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난임일기(6)
다시 쓰는 난임일기(6)
인공수정하고
바로 여행가도 될까요?
"쌤 여행가도 되겠죠?"
시술 일을 생각지도 못하고 여름휴가지로 잡아 놓은 안동, 이미 숙소까지 예약해 놓은 상황이라 포기하지도 못했다.
우리의 첫 안동 여행은 인공수정 수술 후 바로 다음 날에 떠나게 되었다. 남편은 출근 전 난임병원에 들려서 정자를 채취하고 난 1-2시간 이후에 담당쌤을 만나서 체외수정이 진행되었다.
응? 이 정도면 백 번도 하겠는데?
다만 굴욕 의자에 앉아서 시술 공간의 차가운 공기를 맨살로 느껴야 하는 게 서글프긴 했지만,
차분한 공간에서 나긋나긋 느껴졌던 쌤의 목소리.
"힘 빼세요~" 하며 몇 가지 작업을 거치더니 5분도 안 돼서 끝난 느낌이다.
끝나고 나선 준비된 휠체어, 괜찮은데 고이 모셔다가 회복실로 데려다준다. 방금 들어간 그이의 소중한 올챙이들이 빠져나오면 안 되니까, 덩달아 조심스러워진 내 모습을 보고 웃펐던 시간.
남편한테는 아래가 넘 찌릿하고 아팠다며 우는소리를 했지만, 미안하지만 1도 안 아팠다.
침대에 누우면 온몸으로 둘러지는 쥐색 커튼 덕에 만들어진 은밀한 나의 공간, 배를 감싸 안으며생기지도 않은 아기에게 말 걸기 시도했다.
'아가야 엄마에게 와주렴'
침대가 참 포근하고 안락했는지, 중얼거리다가 잠들어 버렸을 만큼 순조로웠다.
인공수정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여행 일정이 있어 이후가 난관이었다. 아침저녁으로 12시간 간격으로 질정을 넣어야 할 줄은^^;
자궁내막을 두껍게 해서 자궁 내막에 잘 착상되도록 해주는데 호르몬제이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넣는 것이 중요했다.
아침에 9시에 넣으면 저녁 9시까지 들어와야 했으니 안동에서 2박 3일 내내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을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
지금은 여러 번 해본 경력자였지만 그땐 1분 1초라도 칼같이 지켜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질정 넣기 30분 전부터 긴장 탔다.
많이 걸으면 착상이 안될까 봐.
많이 앉아 있으면 또 무리가 될까 봐.
최소한으로 걷고 덜 서있고 덜 앉아있고,
이런 내 몸 덕에 안동 여행 가서 하회 마을도 한번 걷지 못한 건 참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와의 전투여행과 다르게 한적하고 여유로웠던 기억들.
결국엔 실패했던 첫 인공수정,
너무 요란 떨었던 게 실패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또다시 가고 싶다.
즐기지 못했던 안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