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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Jul 31. 2023

10.2 2인 3각

기거나 기대거나


10 플래쉬/ 석호와 창률, 각자 바쁘고


병원 석호

차에서 내리자마자 몰려드는 기자들. 밀고 밀리며 간신히 안으로 들어가고, 간단한 인사말에 기자들 질문, 돌아서고 막고.


국과수 창률

서둘러 들어간 사무실 책상에서 증거품 박스 발견, 들고 뛰어 유전자 검사실로, 흰 가운 입은 연구원, 박스 전달, 밖에서 기다리고


병원 석호

수술실 앞, 시간 점점 지나고, 띠띠띠 기계음, 마취 상태의 환자, 로비에 앉아 기다리다 지쳐가고, 기자들 통화, 석호 문자 확인


국과수 창률

초초하게 시계 확인, 문 열리고, 결과지 전달, 훑어보는 창률, 핸드폰 꺼내고.


11 N 사무실

(지이잉... 전화, 소파에서 팔 하나 쑤욱 나와 테이블 위의 전화기 집어들고 자다 깬 목소리)


그림자 (귀에 대고, 잠 덜 깸) ... 예..

석호 (목소리) 유전자 조회 결과 나왔습니다. 친부 맞습니다.

종태 (소파에서 벌떡) 알았어요. 당장 영장 들어갑니다


CUT TO 병원 수술실 앞

석호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수술도 곧 끝날겁니다. 담당 의사 만나서 소견 듣고, 진단서 첨부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사체 유기, 자백 안 하죠?

종태 꿈쩍 안해요. 집안은 아닌 것 같아요. 마당도 다 시맨트고, 집 앞에 동네 공동 텃밭 있는 것도 파봤는데, 없어요. 째끄마니까 갈아서 버렸는지 어쨌는지..

석호 경비일 나가는 건물 주변은요?

종태 못 찾았습니다. 그쪽은 큰 길이라 땅을 파기는 힘든데 대신에 버릴 곳이 더 많아서.. 내일은 사체 탐지견 데려다 한바퀴 돌아볼려구요. 그런데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서, 냄새 찾기가 말처럼 간단할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벌판이나 산속이 시체 찾기가 쉽지...  

석호 정확한 유산이나 사산 날짜도 아직 모르는거죠?

종태 예. 국선 변호사가 와서 뭐라고 시켰는지, 입 꽉 닫았어요. 시간 얼마 안 남은거 아니까 일단 버티겠죠.

석호 증거는 충분하니까, 걱정은 안 하지만, 시신은 찾았으면 좋겠는데요..

종태 힘들거에요. 음식물 쓰레기로 버렸어도, 한 주먹 밖에 안될걸..

석호 하루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용의자 동선 따라서 샅샅히 뒤져보고... 성과 없더라도, 대신 피해자가 곧 깨어날테니까요. 경과 좋아지는대로, 조금 더 구체적인 진술이 가능할겁니다.  

종태 아직 병원 계십니까? 눈 좀 붙여요.

석호 수술 끝나는 거 봐야죠. 여기 있다가 바로 출근 하겠습니다.

종태 거기 이정아 안 갔어요? 교대 한다고 가는 거 같던데.

석호 왔었는데.. 퇴근 하라고, 먼저 보냈습니다.  

종태 ... (미소).. 잘 했어요. 원래 야근은 총각 때나 하는 거지... 그래도 쉬엄쉬엄, 요령껏 하십시오. 장사 오래 하려면.

석호 .. 그런데, 문 형사님..

종태

석호 ... 이런 말씀, 좀 이상하지만, 원래 수사 할 때... 이렇게, 검사결과도 안 나왔는데 숨기고, 나온 척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언론 먼저 끌어 들이고.. 이정도로 엉망입니까?

종태 아, 그거요.. (성의없음) 뭐, 자주는 안 그래요. 팀장님처럼 쭉쭉 평탄한 길로만 달려오신 분들은 잘 모르시지만, 쩌어기 우리 밑바닥 경찰들은 한번씩 쓰는 전통적인, 뭐랄까, 대대로 내려오는 민간요법이라고 해두죠. 처음보는 사람들은 기겁을 하지만, 잘만 쓰면 먹혀요. 효과 좋고.. 왜요? 불편하셨습니까?

석호 꼭.. 제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종태 (진지) 음... 불법까지는 아니시고, 준법과 불법 사이, ‘편법’ 정도라면 좀 위로가 될까요? (석호...) 그것도 싫으시다면, 사실, 경찰 규정은 위반 하셨죠. 그러나, 팀장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가 당하게 될 더 큰 고통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이건 어때요? (석호 ...)

