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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Feb 18. 2024

공포스러웠던 나팔관조영술

다시 쓰는 난임일기 (4)


다시 쓰는 난임일기 -4-

공포스러웠던 나팔관조영술




난임생활 중 젤 겁먹었던 

나팔관 조영술. 


수많은 후기를 찾아봤을 정도로 머릿속으로 수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더 공포스러웠는데, 난임 인정을 받기 위해 무조건 진행해야 되는 과정이었다. 



마음도 몸도 참 무거웠다. 


시술을 결정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내 몸에 무언갈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처음 신체에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검사 전날 잠을 뒤척이다 못해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아 본 블로그 후기도 부족해 난임카페 가입을 이때 수두룩하게 해놨던 기억




"많이 아픈가요?"


"안 아파요. 1-2분만 참으면 돼요"


"너무 아파요! 다신 겪고 싶지 않아요!"



후기도 극명하게 갈렸다. 





나팔관조영술 시기는 생리 끝난 후 2-3일 이후에 진행이 되는데, 생리 중에 할 경우 자궁내막증 및 감염의 우려가 있고 시기를 놓치면 임신 가능성이 있기에 생리 끝난 직후에 진행했다.



나팔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양쪽 나팔관이 잘 뚫려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조영제 주입 후 확인하는 방법으론 초음파, 엑스레이 2가지가 있다는데 내가 다녔던 곳은 엑스레이로 진행됐다. 



만약 막혀있다면 조영제가 들어가면서 뚫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음?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된다. 





검사 4시간 전부터 이루어진 금식, 물도 먹으면 안 됐었는데, 먹지 말라고 하면 왜 더 먹고 싶은지,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 와중에 남편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용기는 어디에서 났는지, 홀로 나섰다. 그런데 만약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절대 있어서는 안되지만..) 꼭 보호자와 함께  가야지.





도착해서 항생제, 진통제 주사를 맞고 대기 의자에서의 기다림. 나 말고 같은 시술을 받기 위한 3-4명의 같은 난임동지들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모두의 얼굴에 그려진 그림자.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졌다.



"00님" 


부르는 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들어갔다.


굳건히 닫혀있는 엑스레이실 문을 "똑똑' 노크할 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여기서 도망칠까. 아니 수술하는 것도 아니고 검사 하나 했던 건데,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긴장이 몸을 사로잡았더니 얼음장처럼 온몸이 차가웠다.





침대에 누워서 무릎을 세웠다. 


내 아래쪽에 무언갈 설치하며 소독을 해주는데 


'으아 어디까지 넣는 거예요?'


입안에서만 맴돌던 질문,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조영제 이제 투여할게요!" 



기계 소리와 함께 아래에서부터 아랫배까지 뜨겁게 타들어 가는 느낌, 머릿속이 새 하해지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랫배가 너무 뻐근했다. 생리통 느낌 정도라고 들었는데, 내게 느끼는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배가 떨어져 나가는 줄^^; 




"너무 아파요"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끝나요."



분명 금방 끝난다고 했었는데, 말뿐이었더건가. 후기엔 1-2분이면 끝난다던데 내 엄살 때문에 자꾸 움직이어서 30분이나 진료실에 붙잡혀 있었다. 오두방정 떨어대는 내 덕에 검사실 의료진도 애먹었겠지. 


이런 겁쟁이에 엄살쟁이가 어떻게 앞으로 과정을 감당할지 내게도 실망한 순간.



끝나고 나와 처방전을 받으러 갈 정신도 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남편에게 전화해서 왜 같이 안 와줬냐고 투덜대야 하는데 전화기들 힘도 없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머리가 핑핑 돌고, 눈이 풀리는 느낌, 그렇게 누워있었다. 평소 저혈압이 있던 나인데 혈압이 떨어질 때의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침대에 가서 1시간 정도 안정 취하고 가세요."



쌤이 보기에도 내 상태가 말이 아닌 것처럼 보였는지. 다행히 병상이 남아 있어 침대에 누워서 쉴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가는데 난 참 요란스러웠다.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2년여간의 난임생활의 작은 점에 해당되지 않는 사건이었지만, 이때의 기억이 이렇게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역시나 첫 검사



이보다 더 공포스러울 수 있을까.



난임을 겪는 대부분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아이도 안 생겨서 지쳤는데 이 기분 나쁜 검사까지 감당해야 하다니, 참.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검사 결과는



"난소 모양도 좋고, 양쪽 난관 잘 뚫려있습니다"




공포스러웠던,

두려웠던,

나의 나팔관조영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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