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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May 24. 2024

내가 경험한 질정의 모든 것

다시 쓰는 난임일기(7)




다시 쓰는 난임일기(7)


내가 경험한 질정의 모든 것









난임인들은 모두 알 것 같다.



당장의 당일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보다 그걸 진행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준비해야 하는 과정 또한 참 힘겹다는걸,



물론 주사도 싫었지만


질정이 난 더 힘들었다.


귀찮고 찝찝하고 번거롭고..... 


온갖 안 좋은 단어를 다 갖다 붙여도 될 정도다.





처음엔 하루에 1알씩, 


나중엔 3알까지도 넣었는데 


이럴 경우 외출도 편하게 하지 못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난임에서 쓰이는 질정의 효능은 배아착상 전부터 임신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인데. 호르몬 보충 효과가 있어 동일한 시간에 넣으려고 알람도 맞췄다. 



하루 8시간 간격을 지키기 위해 쏟아지는 잠도 참았다. 깜빡 잠이 들어서 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되는 날은 허무함 때문에 엉엉 울어버렸던 기억, 




'혹시 내가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이번에 임신이 안되면 어쩌지?' 


'임신했을 땐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호르몬이 안 가서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해.'




이젠 추억이지만 그땐 작은 거 하나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유트로게스탄, 예나트론, 사이클로제스트 총 3가지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중 그나마 유트로게스탄이 알약 사이즈가 작아 넣기에 젤 부담이 없었다. 



질정 넣는 방법은


누워서도 해보고, 단 한 번뿐이긴 하지만 남편한테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남편에게 부탁한 건 참 수치스러웠다..^^;) 의자에 다리를 하나 올려놓고 넣는 게 내겐 젤 수월했던 방법이다. 


손으로 넣었는데 그렇게 해야 잘 들어갔는지 체크할 수 있어 막대 주사기는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깨끗이 씻고, 낱개 포장되어 있는 멸균 장갑 사용했다.



손가락 두 마디까진 넣어야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처음엔 이게 잘 안돼서 다시 약이 통째로 나오고, 녹다 말다 나오고, 이거 제대로 되는 건가. 욕실에서 30분 넘게 혼자 낑낑대며 땀 뻘뻘..^^; 


익숙해지니 두 마디는 물론 세 마디까지도 가능할 것 같은 지금의 나의 자신감. ㅎㅎ



녹는 시간은 보통 5분 또는 10-20분이 걸린다고 하는 분 다양했지만 넣고서 5분 정도 누워있으면 제대로 했을 땐 흘러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질정을 사용하면서부터 아래가 습하고 분비물이 많아졌는데, 아래쪽이 찝찝해서 면라이너를 준비해 거의 매일 착용했다. 




6개월 이상 사용한 후엔 이동 중일 땐 깨끗한 외부 화장실, 정 할 곳이 없다면 차 뒷자리에 누워서! 장소와 관계없이 자유자재로 때와 장소는 문제없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30분 동안 낑낑댔던 내가 리둥이 임신했을 땐 30초 컷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질정 숙련자가 되어있더라.




호르몬제라 혹시나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처방받은 것 외에 지인이 쓰고 남은 질정을 받아와 냉장고에 보관할 정도로 집착하고,



질정 하나에 울고 울었던 시간들,



임신 하나에만 목매달았던 시절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니 참 어색하다.



가끔은 내가 임신, 출산부터 육아를 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만큼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강력한 챕터였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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