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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LOH Sep 01. 2020

문장 수집가의 콘텐츠 영수증

8월 5주 차 - Content Receipt

24/08/2020 - 30/08/2020

≡ 아직 여름이 한창인, 8월 5주차 콘텐츠 소비 일기


≡ 8월 5주 차의 즐거움

일간 이슬아 - 2020년 한여름호

일간 이슬아는 이슬아 작가님이 메일로 보내는 매일의 글입니다. 요즘 아침 출근길이 즐거워진 이유입니다. 이번 주 받아본 5편의 글 중 가장 여러 번 꺼내본 글을 소개합니다.

━ 2020.08.24. 月 : 낯선 행성의 생일자

생일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낯선 행성>을 펼쳤다. 기이한 생명체들이 지구를 해석하는 이야기였다. 아주 흔한 장면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번역되고 있었다. 깔깔대며 읽다가 어느 페이지에서 멈췄다. 밥상에서 편식하는 아이 생명체에게 어른 생명체가 편식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풀을 씹으며 아이 생명체가 중얼거린다.

“느낌이 안 좋아요.”

그러자 어른 생명체는 말한다.

“삶은 안 좋은 느낌으로 가득할 것이다. 보다 넓은 범위로 경험해 봐야 어떤 것이 최악인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아이 생명체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가볍게 절망한다.

···

<낯선 행성>의 아이 생명체는 아직 나쁜 일에 대한 역치가 낮다. 나는 그가 가능한 오래 그렇게 지낼 수 있기를 내심 바란다. 아늑한 보호 속에서 큰 공포 말고 오로지 작은 공포에만 살짝 흔들리기를 바란다. 아이 생명체는 아직 혼자 자는 게 무섭다. 그래서 어른 생명체에게 복도 불을 끄지 말아 달라고 말라고 부탁한다. 어른 생명체는 복도 불을 켜 두고 아이에게 부드럽게 말한다.

“즐겁고 터무니없는 일 상상해라.”


그 문장을 읽자 내 마음에 초롱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

누군가가 너무 탁월해서 좋은 이야기 말고, 탁월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 이야기 말이다. 송해 선생님의 연세는 올해 아흔 넷이라고 한다. 겨우 스물아홉인 나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이 낯선 행성을 탐구하고 있다.





≡ 8월 25일의 글

멋있으면 다 언니 : 황선우의 스압 인터뷰 - 김유라 PD 편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인터뷰 자체의 내용들도 인터뷰이들도 모두 너무 좋지만, 사실 인터뷰어인 황선우 님이 써 내려가는 마지막 장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황선우 님은 김유라 PD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김유라 PD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newrara(뉴라라)라는 점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디를 지을 때도 새롭다는 형용사를 넣는 이 사람에게 새로운 무언가에 다가가고 흡수하는 일은 거의 본능적으로 벌어지는 신진대사 같았다. 만나고 배우고 시도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변화시켜가면서.

 그렇게 우리가 일을 하는 동안, 일이 또 우리를 새로 만들어간다."

인터뷰들이 참 씩씩하고 구김살이 없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후루룩 읽어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워 영감이 필요한 순간에 한 편씩 소중하게 읽어 내려가려고 합니다.





≡ 8월 26일의 비디오

 ODG  - 교복을 입고 보는 첫 공연 (feat. 새소년)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제가 본 어떤 난춘보다 좋았습니다. 영상은 커튼을 사이에 둔 새 소년. 그리고 총명하고 선한 두 아이와 함께 시작합니다. 영상이 업로드된 시기는 2020년 5월 13일. 아이들은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습니다. 말랑말랑한 눈을 하고 아이들은 시작하지 못한 새 학기에 대한 설렘과 걱정을 커튼 너머로 털어놓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왜인지 눈물이 자꾸 나는데 아이들의 선한 눈 때문인지, 노래 때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황소윤 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따뜻함을 선물합니다.


난춘[亂春] : 어지러울 란 · 봄 춘

이제 곧 계절은 가을, 아직 우리의 어지러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에게 용기가 참 필요한 시기입니다.





≡ 8월 27일의 재생목록

Ourneeds. - 살다 보면 비에 흠뻑 젖을 때도 있는데, 곧 마를 거야.


취향이 확고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내 취향 서랍에 담을 체력이 없습니다. 타인의 재생목록을 즐겨 듣습니다.

직관적이고 재미없는 제목을 좋아해서 평소에는 눌러보지 않을 제목입니다. What I need, What you need, Ourneeds.라는 채널의 슬로건에 반해서 재생해보았습니다. 이 재생목록은 keshi - always로 시작합니다. 와, 너무 좋더라구요. 이 재생목록을 들었던 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습니다. 출근길, 옆에 선 사람의 우산이 제 다리를 축축이 적셔도. 샌들을 신은 발이 축축하고 걸을 때마다 찍찍 소리가 나도. ‘뭐 어떠랴.’ 싶어 졌습니다. 축축한 날씨, 하루 종일 끼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물먹은 솜처럼 한없이 버겁던 마음이 정말 마르더군요.





≡ 8월 29일의 영화

어벤저스 3 - 인피니티 워

 그를 추모하기 위해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인피니티 워 후반부 전쟁에서 고민 없이 앞서 뛰어나가던 모습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레볼루션 no.3」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클리포드 브라운은 스물다섯 살에 죽었지. 소울(Soul) 이 너무 강했던 거야. 소울이 강한 인간은 신의 레이더에 걸리기 쉽거든. 신은 그런 인간은 곁에 두고 싶어 하니까 말이야."

아마 그는 소울이 강한 사람이었을 거예요.


"In my culture, death is not the end. it's more of a stepping off point."

━「RIP, King.」





≡ 8월 30일의 예능

놀면뭐하니 - 환불원정대 후 공개 : 후불원정대

 제시의 화법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주말의 마무리는 후불원정대 영상으로. '쎈'의 재정의.






9월 1주 차 - 소비 예정 리스트

MobetterWorks : Nu_branding Kit

타인의 방식이 아닌 나의 방식으로 살기. 그 시작을 함께하는 누브랜딩

황효진 작가 :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법

세상과 연결되는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네이선 파일 : 낯선 행성

기이한 생명체들이 지구를 해석하는 이야기

④ 나머지는 알고리즘과 그날의 기분에 맡기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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