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 모르겠다.
아팠다가 괜찮았다가 멍했다가.
우울했다가 행복했다가 아무 느낌도 없었다가.
확실한 건 제정신(혹은 제정신이 아닐때일지 모른다)일 때
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고,
유튜브 추천영상과 맞물려서 마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엔 돈, 경제적 자유에 대한 주제로 분명 시작했는데
결국은 내 마음, 무의식으로 귀결되었다.
지금 격리 해제 2시간 전 <조화로운 부>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면공부가 정점에 달했다.
나는 갑자기 어떤 사실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 임종날 나는 누워있고 내 아들이 내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해주며 슬퍼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 때 내 옆에 누가 있을까. 남편? 아들? 내가 사랑하는 엄마와 이모가 내 옆에 있을 수 있을까?
난 뭐가 됐든 전혀 외롭지 않은 사람이였다. 그전의 나는 (임종때 혼자이든 평소에도 혼자이든) 다 상관 없었다.
요즘의 나는 한 사람을 만나고 서서히 아니 빠르게 아니 급작스럽게 변하고 있다.
오늘로서 그 사람을 (내) 세상에서 인지하게 된지 한달째이다.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그리고 자손을(?) 아니 아이를 가지는 것을 계획하게 된다.
이건 주입식 교육인건가
아니면 나 자신이 그동안은 전혀 안정되지않아 생각조차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안전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된걸까.
30대 중반까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몸서리를 치고 극혐을 하던 나였다.
언제 결혼할거냐는 사람들의 걱정과 질문이 듣기 싫어서 작년말쯤은 장난식으로 내년에 결혼할 거니까 다들 축하할 준비하라고 말하던 나였다. 그러다 나 스스로도 별생각없이 올해 결혼하고 내년에 출산하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계획부터 세웠다. 인생의 계획과 올바른 순서가 중요한 나는 그 당시 승진과 결혼의 순서를 세운 것이리라.
내 무의식은 무엇일까.
제대로 된 사람을 골라서 내 인생을 꾸리고 싶은걸까.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걸까
뭐 아빠랑 다른 사람을 고른다고 좋은 결혼생활이 보장되는 걸까.
아빠가 어떤 사람인데?
아빠가 내내 좋은 아빠가 아닌 건 아니였다.
내 어린시절 가장 따뜻한 사람이였다. 아마도 그 이후 안목없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로 완벽한 가정과 좋은 직업까지 놓치게 된 거 아닌가싶다. 음. 간결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아빠가 53~55살때 이야기이다. 내가 고3때 아빠는 할머니댁에 가계신다고 했고 대학생이 되도록 난 엄마, 아빠가 이혼한 사실을 몰랐다.
나중에 서랍에서 이혼관련 서류를 보고 알았다.
내 무의식은 이걸 배신으로, 결혼의 끝은 배신이라고 입력했을까?
아니면 사이 좋은 부모란 없다?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엄마의 불행한 결혼 생활은 없었다?
뭐 본인들 스스로 선택한 건데 내 탓할 필요가 있나. 가끔씩 내 탓을 했다만 말이다.
난 잘커서 이렇게 성장해왔다. 엄마와 아빠처럼 사회에 나온 후 가정을 원하진 않지만 좋은 직업을 가졌다.
가정을 가지고 싶지않았다. 착하고 돈잘벌고 반듯하게 자라 나에게 청혼하는 남자친구들을 다 밀어내고, 엉뚱한 인간들을 만났다.
그랬던 내가 임종날 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처음으로 외롭게 죽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
나도 따뜻하고 안전한 내 가정을 가지고 싶었나보다.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지않아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누구를 닮았든 안닮았든 이 사람과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오늘까지 나는 내가 이 사람의 00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내 무의식을 건드리는,
내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나의 부에 대한 감각을 깊숙이 건들여서 잠못들게 만드는 이 사람이
내가 해결하지 않은 무의식 속을 다시 헤짚어 떠올리게 하고
앞으로 나가자고 손내민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해소되지 않은 채 흘러왔던 나를 자꾸 성가시게 한다.
무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일까.
이 선택이 맞는 걸까.
올바른 게 뭔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갈까?
내가 맞다고 가정하고, 모든 순간들을 조심히 사랑으로 보살펴 나간다면
우린 행복한 삶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때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뭘 그렇게 완벽하길 바래.. 참 바보같다.
그냥 오늘 행복하면 되는데.
결국 모든 건 나 자신에 달려있다.
남 탓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
짜증내지 않겠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재밌으면서도 사랑을 존중하겠다.
단 한순간도 경멸의 표시를 하지않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열등감을 심어주지 않겠다.
무시하는 감정을 주지 않고 사랑으로 보살필 것이다.
이건 내 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인격체로 존중해 줄 것이다.
어제, 오늘 집에 있으면서 육아에 대한 정보와 앞으로의 맞벌이 지출관리 계획을 세워봤다.
이럴 땐 지극하게 현실적이다.
그리고 오늘 문득 무의식의 세계에 빠졌다.
한번쯤은 결혼 전에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출산 중에라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지킬 수 있도록.
이게 코로나19 확진으로 내가 나 자신과 일주일간 함께 있으면서 깨달은 것이다.
이 세상의 규칙을 지킨답시고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게 하진 말아야지.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잘 설명하고 천천히 함께 알아가야지.
난 내 시간과 공간을 내주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였다.
참 친절해보이지만 개방적이진 않은 사람이다
나에 대해 더 잘알수있도록 좀더 정보를 주고 나도 상대방에 대해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