종태 ..?! (자세 바로 잡고) 아이고, 우리 외사 특별팀 이석호 경감님, 티비에서는 아주 당당해 보이더니, 마음 고생이 컸나보네. 자, 이렇게 생각을 해보세요. 수영 금지 지역이 있어요. 거길 지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둥둥 떠내려와, 허우적 거리면서. 경감님은, 뛰어들어 건질겁니까, 아니면 <수영 금지> 라고 써 있으니까 내비 둘겁니까? 일이라는게 그런거에요. 안되는데, 매 상황마다, 예상치 못한.. 조금 더 위급한, 조금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게 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똑같은 규정으로는 절대 공평할 수 없는, 안전할 수 없는, 그런 때도 있다, 그겁니다.       

석호 이번에는 검사 결과가 제때, 제대로 나와줘서 다행이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종태 부담 갖지 말아요. 얘기 했잖아, 아무 때나 써먹는 거 아니라고. 그런 고급 기술은, 능력 좋고, 촉 좋고, 팀워크 좋은, 진짜로 선택 받은 사람들만 쓰는 거에요. 특히나, 일의 순서나 원칙보다, 아니면 우리 멋있자고 만들어 놓은 수만가지 규정보다, 피해자의 인권, 생존권, 행복권, 기본권을 우선시하는, 정의롭고 뒷배 빵빵한 팀장이 있을 때, 그럴 때만 치고 빠지는 겁니다. 짤려도 지 혼자 짤리면 되니까.  

석호 (헛웃음) 짤려서 해결되는 거라면, 차라리 마음이 놓입니다.

종태 다 해결되죠. 최악의 경우가 경찰 옷 벗는 거야. 우리는 그런거 안 무서워요. 내가 작전 망쳐서 범인 못 잡으면, 누군가가 다치고 죽고, 죄없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난 그게 더 무서워요. 팀장님도.. 아니, 팀장님은, 나보다 훨씬 더 큰 걸 보시겠지만, 기본 철학은 같다는 거 압니다. 그리고.. 난 또, 윗사람들끼리 사바사바 하길래, 이 팀장님이 알아서 나서 준 줄 알았더니, 이 양반들이 시켰네, 안한다는 사람. 맞죠?   

석호 .. 제가 동의 한 겁니다.

종태 하긴 뭘 해, 대쪽같은 양반이. 책임감에 억지로 나섰겠지. 그, 하기 싫은 거, 이번 일처럼 팀장님 양심에 많이 힘들어질 거 또 시키면, 그때는 나 불러요. 내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뻥카 잘 치거든. 아, 나는 처자식이 있으니까, 차은석이한테 시키든가. 쟤는 거짓말을 해도 사람들이 다 진짜인 줄 알아. 저런 애를 시켜야지, 어디 거짓말 못하는 우리 팀장님한테 공갈빵을 튀기게 하나.. 속병나게.    

석호 재미.. 있었습니다. 스릴있고..

종태 (피식) 죄 짓는 놈들이 그 맛에 자꾸 저지르는 거에요. 거짓말이라는 게, 묘하게 쫄깃하거든. 미안합니다. 내가 윗집 살림까지는 몰랐네. 막아줬어야 했는데.

석호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이었습니다.

종태 세상이 교과서하고 좀 다르죠? 현장은, 그놈의 세상하고도 또 달라요. 살면서 뻥카도 치고, 공갈도 치고.. 어쩔수 없어. 지들이 점점 흉악해지니까, 우리도 같이 미쳐야 잡지. 예전에, 우리 형님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미친 개는 미친 놈이 잡는다고..  

석호 ...!! (얼굴 굳고)

종태 그 말이 맞아요. 미친 개를 잡으려면, 우리도 미쳐야지, 별 수 없어. 다행히, 결과 잘 나왔으니까, 이제 긴장 좀 푸시고, 불편한 마음도 훌훌 털고.. 한잠 자고 일어나서, 시간 맞춰 영장 땁시다. 환자 옆자리 불편하겠지만, 알아서 잘 쉬시고 내일 들어와요. 이제서야 진짜,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석호 .. 예..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INS/ 회상

어린 석호, 시율 가족과 식사, 손 부상으로 붕대 감은 지율 아버지


석호 많이 다치셨어요?

