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과 작은 날개
제주 여름, 테라스 앞 나무는 작은 새들의 아름답고, 소란스러운 무대다. 손바닥 반 크기의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새소리는 의외로 크고 요란하다. 작은 부리는 벌레를 조심스레 쪼아 먹고, 가지 사이를 오가며 분주하다. 매일 반복되는 새들의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 느껴진다.
제주 여름은 매미의 울음으로 가득하다. 처음엔 여름의 배경음처럼 느껴졌지만, 며칠째 이어지다 보니 제법 시끄럽다. 며칠 전, 화단에서 매미 허물을 발견했다. 비어 있는 껍질은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겼던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안다.
땅속에서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짧은 한 철 세상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친다. 불과 한두 달, 혹은 더 짧은 시간 동안 울며 짝을 찾고 알을 남기는 삶, 그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긴 기다림과 순간의 열정이 교차하는 생의 언어다.
매미의 여름은 짧지만 그 울림은 깊다. 긴 기다림 끝에 온 계절을 온 힘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매미가 가르쳐 준 삶의 리듬이다.
오늘, 나는 테라스에 앉아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
새의 맑은 노랫결 위로, 매미의 긴 세월이 스민 노래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여름 하늘에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