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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Jan 02. 2024

[북리뷰]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박찬국

 니체와 예술, 예술과 니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니체는 자신의 하강하는 생명력을 예술을 통해 다시금 새겨 넣었다. 니체에게 예술은 꺼져가는 불길 속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풀무 같은 대상이다. 예술이 있었기에 니체가 살아낼 수 있었다. 특히 니체는 음악에 큰 관심을 보인다. 니체의 이러한 사상은 <비극의 탄생>이라는 그의 첫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니체의 예술관과 <비극의 탄생>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 책은 펼쳤고, 첫 부분을 읽자마자 책을 구입했다.


책 정보


지은이: 박찬국

발행일: 2023년 8월 16일

출판사: 21세기 북스

총 211페이지

가격: 14,400원 (교보문고)


내용 요약

 이 책은 니체의 초기작 <비극의 탄생>을 토대로 니체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설명한 책이다. 니체는 고전문헌학자였지만 당시의 고전문헌학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니체가 보기에 고전문헌학은 고대그리스의 비극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문이었다. 당시 고전문헌학자들은 그 본질적인 정신보다는 아주 미시적인 문장과 단어의 해석에 집착하고 있었다. 니체가 보았을 때 고대 그리스 비극과 정신은 속에 담긴 음악의 정신에서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명랑함과 예술에서 세속화되고 몰락해 가는 당시 유럽사회의 정신적 부활이 가능했다. 즉, 니체에게 있어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음악의 정신은 근대 유럽의 생명력을 고취시키는 위대한 정신으로서 계승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니체의 예술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을 꼽자면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이다. 이 책에서는 니체의 예술관을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와의 비교를 통해 곳곳에서 전달한다. 쇼펜하우어는 청년기 니체에게  삶의 배후에 흐르는 '의지'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인 '표상'의 개념으로서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주었다. 그러나 추후에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극복하게 된다. 다음으로 바그너는 당시 유럽최고의 작곡가이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음악가였다. 니체는 당시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많은 교류를 하였다. 그리고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그리스 정신의 부활을 예감했고, 그의 음악이 유럽인의 정신을 부활시키리라 믿었다. 하지만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통해 바그너에게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니체 대 바그너>, <바그너의 경우> 등을 통해서 바그너를 비판하기에 이른다. 니체를 이 둘과 비교함으로써 니체의 예술관을 넘어서 니체 철학의 전반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의 좋은 점

 먼저 이 책의 장점은 콘텐츠의 퀄리티와 그에 반비례하는 편안함이다. 이를 딱딱하게 학술적으로 쓰지 않고 강의록을 옮겨 놓은 듯 편안하게 커피 한 잔과 함께 교양을 채우는 느낌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서는 '서가명강' =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방 안에 앉아서 최상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음으로 이 책은 매우 친절한 책이다. 대상 독자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기에 굉장히 쉬운 말로 풀어서 여러 번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니체의 예술 철학 용어와 철학적 개념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아서 소개해주기도 하고 중간중간 니체의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도 들어있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 니체를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니체에 대해 접해본 독자들에게는 더욱 좋은 책이다. 니체 철학의 배경에 있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 대한 비판까지 폭넓고 자연스럽게 융합해서 다뤄주기에 니체가 가진 사상, 생명력과 삶에 대항 긍정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창조적 삶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체의 문제의식

 일단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보여준 문제의식을 알아야 한다. 니체가 살던 당시에는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유럽의 세계가 붕괴하고 있던 혼란의 시기였다. 신앙과 관습 그리고 공동체적 도덕의 자리를 과학, 이성, 물질, 개인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물질에 종속되고, 분별을 잃고 방황하고 불안에 빠졌으며 자연 단절되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이 책을 넘어 니체 철학의 전체를 관통한다. 인간이 영적인 이유는 단순히 이성을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세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그 배후에 있는 '의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으로 세계의 모든 비밀을 완벽하게 정복하려던 시도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막고, 그로 인해 결국 인간의 생명력을 하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디오니소스적 요소와 아폴론적 요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니체는 그리스 비극에 담긴 정신을 통한 인간의 생명력 상승, 회복을 외친다. 그렇다면 대체 고대 그리스인의 정신은 무엇인가? 니체가 주목한 고대 그리스 정신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우리는 니체의 예술관을 대표하는 두 가지 단어 '디오니소스적 요소'와 '아폴론적 요소'를 알아야 한다. 니체는 예술에 '디오니소스적 요소'와 '아폴론적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디오니소스적 요소는 몰아, 몰입, 도취의 요소이다. 그리고 아폴론적 요소는 이성, 언어, 형태의 예술이다. 디오니소스적 예술이 음악적 요소라고 한다면 아폴론적 예술은 건축, 시라고 할 수 있다. 니체가 생각했을 때 완벽한 예술이란 두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예술이며, 둘 중에서는 디오니소스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 이상 설명하면 거의 소논문이 나와야 하므로 나머지 내용은 책에서 잘 설명된 내용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 '디오니소스'라는 용어는 앞으로 니체 철학의 곳곳에서, 그리고 끝까지 나오기도 하고 이것에 대해 한 권의 책이 있을 정도이니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정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정신은 어떤 철학적 개념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정말 감각적으로 느껴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스인의 긍정


 여기서 말하는 긍정이란 단순히 좋게 생각하는 낙관과는 다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상과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근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삶을 영위했다. 그러나 근대인보다 더 생명력이 넘치고 명랑한 삶을 영위하고자 했고 그 정신이 고대 그리스 비극에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이다. 고대인들도 죽음과 허무주의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피하거나 체념에 빠져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명랑하고 밝게 살고자 노력했다.

 다음으로 그리스인들은 경쟁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근대인들 또는 현대인들에게는 야만적 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경쟁을 좋은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사랑과 평등의 복음을 전파하며 경쟁이 악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니체는 승부욕과 경쟁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없고, 문명의 발전도 없었을 거라고 한다. 사실 경쟁 또한 인간의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이기에 경쟁에 대한 니체의 생각은 그의 큰 사상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질문해 보면 좋은 내용

1. 니체는 왜 음악을 세계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보았을까? (feat. 쇼펜하우어)

2. 정말로 예술 중에서 음악이 가장 본질적인 것인가? 니체의 취향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본질적이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은 무엇인가?

3. 예술의 디오니소스적 요소가 어떻게 삶의 생명력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4. 왜 넘치는 생명력을 '디오니소스'라고 했을까?

5.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왜 극복해야만 했을까?


마치며

 책에 나온 니체의 사상을 다 설명하자면 몇 권의 소논문이 나올 지경이라 여기서 마칠 수밖에 없다. 이 글의 목적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는 우리가 니체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니체의 근본적인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예술관을 넘어 니체 사상의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 사상에 대해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왜 니체가 그런 말들을 했는지'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니체를 입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지 그의 첫 작품이라는 이유로 제일 처음 <비극의 탄생>을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니체의 여느 저작이 그러하듯 <비극의 탄생>은 친절한 책이 아니다. 니체 자신도 도취에 빠져서 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성이나 설명이 없다시피 하다. 따라서 이 책은 그 난해한 비극의 탄생을 해설하는 해설서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실존주의,  #니체, #쇼펜하우어, #바그너, #비극의 탄생, #니체의 예술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무조건 돈 주고 사서 여러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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