아버지 아니, 괜찮아. 그냥 긁힌거야. 범인 잡다보면 이정도는 부상도 아니지.

시율 잡아서 막 두드려 패 주지 그랬어? 수갑 채워서 어디다 묶어놓고.

아버지 경찰이 그러면 안되지, 비겁하게. 수갑 채우기 전에 패야지 (아이들 웃고). 1대 1로, 정정당당하게.

석호 범인이 막 칼 들고 덤비고 그러면, 그때는 같이 때려도 되는거죠?

아버지 그 상황에서 정말 그 방법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지. 무섭다고 놔줄수는 없잖아. 범인들이 점점 과격해지면, 경찰도 힘을 쓸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미친 개는 미친 놈이 잡는 거겠지.

시율 나는, 미친 놈 할거야. 미친 개 다 잡아들이는 강력반 미친 개. 아빠처럼...


/플래쉬/ 목소리

오세영 삼촌이라고 하던데? 이름은 모르겠고 문 형사님이라고.. 아빠 친구를 삼촌이라고 하지 않나?


(석호 생각, 수술실 문 열리고 의사 나오면)


석호 (일어나고) 어떻습니까?

의사 잘 되었어요. 일단 급한대로 괴사 부분은 많이 잘라내고, 봉합도 잘 되구요. 한동안 안정 필요하고, 출혈이 좀 있을거라서 잘 지켜봐야해요.

석호 저희가 몇가지 증언을 받을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의사 글쎄요.. 며칠이라도 쉬게 했으면 좋겠는데.

석호 영장 신청이 급해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의사 해야죠, 그럼. 일단 마취 깨어나는 거 기다렸다가, 병실 옮기고.. 제가 오전에 먼저 한번 보고, 그 다음에 만나보시는 거 어때요?  

석호 알겠습니다. 아이는, 면회와도 될까요? 너무 힘들면 좀 더 기다리구요.

의사 며칠 기다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감정이 힘들면 호흡도, 몸도 힘들어지니까, 그리고, 진단서 급하시죠? 지금.. (시간보고 피식) 해 뜨기 전 까지는, 써드릴께요. 최대한 자세히, 정확하게 해드릴테니까, 그정도 시간은 주세요.

석호 감사합니다 (꾸뻑, 의사 꾸뻑 지나고. 석호 다시 시간 보면, 새벽 2시)


12 N 비 추적추적 내리고

한적한 도로, 가끔 지나는 불빛. 아파트 숲, 한강 변


13 진우 거실, 불 꺼져 깜깜하지만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안락의자 등받이 제끼고 누운 진우, 깊히 자는 숨소리


CUT TO 조용히 거실로 걸어나오려는 지율


진우 (번쩍) 어, 왜? 꿈꿨어? 이리와 (두 팔 벌리고, 지율 걸어가 진우 위로 엎어지고)

지율 조용히 나왔는데, 깼어?

진우 자는 소리가 안 들려서 깼겠지? 온 신경이 네 숨소리에 가있다.. 왜 안자? 무서운 꿈 꿨어?  

지율 아니. 그냥... 다 잤나봐.

진우 좀전에 잠 드는 거 보고 나왔는데? 코 골았잖아, 쿠우우우.. (지율 피식, 진우 머리 만지다 멈칫) 땀 났어. 열 나?

지율 아냐, 열이.. 받아..

진우 열 받어..? 왜? 가평? (지율 작은 소리 응..) 시환이도 그런거 같더라. 가끔 그렇게 정신 쏙 빼는 사건들이 있잖아. 좀 지나면 괜찮을거야.

지율 완전 속았어. 그 여자..


/INS/ 신당 앞, 붉은 한 입은 여자


책임지지 못할 건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지

사람이니까. 아프고, 슬프고, 화나고. 당연한거야.  

알아, 강.지.율... 살아는 있는데 살고 있지 않은 아이.

우연은 없어. 둘 중 하나야. 사람의 계획, 아니면 신의 계획.

살아남았지만, 살아지지 않는 아이

열심히 찾아다녀도 계속 목이 마른 걸..


진우 그렇게 얘기했어? 너한테만?

지율 응.. 난 그게, 내 얘기인 줄 알았어. 우리 가족 이야기.. 엄마, 오빠 죽고, 화나고, 사는거 의미 없고, 내 맘대로 안 되고.. 아직도 범인 찾고 있는 거 까지, 딱 맞지 않아? 무속인하고 만나본 적이 없어서.. 우와, 정말 이사람들은 다 보이나 보다.. 속을 뻔 했어.  

