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富貴)의 부귀 풍류가 꽃 가운데 가장 빼어나니, 온갖 꽃들이 그의 미모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구나. -원나라 문인 이효광(李孝光)의 ‘모란시(牡丹詩)’ 중에서
모란은 ‘꽃의 왕(花王)’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사랑 받아 왔다. 모란 그림은 모란꽃에 대한 애정과 관련 깊다. 모란은 본래 중국에서 자라던 것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도 어디서나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모란은 약 200여 종이 있는데, 모란은 ‘화중지왕(花中之王)’, 즉 꽃 중의 왕으로 불렸으며, 때로는 ‘국색천향(國色天香)’으로도 불렸는데, 이는 나라 안의 첫째 미인이요 뛰어난 향기라는 뜻이다.
모란의 잎은 3엽(葉)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 3~5개로 갈라지고 표면은 털이 없으며 뒷면은 잔털이 있고 흔히 흰빛이 돈다. 모란을 그리면서 잎을 표현할 때, 좀 더 옅은 색으로 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붉은 모란병을 그리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모란도는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모란 그림이 알려지고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신라시대로 생각된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덕만공주(德曼公主) 기사는 7세기 신라 궁정에 당(唐)의 모란 그림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삼국유사』에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즉위하니 당 태종(唐太宗)이 모란 그림을 보내왔다. 왕이 ‘그린 꽃에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음을 알겠다. 당제가 과인의 짝이 없음을 놀리는 것이다.’ 하였다.” 하였는데, 본기(本記)에는 진평왕(眞平王) 당시의 일로 보이므로 취하지 않는다.
당시 당태종이 모란 그림을 선물로 주면서 모란도가 유입되고 이후 모란 그림이 꾸준히 그려지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란꽃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모란을 어떻게 기르고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많이 남아있다.
모란을 가꾸는 방법
『낙양모란기』
“6월에 씨를 채취해서 물에 담가 가라앉는 것만 골라 거름흙[糞土]에 섞어 펴 담아 놓는다. 8월에 묘상[畦]을 만들어 뿌려 놓으면 이듬해 봄에 싹이 난다. … 꽃이 지자마자 그 가지를 잘라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 나무가 일찍 늙을까봐 그러는 것이다.”
『동파집』
“모란 뿌리 밑에 …흰 것은 홍화(紅花)나 자초(紫草) 즙을 짜 뿌리에 부어 주면 부어 주는 빛깔에 따라 꽃빛이 변한다.”
『지봉유설』
“주일용(周日用)은 ‘흰 모란꽃을 다른 다섯 가지 빛깔로 변색시키려면 다 뿌리에 변색시키고 싶은 빛깔의 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 했다.”
품종 좋은 모란은 왕을 위해 봉진하기도 하였다. 연산군은 1505년 3월 팔도의 관찰사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도내의 모란이 있는 곳에서는, 꽃필 때에 품종이 좋은 것을 가려서 표를 세워 두었다가 가을이 되거든 봉진(封進)하라.”
모란 그림은 모란만이 그려진 모란 그림(토파모란)괴석과 함께 그려진 괴석모란이 대표적이다.
《모란괴석도(牧丹怪石圖》는 괴석의 유기적 표현 및 다양한 의인화가 개성적이다. 모란꽃은 홍, 자, 분홍, 황, 백, 청 등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였다.
《모란괴석도 牧丹怪石圖》에서 괴석을 이어서 그린 점은 매우 특기할 만하다. 괴석은 주로 장수를 상징하는데, 괴석과 모란이 만났으니, 장수와 부귀를 함께 염원하는 내용이다. 꽃이 뒤집힌 모습도 잘 그려져 있다. 이러한 표현이 그림에 생동감을 부어주는 것이다.
화병과 모란이 만나면, 평안함과 부귀함을 함께 염원하는 내용이 된다. 모란이 가진 상징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아름다움과 부귀영화가 그것이다. 민화 모란병은 민간의 다채로운 안료를 사용하였고, 자유로운 감각으로 더욱 화려하게 꾸미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하였다. 모란의 화려함과 부귀(富貴) 상징성 강조하였다. 이 부귀영화는 5가지로 세분된다. 인간은 부귀함만 바라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몇 가지 요소가 더 있어야 안심이 된다. 부귀함을 갖추되 벼슬에 나아가 최고의 관직에 오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림 자체도 부귀영화와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만, 모란 그림에 수탉이 함께 그려지면 벼슬길에 나아가 이름을 날리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뜻이 강화된다.
다음 4회에서는 연꽃의 특징과 상징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연꽃의 상징은 그 생태적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