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티모시 살라메 때문에 봤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짧은 순간에도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냈다. 이상하게 어울리는 껄렁함, 살짝 꺼내놓는 귀여움과 순수함,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기도로 이끄는 예의 진지함이 오롯하게 잘 드러났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님이 확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메릴 스트립이 드러내는 원숙하게 부패한 대통령의 모습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점점 인간미 철철 넘치는 모습, 헝거 게임에서부터 믿고 봤던 제니퍼 로렌스까지. 볼만한 영화라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매력 못지않게 은근하게 지속되는 강한 메시지가 있었다. 바로 “Look Up!”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다. 영화 속에서 지구인들은 지구의 멸망을 나 몰라라 한다. 뭐가 그리 중요한 게 있는지, 진실을 외쳐대는 두 과학자의 말은 무시하고, 대통령은 정치적인 이용가치로 판단하고, 기업인은 돈벌이를 본다. 언론 역시 심심풀이 땅콩으로 여기며 깔깔댄다. 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무심하기는 마찬가지. 지구 멸망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그들이다. 여기서 우리가 평소에 잊고 지내지만 떠오르면 불편한 현실을 떠올랐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 말이다. 혜성이 다가오고 있으니.
이젠, 영화 속의 천문학도(제니퍼 로렌스)와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외쳐댄 “제발 하늘을 좀 봐!”야 하는 순간인 것 같다. 그것도 확실하게. 제니퍼 로렌스가 설정해두었던 6개월 14일 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날을 맞이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물론 뛰어난 과학자와 기업인과 정치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기대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사이즈는 아니므로. 그런데 이상하게 하늘은 봐야 할 것 같은 이 기분. 영화를 보고 나서다. 날마다 은밀하게 강요당하는 수많은 “보라! 보라! 보라”와 “이것만 봐라! 이것도 봐라!”에 휘둘리지 않도록. ‘잘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