진우 속은거야. 그 사람들은 두리뭉실하게 던지는데, 듣는 사람은 어, 이거 내 얘기다.. 그래서 다들 빠지는 거고.  

지율 그러니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지들 계획한 거, 그 얘기더라고. 용의자한테 더 큰 거 덮어 씌우고, 복수하고, 그런거.. 네가 용 써봤자, 이미 끝났다, 뭐 그런 말.

진우 그거 속은 게 화가 나?

지율 응. 화 같기도 하고, 불쾌해. 속에서 열이 올라오는 거 같애. 뜨끈하고, 쓰려

진우홧병이라 그러는 거야. 병명 없는 병. 네 승질 네가 못이겨서 생기는 병.

지율 꿈도 아니고.. 자다말고 생각이 나.

진우 알아. 자존심이 상처 받아서 그래 (손 갈고리 모양으로 지율 머리에 꾸욱) 스크레치 팍.. 그때 내가 뭘 더 할 수 없었나, 아무 대응도 못한게 실망스러워서.. 바보 같아서.  

지율 잘 알어?

진우 그럼, 잘 알지. 우리 직업병인데. 그것도 아주 고질병... 스트레스야. 웃어. 그냥 한번 웃고 다 털어. 지난 일이잖아. 너 잘하는 그거 있잖아, 똥 밟았다,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거

(지율 하품, 자세 잡으려 꿈틀, 진우 몸 돌려 의자 한쪽으로 눕혀주고)

야, 들어가서 누워. 이렇게 자면 허리 아퍼

(지율 이미 편안하고, 일정한 숨소리)

너는 어떻게... 나한테 닿기만 하면 잠이 오냐

(지율 끄덕, 진우 피식)

오늘만이다. 내일부터는 매트리스에서 자. 아니면, 여기다.. 나도 침대 하나 살까? 큰 걸로?

(지율 응... 잠들고, 진우도 지율 쓰담쓰담 다시 잠 청하고)       


CUT TO

거실 유리창에 빗방울, 투두둑 툭.. 불빛 받으며 반짝


14 D 병실

유리창 햇빛 새어들고, 환자복 꿈틀, 눈 뜨면,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는 시환


조 팀장 (자다 깨고 깜짝) 얘는 또 뭐야, 누구야 이거 (살피고)... 야, 류시환!

시환 (눈 감은 채 고개 들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다시 푹)

조팀장 너 왜 이러고 있어? 언제 왔어?

시환 밤에요. 주무시길래, 불침번 해드릴라고..

조팀장 불침번은, 잠을 안 자고 지키는 게 불침번이지. 네가 하는 건 그냥 .. 침번.. 왜? 무슨 일이야?

시환 (눈뜨고 둘러보면) 그냥 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잘려 그랬는데, 문형사님이 먼저 누우셔가지고.

조팀장 사무실에? 집에 안 간대?

시환 바쁘시대요. 사후 영장.. 신청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업데이트 되는 대로 바로 올리셔야 한다고.. 거기서 쫒겨나서 집에 갔다가, 잠도 안오고, 다시 경찰서 갔다가.. 왔다갔다 배 고파서 라면 하나 먹고.. 걷다가 비 오고.. 그러다 여기로 왔습니다.

조팀장 (살피고) 바람 맞았냐? 비오는데 왜 돌아다녀? ...(!) 형님한테 혼났지?

시환

조팀장 가평 때문에? 뭐래?

시환 여기 일할 사람 없어서 힘든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뻘짓거리 한다고..

조팀장 (위로) 여기 일을 안 한거지, 거기서 뻘짓거리는 아니지. 거기도 사건이니까.

시환 아닙니다. 뻘짓거리 맞습니다.

조팀장 말투가 왜 그래? (수상) 약 먹었냐? 술 안 깼어?

시환 둘 다 안 먹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철이 들어야겠다, 그뿐입니다.

조팀장 왜 갑자기 여기서 철이 들어? 무서워. 가. 너네 팀 가서 철 들어.

시환 업어드리러 왔습니다.

조팀장 뭐?

시환 저 때문에 다치셨으니까, 철들은 제가 업어서 모셔다 드리려고..

조팀장 시끄러. 안하던 짓 하지마. 너, 가평 사이비한테 홀려서 잠깐.. 나가계신 정신이 아직 안 돌아오셨나본데, 허튼 짓 하지 말고, 출근 해. 사람들하고 있으면 좀 나아질거야.

