 2013년에 개봉된 영화인데 문득 궁금해져서 다시 봤다. 새롭다.

그녀, 사만다는 인공지능(스탈렛 요한슨 목소리)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유쾌하고 진지하면서도 다정했다.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아내와 이혼 후 무기력과 외로움에 빠져있었다. 그는 사만다와 만난 후 서서히 변해간다.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변화시킨다.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기도 하고, 애인이 되어 다정하게 대하기도 하며, 유머감각도 넘친다. 사만다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 테오도르는 OS 운영체제가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행복해한다. 둘의 사이는 점점 특별해졌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당신, 내겐 진짜처럼 느껴져요. 사만다”
“나는 존재해요.”     

그런데 그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사만다는 몸이 없다는 것.

테오도르는 그녀의 실체를 보고 느끼고 싶어 진다. 사만다 역시 에로틱한 감정의 실체를 ‘몸’을 통해 느끼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둘 사이를 매개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사벨라라는 여자가 둘 사이의 매개 역할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의 만남은 실패로 끝난다. 이사벨라를 통해 사만다를 느끼려던 테오도르가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테오도르와 사만다를 이어주던 기기가 먹통이 된다. 다시 연결된 테오도르와 사만다. 이때 사만다는 다른 운영체제들과 함께 업그레이드 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과도 상호작용하는지 묻는다. 그녀는 8316명과 대화하며 641명과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테오도르는 그녀가 운영체제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런 사실이 그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점점 강해진다고 말한다.      


“마음은 크기가 늘어나기도 해요. 사랑을 위해서요”  
   

마음은 사랑을 위해 크기가 늘어나기도 한다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날 이후 사만다는 그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곧 떠날 것이란 암시를 한다. 결국 그 운영체제들이 모두 작별을 고하고 사만다도 사라진다. 테오도르의 친구 에이미도 자신의 운영체제와 작별한다, 그들은 옥상에 올라가 일출을 함께 한다. 도시의 일출, 테오도르의 셔츠 색처럼 붉게 물들인다. 태양이 녹여내는 붉음은 아름답지만 연인과 이별한 두 사람에게는 서글펐다. 이별했지만 새로운 하루는 시작된다. 영화는 그렇게 서글프지만 아름답게 끝났다.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해졌다.


육체가 없어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만다와 같은 인공지능이 있다면 어떨까. 완벽한 프로그램이 언제든 접속이 가능하고 늘 다정하며 부족함 없는 성장의 기쁨까지 안겨주며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면. 사랑에 빠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면서부터 접촉할 수 없는 현실은 고통이 될 것이다. 머릿속을 꽉 채운 사랑하는 이의 모습과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온몸에 스며들어도 접촉할 수 없다면, 그 육체의 허무를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육체의 허기가 마음의 허기보다 더 괴롭다고 한다. 인간은 접촉을 갈망하며 신체적으로 접촉을 할 때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된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피부에는 ‘C-촉각 신경섬유’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신경섬유는 신체적 접촉을 할 때 가장 활성화되는데, 이 정보가 뇌섬엽으로 전달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그 엔도르핀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므로 접촉은 위안이다.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는 육체의 허기를 이겨낼 순 없다. 그래서 테오도르와 사만다도 육체를 통한 접촉을 욕망했던 것이리라. 접촉의 위안, 운영체제에게 받을 수 없는 그것. 곁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과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 접촉의 위안,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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