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미래를 더 생각해봤을 때 가장 아쉬울 것 같은 것은 바로 여행이다.
코로나 전에는 해외로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총 2번은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거의 5년간 여행을 한번도 못갔다.
체력이 점점 줄어 집에 있는 게 좋은 요즘, 조금이라도 더 호기심과 흥미가 있고 체력이 남아있을 때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 좀 떨어져서 쉬러가자 싶었다.
일밖에 모르는 요즘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어제 겨울방학 중 오랜만에 대학원 동기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 잠들기 직전에
소셜커머스 어플에서 갑자기 괜찮은 에어텔 프로모션을 발견했다.
조금 고민하다(아니 고민이라기보다는 언제 갈까 고르다) 바로 결제했다.
오늘도 바뀐 업무로 너무너무 바쁜 와중에
여행일정을 확정 짓는 해피콜이 왔다.
그런데 여행사에는 내 여행일정을 잘못 전달 받아서 다른 일자과 가격을 말씀하실래 내 예약 일정을 알려드리니 다시 전산 확인을 하고 전화준다고 한다.
그러면 어때~ 나는 여행을 간다.
점심 식사때 종업원이 내 바지에 피클을 쏟아도, 해피콜 전화 중 일정을 잘못 알고 있어도 전혀 짜증스럽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간다.
내가 선택한 장소는 일본의 한 조용한 마을.
여행을 확정 짓고 한참 일을 하다가
사무실에서 5시쯤 최종결재를 들어갔다.
상사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결론은 없이 6시반에 결재를 받지 못하고 나왔다.
알아보라고 한 사항에 대해 말씀 드리며 내 의견을 들어주는 줄 알았는데 아예 안들으셨군ㅎㅎㅎ
(이게 뭐지? 기싸움인가?)
새삼 내 의견을 존중하며 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나를 유능하다고 여겨주시는 분들께 새삼 감사..
하지만 뭐 유능하면 어떻고 무능하면 어떠리.
될대로 되라.
일정표에 적어둔 (업무 완료)목표일자에 비해 완수일자가 하루하루 미뤄지고 있다. 그래도 설날 전에는 결론이 나겠지 뭐. 결재를 거치며 어차피 공은 모두의 것으로 넘어갔고 나 혼자만 절절 고민하던 때는 지났다. 책임감 극강에다가, 일 때문에 많은 걸 희생했던 나는 이제 안녕이다!!!!!!!!
1시간 반동안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짜증 섞인 말투를 견디는 결재시간동안 오~랜만에 '그래 일은 가끔 이렇게 * 같은 것이지~ 돈 많으면 이런 일 안하지~ 응~ 간만에 때려치고싶네' 라고 생각했다.
한 달의 루틴(?), 프로젝트(?)가 끝나면 반드시 나에게 보상을 주리라.
여행이든 맛있는 것이든 갖고싶은 것이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시간을 반드시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