시환 출근을 못 하겠습니다. 대인 기피증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공황장애? 사람들을 못 보겠습니다.

조팀장 갑자기? 왜? 언제부터?

시환 지금부터요. 와아, 보세요, 출근 할 생각하니까 갑자기 심장이 막..

조팀장 좋아서 뛰는 거야. 너 거기 좋아하는 사람들 많잖아. 지율이 봐야지

시환 선배가 저를 안 좋아합니다.

조팀장 싸웠냐? 아니지, 너네가 싸움이 안 되지.. 혼났어?

시환 아니요. 그냥, 저를 가깝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아프다, 힘들다.. 다 하면서, 저한테는 맨날 괜찮다, 좋다.. 거짓말 하십니다. 서운합니다.

조팀장 네가 맨날 선배님, 선배님 하니까 진짜로 애로 보는 거야.

시환 선배님 맞는데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조팀장 대충 해. ‘님’자 빼고, 선배! 사석에서는 누나.. ‘요’자도 좀 빼라, 말 놓을때 되지 않았냐? 몇살 차이도 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깍듯이 모시니까 친해지기 힘든 거야. 야, 그리고, 어느 여자가 지 몸종을 좋아하니? 옆집 도련님을 좋아하지. 좀 튕겨. 간이고 쓸개고 다 꺼내주지 말고.

시환 아.. 그래서 그런가..? 진우 형하고는 맨날 투닥거리고 싸워도 되게 친하고, 팀장님은 영양제까지 사다 먹여도 하나도 안 친하고...

조팀장 그치? (슬그머니) 야, 걔들 다, 지율이 좋아하는 거 맞지?

시환 잘은 모르겠는데, 겉으로는 그래 보입니다... (번쩍) 저는 아닙니다. 저는, 사심이 아니라, 선배를 존경하는 마음이고..   

조팀장 네가 제일 티나.

시환 이제 아닙니다. 그만 할라구요.

조팀장 진짜? 왜?

시환 그, 거기 있잖아요, 존경과 사랑 사이.. 딱 그 경계에서 잠시 헷갈렸는데, 아무래도 존경으로 남는게 맞는 거 같습니다. 저한테는 선배가 기댈만한 구석이 없나봐요. 오히려 자기가, 저 잘못하는 거 카바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조팀장 남자로 안 보는 거지.

시환 인정! 쿨하게, 후배로 남겠습니다.

조팀장 진우는 그렇다 치고, 진짜로 이석호도 지율이한테 관심있는 거 같애?

시환 (반짝)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전에는 막, 피 질질 흘리고 들어와도 본척만척 하더니, 요즘 들어서는 지율이, 지율이.. 말도 놔요. 저한테는 존대말 하면서, 선배한테는 인제 대놓고 반말이에요.

조팀장 이석호가 말을 놔? 하긴 어제 잠깐 얘기하는데, 너네 올라오면, 지율이는 쉬게 하겠다.. 서장님한테 그러더라? 나도 언뜻 이상하더라고. ‘강형사’가 아니라, ‘지율이‘라고 하길래. 처음 들었다, 그렇게 부르는 거.

시환 이상하죠? 저한테는 아직도 시환씨, 류 형사, 그러는데.. 선배한테는 하루 아침에 지율이, 지율아...

조팀장 강진우는 뭐래?

시환 거긴 야자 하죠, 둘이.

조팀장 그거 말고. 이석호가 지율이한테 말 놓는 거. 안 이상하대?

시환 몰라요. 안 물어봤어요.

조팀장 이석호가 말 놓는 사람은, 강진우 밖에 없던데..

시환 그거야 진우형이 워낙 여기저기 다 친하니까.. 차형사님한테도 겁대가리 없이.

조팀장 니들끼리 친하면 좋지, 왜 그게 불만이냐? 네 파트너 챙겨주는 사람 많으면 고마워 해야지. 걔는 손도 많이 가잖아. 종태 형님도 신경 엄청 쓰던데, 서장님도 그렇고.

시환 치.. 그 두 사람은, 우리가 사고 칠까봐 감시하는 거에요, 신경은 무슨 신경을 써요.

조팀장 야, 너 근데.. 진짜 그것 때문에 밤중에 여기까지 온거야? 나한테 하소연하러? 대시도 못해보고 마음 접은 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다 큰 놈이 그딴 걸로 여기와서 쭈그러졌냐? 사내 자식이.. 너 임마, 그러니까 네 아버지한테 맨날 욕먹는거야.

