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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Nov 18. 2024

[제주 뮤지엄 탐방 ①]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너른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어, 제주 여행을 하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본태(本態)는 ‘본래의 형태’ 의 줄임말이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한다는 의미로 2012년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한국 전통 공예품부터 다양한 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예술품을 전시하기도 해서 자칫 문화적으로 소외 받기 쉬운 제주도민들에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박물관에 처음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1995)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박물관 본관 건물이다. 2009년 시작하여 2012년에 완성하였고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국내 최초의 박물관 건물이다.

본태박물관 전통 담장과 현대적 건물의 조화 (출처: 본태박물관)


안도 타다오는 제주의 자연(대지)이라는 전통과 다소 이질적인 현대적 건물의 조화를 박물관의 컨셉으로 하였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여 건축과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 철학이다. 미니멀한 디자인과 빛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의 다양한 형태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공간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그는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단순한 기하학적 요소를 병치, 결합, 분할 함으로써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빛과 물과 바람, 그림자를 품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


또한 우리의 전통 기와 담장을 함께 구성했다. 담장이 가진 단아한 선과 따스한 색감, 경복궁 자경전 꽃담을 연상시키는 민화와 십장생도와 같은 친근한 문양은 전통과 현대의 서로 다른 공간을 조화롭게 연결한다. 박물관은 호수와 풀꽃, 산과 나무들이 감싸고 있어 제주 자연 속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축물로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었다.

본태박물관 담장 (출처: 본태박물관)

박물관에서 바라본 산방산


본태박물관은 총 5개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관은 2층부터 1층까지 한 획으로 이루어져 복도 없이 모든 공간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 한국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여 소박하고 인간적인 공간이다. 2관은 높은 홀과 햇빛이 잘 들어오는 개방적인 공간이다. 제주의 산방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주변의 자연환경도 하나의 건축 요소로 생각한 건축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피카소, 백남준, 로버트 인디애나, 달리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관은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4관은 꼭두와 상여 등 전통 상례 작품전, 5관은 기획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2관 현대미술관 2층을 올라가면 안토 타다오의 ‘명상의 방’을 만날 수 있다. 구불거리는 좁은 동선을 따라 들어서면 그의 건축 시그니처인 ‘중정’이 나타난다. 안도 타다오는 갇혀있는 공간에 중정을 만듦으로써 ‘소우주를 끌어다 놓은 것 같다’고 하였다. 천장 위로 작은 사각형의 유리창을 내어 빛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여 공간의 무한한 확장성을 준다. 관람객에게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만끽하고 따스한 감각을 느끼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한옥 공간을 만나볼 수 있는데, 현대 문물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복잡한 현대인에게 전통 가옥인 한옥에서 우리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한옥 공간(출처:본태박물관), 명상의 공간


미로처럼 설계된 본태박물관의 전시 동선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신발을 벗기도 하는 등 다소 비효율적이다. 그렇지만 박물관에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과 장면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하며 박물관 곳곳을 거닐며 자연과 예술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미로 같은 전시 동선(출처:본태박물관)

안도 타다오의 푸른사과


안도 타다오의 또 다른 예술작품을 야외 호숫가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 '푸른 사과' 이다. 세계에서는 4번째 국내에서는 원주 뮤지엄산에 이어 두번째로 2024년 8월 에 박물관에 영구설치된 작품이다. 푸른 사과는 미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으며 '청춘'을 의미한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예술에 대한 철학, 내면의 젊음, 영원한 청춘에 대한 의지를 사과라는 매개체를 통해 울림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야외 조각 공원에는 하우메 플렌사의 'Children's Soul', 데이비드 걸스타인 'Euphoria', 로트르 클라인-모콰이의 'Gitane' 등 현대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본태박물관은 2024년 4월 부터 기획전 <空間: 삶과 불교미술이 만나다>展이 진행중이다. 불교회화 및 조각 작품 340여점을 전시한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불교 전시를 통해 내면의 평화와 깊은 사색을 경험하며  내 삶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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