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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을 그리다 Jun 26. 2020

계획 없는 여행에서 찾게 되는 의미

jeju

2020년 1월 22일 

네 번의 해커톤. 다섯 개의 스터디. 그리고 한 번의 상실. 

멈추는 게 독이 되는 것 마냥 숨 가쁘게 뻗고 있는 발을 보며 뛰어온 지 4개월 만에 잠시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제주’, 아직까지 낯선 사람의 인사가 어색하지 않은 곳으로 책 한 권과 노트북을 가지고 비행기에 오른다. 




2020년 1월 23일 

온종일 돌아와 늦은 시간 맥주와 쌓인 메일을 확인한다. 

마른입 속에 김이 빠져버린 맥주를 적신다. 

평소라면 비우지 않았을 잔임에도 이상하게 오늘은 혀 끝에 떫은맛이 밉지 않다. 

쌉쌀한 소금 바람, 덮칠 듯 지나가버리는 파도 높이. 

오감이 뒤섞이는 기묘한 공간. 






2020년 1월 27일

계획 없는 걸음은 때때로 뜻깊은 의미를 발견케 한다. 

어두운 골목길을 이어폰 하나에 의지해 걸을 수 있고, 

빨대 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셔본다던가, 평소라면 생각지 않을 선택들을 ‘여행이니까’라는 이유로 선택해본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사소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를 자족할 수 있게 만드는 무언가는, 뛰어난 성과나 코딩 실력 같은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다른 이의 도움 없이 밥을 먹고 사색할 수 있으며, 잠이 들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어제 먹은 오믈렛이 오늘의 나를 구성한다면 나는 또한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기쁨은 상대적이고 살아갈 원동력을 제시한다. 

지금 당장 내가 즐겁다면, 나의 살아온 모든 삶이 그러하듯. 


겁먹지 않고 결정하며 살아도 될 것 같다. 

나를 나답게, 작지만 자유로운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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