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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LOH Mar 12. 2022

셀프로 시작하는 흑역사, 콘텐츠 실패기

간잽도감 - 간잽이의 콘텐츠 모험 일지

기록은 여러분의 노력을
빠짐없이 기억합니다.


 나는 몇 년째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노력'보다는 '간잽이'에 가깝다. 덕질하면서 가볍게 가볍게 이 그룹 저 그룹을 간 보는 사람을 '간잽이'라고 한다. 한참 몬스타엑스 영상을 열심히 보던 나에게 더보이즈 덕후 친구가 알려줬다. 아무튼 간잽이는 간만 보고 잽싸게 나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콘텐츠에 접근하는 나의 태도는 이 '간잽'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콘텐츠를 시도해 봤다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글쓰기 모임보다 적은 인원이 내 콘텐츠를 보고, 중간에 조용히 연재를 멈추게 된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또 콘텐츠 간잽이를 시작한다. 이런 타격도, 영향도 없는 작은 실패들은 나의 소셜미디어 보관함 곳곳에 보관되어 있다. 매번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실패를 곱씹다가.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담고 있는 책「규칙 없음」에서 본 '선샤이닝'이라는 개념이 생각났다.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리더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렇게 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이것을 '선샤이닝(sunshining)'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렇게 밝은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듯,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공개하려고 노력한다 …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거창하게 인용했지만 간단하다. 밝은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듯, 가능한 많은 실패를 기록하고 노출하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원래 저렇게 사람은 실패를 하는구나, 그리고 실패로 끝나도 괜찮고, 언제든 다시 시도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품고 내 글을 즐겁게 봐주면 더없이 기쁘겠다.


간잽이의 실패와 성취가 그림이나 사진을 보듯 실물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리즈에 '간잽도감'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시리즈는 나의 실패에 대한 회고와 (아마도) 발전에 대한 기록이다.



수많은 간잽의 역사

먼저 내가 진행한 콘텐츠들을 리스트업 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다른 포맷을 시도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했는지 회고해보았다.


첫 번째 간잽 프로젝트

Obok book ₊˚ * 

형태 : 피드에 3개의 게시물을 나란히 올리는 형태 / 가운데는 책에 대한 리뷰를 설명 영역에 작성하였고, 양옆에는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기록했다.

업로드 주기 : 주 1회

문제 : 시간이 많이 소모되어 지속할 수 없는 형태였다

문제의 원인 : 디자인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 주로 읽는 책이 경제경영 도서이나, 같은 '문장 공유'여도 에세이나 소설 쪽이 반응도가 높다. 그 결과 주 1회 소설이나 에세이를 소비했어야 했고, 읽어야 하는 책과 선호하는 책이 달라 스스로의 흥미도가 떨어졌다.



두 번째 간잽 프로젝트

문장 수집가의 콘텐츠 영수증 ༘*

결과 → 실패, 호기롭게 5회를 연재하고, 지금은 브런치 서랍에 들어가 있다.

발행 취소는 아까워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살려두었다.

형태 : 매일 1개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비한 콘텐츠의 금액과 이름을 영수증에 작성. 각각의 콘텐츠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수집하여 기록했다. / 콘텐츠 추천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독자의 행동 유도를 위해 소비한 모든 콘텐츠의 링크와 금액을 첨부하였다.

이전 실패를 바탕으로 한 개선 방향 : 디자인을 템플릿 화하여 디자인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였다. 영수증의 배경과 들어가는 항목만 수정하면 되었다. /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소비하는 콘텐츠를 책에서 영화, 유튜브, 아티클 등으로 넓게 확장하였다.

업로드 주기 : 주 1회

문제 : 매일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문제의 원인 : 7일간 매일 1개의 콘텐츠를 보기에는 너무 바빴다. 다니던 회사가 투자 라운드를 도는 시점이 도래해 온 힘을 다해 달렸던 시기와 겹치게 되었다. 그래서 주말에 콘텐츠를 몰아서 보게 되었다. / 주말에 몰아서 콘텐츠를 찾아보고, 문장을 수집하고,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너무 많이 소모되었고. 학습과 독서 등의 다른 우선순위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 중도 포기하게 되었다.



세 번째 간잽 프로젝트

조금만 읽을게요∗̥✩

결과 → 실패, 독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만 생각한 포맷

형태 : 매일 30분 책을 읽고, 매일 가볍게 기록하는 형태.

이전 실패를 바탕으로 한 개선 방향 : 지금 필요한 인풋들을 먼저 흡수할 수 있게 병렬적 독서라는 주제를 택했다. / 병렬적으로 읽고, 인사이트를 가볍게 기록하는 형태를 선택하여 지속성과 나의 흥미도를 모두 챙기려고 하였다.

업로드 주기 : 매일

문제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아닌, 내 습관을 위해 필요한 콘텐츠였다. 그리고 그런 것 치고는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 : 이것저것 필요한 내용을 읽고 이를 러프하게 공유하고, 나중에 완결시키자가 목표였던 콘텐츠. 따라서 기록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려고 했으나, 어정쩡하게 독자를 고려하여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쓰는 형태가 되었다. / 공개된 플랫폼에 올리는 만큼 독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내용인데, 내가 원하는  단순 습관의 목적이면 콘텐츠 하나만으로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 이건 내 습관 강화를 위한 콘텐츠라 독서노트에 썼으면 될 내용을 콘텐츠화하여 리소스만 많이 소진했다. 선택한 포맷이 적절하지 않았다.




회고를 통해

발견한 좋아하는 일


1.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좋아한다

문장수집가의 콘텐츠 영수증


2.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일을 좋아한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좋았던 부분,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누군가와 나누기를 좋아한다. 여태껏 시도했던 모든 포맷이 모두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형태의 큐레이션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영업하거나, 내가 좋았던 부분을 공유하여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회고를 통해

발견한 실패 원인

1. 디자인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이 경우에 지속하기 어렵다.

2. 큐레이션을 좋아하여도 읽어야 하는 책과 선호하는 책이 다르면 스스로의 흥미도가 떨어져 지속할 수 없다.

3. 매일 해야 하는 일은 시간 부족으로 지속하지 못한다.

4. 기록에 시간이 적게 들어가면서 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포맷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된 네 번째 간잽 프로젝트

한 줄 약국 프로젝트 ༘*


[ Update 4.0 ] 간잽 프로젝트 이런 점이 더 나아졌어요!

⊹. 디자인의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컬러와 키비쥬얼만 설정하였어요. 

☾⋆. 지속성을 위해서 읽고 있는 책에서 2 챕터만 읽어도 작성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했어요.

⊹. 매주 수요일, 토요일 밤 10시. 주 2회로 주기가 줄어들었어요.

☾⋆.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고민과 문제에 대한 처방전을 컨셉으로 잡았어요.

⊹.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뉴스레터 형태로 시작했어요.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강제성을 부여하였어요.


더 나은 무명씨가 될 수 있는

한 줄을 처방해드립니다.

처방전 보러가기 >





최대한 가볍게, 힘을 빼고 많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목표이다. 앞으로 시작될 무수한 간잽 프로젝트들은 나만의 아카이빙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볼 예정이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오일오의 프로젝트 모음집

▷ https://surfee.co.kr/projectoi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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