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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쌤 Jan 20. 2024

[북 리뷰] <절제 수업> - 라이언 홀링데일

 한 줄 평 신이 죽어버린' 세상에서 주체적인 삶을 위한 책


 현대에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부여받은 개인이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된 자유를 사용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자유란 무엇일까? 쾌락과 방탕을 추구하며 사는 삶을 ' 자유로운 삶'이라고 포장하거나 동경하지는 않는가? 우리가 얻은 자유란 어떻게 쓰일 때 인류의 '진보'가 될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은 항상 나를 괴롭히는 문제였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삶에서 우리는 굳이 힘들게 영혼의 상승과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현대의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이란 남들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고, 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삶의 모습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스토아학파의 '현인'들은 어떻게 삶의 평온을 얻고자 했는지 알게 될 수 있으리란 기대로 책장을 폈다.    

  

서지 정보

출판일: 2023년 12월 6일(초판)

저  자: 라이언 홀리데이

역  자: 정지인

출판사: 다산북스

가  격: 19,800원 (정가)

분  야: 이 책은 철학/인문학과 자기 계발 분야가 혼재된 책이다. 그러나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분명 차별성을 가지는 지점이 있는데, 이는 아래에서 상술할 예정이다.      


내용 요약     

  <절제 수업>은 전반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현대의 우리 세대는 이전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고 편리하며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삶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에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서 잘못된 충동과 욕구에 따르기 더 쉽고, 그런 삶의 모습이 축적되어 자신의 신체와 영혼으로 대가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모든 일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절제다.(22p)
절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다.(23쪽)


     

이 책의 장점과 단점     

 이 책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어렵지만, 읽기에 너무 어렵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 사상을 바탕으로 ‘절제하는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고,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절제 수업>은 크게 ‘신체, 기질, 영혼’의 관점에서 절제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을 학문적으로 소개하지 않고 ‘절제하는 삶’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절제하는 삶을 촉구하고 있다. 문장도 쉽고 간결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스토아학파가 어떤 삶의 모습을 추구하는지 자연스럽게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절제 수업>은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고 적당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대부분 자기 계발서들은 ‘성공과 부의 축적’에 대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과도하게 삶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절제 수업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면서도 유연성, 적응성 등에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렇지만 완벽한 책은 아니다. 일단 스토아 철학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거의 전무하다. 대중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첫 부분에서 스토아학파의 배경과 그들의 철학, 지향하는 바를 설명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으로 번역에 관한 문제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Discipline Is Dstiny>이다. 원제목을 보면 ‘절제란 운명이다’, 즉 ‘절제란 우리가 평생 추구해야 할 덕목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번역본의 제목은 <절제 수업>이다. 원제목과 책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제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고민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에서도 여러 가지 중복되는 부분이 많으며 편집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너무 짧고 많은 문장들이 이어져서 무엇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인지 헷갈릴 수도 있기에 책 전체를 꿰뚫어 보지 못하면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절제란 무엇인가? 

 이 책의 근본적 이해를 위해서 먼저 저자가 생각하는 절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볼 필요가 있다.  

    

1. 우리는 보통 ‘절제’라고 하면 욕망을 무조건 참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욕망대로 사는 삶보다 절제는 더 어렵고 재미없어 보인다. 또한 절제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즉각적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눈앞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보다 절제를 유지하며 살아갈 필요성이 적게 느껴지고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절제는 무조건 욕망을 누르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절제는 사실 ‘중용’에 더 가깝다. 혼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충동을 조절하고, 그 충동을 보다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 절제하는 능력이다. 내 삶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선택하는 것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2. 절제는 유연하고 적응성 있는 것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절제가 자신을 구속하는 원칙이 되면 안 된다. 경직된 방식의 절제는 오히려 사람이 한 곳에만 머물게 하고 발전을 멈추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자기 절제란 무슨 일이 있어도 상황을 정확히 똑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절제는 적응하는 능력, 어떤 상황이든 잘 활용하는 능력, 어떤 상황에서나 성장과 향상의 기회를 찾아내는 능력이기도 하다
<절제 수업>, 라이언 홀리데이. 193쪽     


3. 절제는 평생에 걸친 숙명이며 훈련이자 연습이다. 충동을 조절하는 과정이지만, 모든 상황은 항상 변한다. 따라서 우리는 평생 동안 상황에 맞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     


다시 봐도 번역이 참 아쉽다.

 그렇다면 번역도 아쉽고, 편집도 아쉬운 이 책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절제 수업>의 진정한 가치는 책의 저자와 대화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책에서 진실로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왜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이 책은 단순히 ‘절제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 고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다. ‘절제’는 그 고귀한 영혼,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과정과 반복일 뿐이다. 따라서 이 메시지를 놓쳤다면, <절제 수업>은 그냥 여러 가지 위인전의 짜깁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다른 책들처럼 ‘절제’라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여 성공으로 달려가라는 시중에 널린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삶이 더 바람직한 삶인지, 어떤 삶의 모습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때만 이 책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보다 나은 삶은 ‘절제’를 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거나, 읽을 예정인 당신의 생각에 어떤 삶이 보다 나은 삶인가? 지금 당신의 앞에 놓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당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의 기준을 설정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면에서 출발할 때  <절제 수업>이 독자들에게 깊은 의미를 가지는 책이 될 수 있다. 결국 '절제하는 삶'이란 금욕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자신의 식습관, 수면습관 등의 사소한 부분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부분에서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선택하는 연습이자 평생 과업이다.



 나 또한 <절제 수업>을 읽으면서 우리 안의 양심으로부터 '더 나은 삶', '더 고귀한 삶'이 있음을 스스로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에 맞추어 생각하고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든지 나는 '보다 고귀한 삶'의 모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마치며

 몇 가지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소장해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특히 원서로 읽는다면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절제에 대해 알고, 절제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고, 더 자유로워지며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후, 절대적 가치가 없는 사회에서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에서, 보다 나은 가치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절제 수업>은 자신의 삶이 흔들리는 사람,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읽으면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성공을 위한 인격수양을 위해서 읽어도 좋은 책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12가지 인생의 법칙’, ‘인간 본성의 법칙’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한 책을 재밌게 본 독자들이라면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중용>, <격몽요결>,  <명상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의 철학 서적과 함께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내가 이전에 올렸던 <니체, 건강의 기술>, <격몽요결>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시대와 지역을 넘어서 같은 관점의 이야기를 현대의 사상가로부터 듣는 재미있는 경험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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