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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May 24. 2024

인공수정하고 바로 여행가도 될까요?

다시 쓰는 난임일기(6)




다시 쓰는 난임일기(6)



인공수정하고 

바로 여행가도 될까요?







"쌤 여행가도 되겠죠?"



시술 일을 생각지도 못하고 여름휴가지로 잡아 놓은 안동, 이미 숙소까지 예약해 놓은 상황이라 포기하지도 못했다.



우리의 첫 안동 여행은 인공수정 수술 후 바로 다음 날에 떠나게 되었다. 남편은 출근 전 난임병원에 들려서 정자를 채취하고 난 1-2시간 이후에 담당쌤을 만나서 체외수정이 진행되었다.



응? 이 정도면 백 번도 하겠는데? 


다만 굴욕 의자에 앉아서 시술 공간의 차가운 공기를 맨살로 느껴야 하는 게 서글프긴 했지만, 



차분한 공간에서 나긋나긋 느껴졌던 쌤의 목소리.


"힘 빼세요~" 하며 몇 가지 작업을 거치더니 5분도 안 돼서 끝난 느낌이다. 



끝나고 나선 준비된 휠체어, 괜찮은데 고이 모셔다가 회복실로 데려다준다. 방금 들어간 그이의 소중한 올챙이들이 빠져나오면 안 되니까, 덩달아 조심스러워진 내 모습을 보고 웃펐던 시간. 



남편한테는 아래가 넘 찌릿하고 아팠다며 우는소리를 했지만, 미안하지만 1도 안 아팠다.



침대에 누우면 온몸으로 둘러지는 쥐색 커튼 덕에 만들어진 은밀한 나의 공간, 배를 감싸 안으며생기지도 않은 아기에게 말 걸기 시도했다. 



'아가야 엄마에게 와주렴'



침대가 참 포근하고 안락했는지,  중얼거리다가 잠들어 버렸을 만큼 순조로웠다. 



인공수정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여행 일정이 있어 이후가 난관이었다. 아침저녁으로 12시간 간격으로 질정을 넣어야 할 줄은^^; 


자궁내막을 두껍게 해서 자궁 내막에 잘 착상되도록 해주는데 호르몬제이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넣는 것이 중요했다. 



아침에 9시에 넣으면 저녁 9시까지 들어와야 했으니 안동에서 2박 3일 내내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을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지금은 여러 번 해본 경력자였지만 그땐 1분 1초라도 칼같이 지켜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질정 넣기 30분 전부터 긴장 탔다. 



많이 걸으면 착상이 안될까 봐.

많이 앉아 있으면 또 무리가 될까 봐.

최소한으로 걷고 덜 서있고 덜 앉아있고,

이런 내 몸 덕에 안동 여행 가서 하회 마을도 한번 걷지 못한 건 참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와의 전투여행과 다르게 한적하고 여유로웠던 기억들.

결국엔 실패했던 첫 인공수정,

너무 요란 떨었던 게 실패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또다시 가고 싶다.

즐기지 못했던 안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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