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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Dec 26. 2024

[일상의 리흘라] 지식을 훔치는 도굴꾼이 되자

지식(知識)은 '교육이나 경험, 또는 연구를 통해 얻은 체계화된 인식의 총체'를 말한다. 인간이 인식을 통해 알게 된 모든 '앎'의 백과사전이다. 이 지식의 창고는 본인이 들춰봐야 알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내가 접근하지 않고 내가 모르면 그것은 지식이 아니다.


똑똑하도록 진화해 온 인간이 아직도 생물학적 진화에 이 지식을 우겨넣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스럽지만 아직까지는 그것이 현실이다. 지식 체계를 DNA에 각인해 유전적으로 물려주면 얼마나 좋겠냐만 아직 거기까지 진화를 못했다. 인간은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방법을 채택하기보다 머리 바깥 창고에 저장해 놓고 꺼내 쓰는 방법을 택했다. 그 도구가 책이었다가 이제는 반도체 칩으로 바뀌었다. 이제 겨우 실리콘에 집어 넣은 지식을 열람하는 수준이고 그 열람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AI를 이용해 정답률을 높이고 있는 정도다.


우주 역사 138억 년, 지구 나이 46억 년 중에 지식을 쌓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기껏해야 20만 년밖에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 거기에 그나마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문자가 등장한 시기는 1만 년을 넘지 못한다. 인간 개인사로 보면 100년도 못 사니 그 또한 장구한 시간이긴 하다. 하지만 생물학적 유전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기에는 100년밖에 저장을 못하는 인간의 몸뚱이는 너무도 비효율적이다. 지식의 개별적 습득을 후천적으로 발달시키는 방법이 자연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다. 자연  진화와 에너지 최소화 법칙의 원리는 지식의 전달 체계에도 그대로 배어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식은 많이 알고 있는 놈이 장땡이다. 많이 알아야 '구라'를 풀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 없는 게 일개 존재의 실상이다. 지식은 철저히 차별적이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뉠 뿐이다. 중간쯤 아는 자, 적당히 아는 자는 모르는 자와 같다.


지식을 안다는 것은 뭔가? 3초 이내에 내 머릿속에서 인출하여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그때 그것을 안다고 한다. "그게 뭐였더라?" 머뭇거리면 아는 게 아니다. 아는 체하려면 기본적으로 지식의 창고에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이 쌓여 있어야 한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는데 꺼낼 지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절대적인 공부의 시간과 양적 입력이 필요한 것이다. 공부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데 자연적으로 쌓이는 지식은 없다. 투입량 대비 인출량이 비례하는 것이 지식의 보여짐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지식을 다 넣어놓지 못한다면 외부에 있는 지식창고에 접근하는 법과 그 정보를 이용하는 법을 알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편법이 있긴 하다. AI와 같은 도구 사용법을 익혀 세계의 지식 창고를 마음껏 드나드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내가 일일이 색인카드를 찾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을 모두 다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 과정을 모두 찾아주고 핵심을 요약해 주는 도구를 잘 써서 결정적 지식을 찾아내면 된다.


결정적 지식은 이미 세계의 도서관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들이 있다. 이들 천재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바로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리 같은 범인은 천재들의 노력으로 밝혀지고 알려진 세상의 지식을 훔쳐쓰기에도 벅차다. 범인들 개개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다시 수식을 푸는 작업을 하고 사과가 왜 땅으로 떨어지는지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야 전혀 알아낼 수 없다. 범인들은 그저 천재들이 만들어놓은 지식의 정원에서 꽃 한 송이를 보는 것이다.


먼저 보고 먼저 앞서 간 선지자와 지혜를 가진 자를 따라가는 일. 그것이 가장 빠른 지식의 습득 방법이다. 자기에게 닥친 일이라고 자기 혼자 고민하지 말라. 세상의 모든 고민과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이미 누군가가 고민해서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거나 해결할 비법을 가지고 있는 자를 못 찾을 뿐이다. 고민거리를 세상에 드러내보면 안다.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처럼 등장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숨은 고수들이 반드시 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무한대의 확률로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우주고 세상이다. 지식의 세계는 그런 무한대의 우주 속에 유영하는 확률들을 잡아채 현실로 표상한 천재들의 뒤꿈치를 따라가는 것이다. 천재들이 발견한 지식을 어떻게 훔쳐,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가 그 사람의 품위와 품격을 만든다. 지식을 제대로 훔쳐야 자기 것이 된다. 잘못 훔치면 도용이 되고 지적재산권 침해가 된다. 지식을 훔쳐 자기 것으로 가공하는 능력까지 장착해야 진정한 지식의 도굴꾼이 될 수 있다. 지식의 재조합이 창의성의 시작이다. 세상은 그렇게 야채비빔밥처럼 각각의 맛이 섞여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용광로처럼 녹아서 융합된 멋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지식은 그 안에 있는 양념이 되고 맛의 감칠맛이 된다. 그 지식을 알아가는 것을 '산다'라고 하고 '살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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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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