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RI May 13. 2021

이름 없는 디자이너여도 괜찮아

ep1. 어쩌다 보니, 중국행 비행기에 탔다

스물셋, 대학에서 졸업학기를 앞두고 다들 취업을 할 것인지 대학원에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파인 주얼리라 불리는 귀금속 회사에 갈 친구들이 한차례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떠나가고, 나는 막연히 재밌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첫 회사의 공고를 클릭했다.


‘패션 주얼리 수출회사 주얼리 디자이너 채용’


열심히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주택을 개조한 회사에 꼭대기 층으로 면접을 갔다. 드라마에 나올법한 쇼룸에 벽면에는 뉴욕, 영국, 기타 유럽 국가에 시간이 맞춰진 시계들이 걸려있었다. 서류면접을 보고 돌아가려던 찰나, 사장님이 잠시 앉아보라고 하면서 트레이 위에 주얼리 재료를 챙겨 오셨다.


“시간 있어요? 30분 정도 주얼리를 만들어 볼래요?”

“네? 아 네! 해보겠습니다”

“그럼, 편하게 한 번 만들어보세요.”

“네!!”


떨리는 손으로 이것저것 달아보며, 목걸이와 팔찌 몇 개를

만들어 보았다.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었는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30분 즈음 지나고 사장님이 돌아왔고, 내가 만든 주얼리를 간단히 설명하고 나왔다.


‘나... 잘한 거 맞나, 원래 이런 거도 시키나?’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아, 다른 회사들의 공고를 살펴보고 있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로 내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00님 여기 면접 보신 주얼리 회사인데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다음 달부터 출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출근하면 바로... 중국으로 출장을 좀 가야 할 거 같은데 가능해요? 부모님하고 상의해보고 전화 주실래요?”

“중국이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아, 나 중국어 못 한다고 얘기 못했는데..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얘길 꺼내야 하지? 나 혹시... 중국에 팔려가는 거

아니야? 남자 친구한테는 뭐라고 하냐.. 또.. 아 그냥 가지 말까...? 재밌을 거 같은데 첫 회사가 중국이라니!


생각보다 많은 걱정들이 다 정리도 되기 전에 나는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미 한국의 상공을 떠나는 중이었다.

그것도 초면인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작가의 이전글 이름 없는 디자이너여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