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많은 강사, 교사들이 마커보다는 분필을 사용한다. 인터넷 강의나 유튜브를 보면, 유독 발색력이 좋은 판서가 보이는데, 이는 99% 하고로모(Hagoromo) 분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고로모는 일본에서 생산되었던 일본 제품이었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인해, 공장을 폐업하기 직전, 한국인(세종몰)이 인수하고 기술을 모두 이전받아, 그 명맥을 한국에서 이어오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하고로모는 대한민국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튼, 하고로모는 여타 분필과 큰 2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하나는 아까 언급한 독보적인 '발색력'이다. 두번째로는 분필 사이즈가 조금 더 두껍다. 꼭 사이즈 문제때문은 아니지만, 특유의 기술력으로 판서시에 부러짐이 타 분필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다. 이런 면들이 하고로모의 독보적 기술이고, 그래서 많이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 하고로모 분필 2가지 시리즈 (Fulltouch / Poly)
① 탄산분필 Fulltouch
하로고모는 크게 2가지 시리즈로 생산되고 있는데, 하나는 탄산분필이고, 다른 하나는 석고분필이다. 탄산분필은 Fulltouch(풀터치)라고 박스에 표기되어 있으며, 판서시에 석고분필보다는 더 부드럽게 그려진다. 또한 입자가 무거워서 지우개로 지우거나 할 때에 가루가 공기중에 떠다니지 않고, 그대로 수직 낙하하여, 가루날림이 적다. 그러나, 그 떨어진 가루들은 온전히 받침대에 밀가루처럼 쌓인다.
② 석고분필(황산분필) Poly
반면 석고분필은 다른 말로 황산분필이라고도 불린다. 석고의 성분이 황산칼슘이기 때문이다. 이 황산의 성분 때문에, 맨손으로 잡고 오랫동안 판서를 하고 나면, 손에 습진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지울 때에 가루가 공기 중에 날려, 폐로 흡수되어, 기관지에 좋지 않다. 그래서 옛날 교사출신 할아버지들의 폐를 X-ray로 촬영하면, 폐 부분만 아주 하얗게 찍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입자가 가벼워서, 공기 중에 널리 퍼지는 부분이 안 좋은 점이다. 그래서 연구하여 생산한 것이 탄산칼슘으로 만든 탄산분필인 것이다.
하지만, 황산분필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산분필보다 발색력이 더 좋아, 가끔 인터넷 강의를 보면, 눈에 띄게 보이는 판서는 대부분 석고분필로 작성된 것이다. 그만큼 형광분필만큼의 뛰어난 발색력은 학생들의 집중을 도와준다. 또한, 탄산분필보다는 좀 더 뻑뻑한 느낌으로 그려지는데, 이런 마찰력때문에 강사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미끄러우면, 글씨를 이쁘게 쓰기 어렵기에, 적당히 마찰이 있는 석고분필을 더 선호한다.
하고로모의 이런 석고분필(황산분필)은 Poly라는 시리즈로 생산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과 국내 기후와 자연환경의 차이로 인해, 석고분필은 생산이 어려워지다가, 결국 중단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발색력과 마찰력이 좋아, 석고분필을 자주 구매했는데, 생산을 중단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좌절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름의 실험끝에, 탄산분필과 오돌토돌 약간의 돌기가 있어 마찰력을 생성해주는 법랑칠판과의 조합으로 석고분필의 마찰력을 흉내낼 수 있어, 잘 애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