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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의 노블 테라피 Nov 06. 2024

"괜찮으세요? 정말 괜찮으세요?"

[밤이 영원할 것처럼], 서유미

_"괜찮으세요?"

"정말 괜찮으세요?"(p.218)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물론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있을 테고 대개는 그 상황이 괜찮아 보이지 않아서 물을 것이다. 누가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누가 언제  묻더라도 지금의 나는, 그럴 용기가 있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_아니요, 괜찮지 않아요.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아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아요. 괜찮은 척 지내고 있지만 괜찮지 않아요.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 것 같아서 괜찮지 않아요. 

그런 다음, 역시 그럴 용기가 있다면, 이렇게 되물을 것 같다. 

괜찮으세요? 정말 괜찮으세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삶에서도 무언가 떨어져나갔고"(p.14),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p.15) 알 수 없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멀어져가고 있"고(p.88), "자신이 겪고 있는 일, 자신에게 닥친 일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p.104) 모르겠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p.11) 도무지 모르겠고, "잘못 살아온 것 같고 잘못 살고 있다는 자책이 밀려"(112)오고, "자신과 자신의 삶을 이루는 것들이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p.112)고, "아직도 인생에 예측 불가능한 일"(p.136)은 많을 테고, "남은 인생에도 그런 일이 불쑥 찾아"(p.136)올 것이고, "기다리는 일들은 너무 멀리서 더디게 오거나 지나쳐"(p.167) 가는데, "그 사라지고 지워지는 기분에 대해 모르지 않"는데, "삶은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 밖에 있다"(p.112)는데, 그러니까 삶은 이렇다는데 괜찮으세요? 산다는 건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데,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다고요? 정말 괜찮다고요? 에이, 괜찮지 않잖아요. 사실은 괜찮지 않잖아요. 당신도 나처럼 괜찮은 척하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 것 같아서 괜찮지 않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_이런 내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이 답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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