시환 !! .. 아버지.. 아세요?

조팀장 안다. 어떻게 몰라? 똑같이 생겼는데?

시환 아, 말하면 안돼요. 서장님만 아는건데..

조팀장 서장님한테 들었어. 너만 유난히 감싸고 돌길래 물어봤다. 애를 따끔하게 경고를 주던가, 조치를 취하라고 했더니, 너.. 네 아버지 아들이라고.

시환 치... 다.. 자기 아버지 아들이지 뭐.. 팀장님도, 팀장님 아버지 아들이고.

조팀장 시끄러. 네가 그럴수록 잘해야지.. 뭐야, 이게 맨날. 사고나 치고?

시환 (일어나고. 시무룩) 출근합니다. 비밀 지키세요.

조팀장 비밀은 무슨.. 너나 임마, 서장님한테 삼촌, 삼촌.. 그거부터 고쳐. 누가 들으면 어쩔려 그래? 아무 때나 반말 툭툭 튀어나오고..

시환 그게, 꼬마 때 부터 봐가지고..

조팀장 진우는 안 그러잖아. 꼭 너야. 다 너만 똑바로 못해.

시환 (삐죽, 띵.. 문자 확인) 저 진짜 갑니다. 안 업히실거죠?

조팀장 거기 업혔다 또 무슨 일을 당하라고? 됐어. 너나 들어가 (시환 돌아서고) 야! 세수 안하고 가?

시환 (퉁명) 안해도 이뻐요 (문 쿵)

조팀장 어이구.. 저거 진짜 언제 철 들려고..


15 D 효창동 주택가 공터

경찰차, 사체 탐지견 두 마리, 핸들러, 진우 차 도착, 지율 먼저 내리고 진우 따라오고. 석호 지시하다 두 사람 보고, 잠시 멈칫, 지율 한번 살피고. 다시 집중. 팀 나눠 흩어지고, 지율 장갑 끼고 바로 합류


진우 (석호 옆에 서며 커피 건네고) 일찍 시작하네. 아침 먹었어?

석호 (받아 마시고) 아니. 지율이는? 뭐 좀 먹였어?

진우 간단한거. 뻔하잖아, 쟤 먹는거.

석호 안 먹는 거 보다 낫지. 고맙다 (가려고).

진우 형이 왜?

석호 (멈춤) 응...?

진우 지율이 아침 먹은 게, 형이 나한테 고마워 할 일인가?

석호 ... 말했잖아. 안 먹는 거 보다 낫다고. 하루종일 일 하니까

진우 혹시 가족 중에 누구, 아픈 적 있었어? 쓰러졌다던가, 입원했다던가 그런거 (석호 보면) 아니, 형이 자꾸 밥 얘기 하니까 생각나서. 지율이 아버님 말고, 형네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 누구, 아프신 분이 있냐고 (피식) 별거 아냐, 그냥 가족력이 궁금해서. 그러실 나이잖아, 조심하실 나이.

석호 없어.

진우 전에도 없었고? 스트레스 많은 직종은 젊은 나이에도 잘 쓰러지고 그런다는데. 어머니는, 그러신 적 없었어?

석호 아니.

진우 한번도?

석호 한번도. 왜 묻는거냐? 또 뭐가 궁금한데?

진우 형이 누구를 닮았나.. 그게 궁금해서. 건강하고, 아픈 적 없고, 쓰러진 적 없으면.. 어머니를 쏙 닮았네. 숨기고, 피하고, 도망가고, 거짓말 하고.

석호 너..? (돌아보면)

진우 아참, 형은.. 부모님 닮았다 그러면 싫어하더라. 이유가 뭐야?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막강한 분들인데.. 지율이하고 관련이 있나? 형이 예전에 그랬지? 형은, 지율이한테 ‘적군은’ 아니라고. 그런데 형이 부모님하고 적대 관계야. 그러면 그분들은, 지율이한테는 자동으로 적군이 되는 건가?    

석호 ... 근무 중이다

진우 나도 근무 중이야. 수사하잖아, 미제사건. 하나만 답해. 지율이하고 형네 부모님하고, 관련 있어, 없어?

석호 ... 관련없는 인간 관계가 있나?

진우 다시 물을께. 형이, 부모님하고 등지고 사는 이유 중에, 지율이가 있어?

석호 ... 출근해라. 너는 여기 아니잖아. (탐색 인원 쪽으로 향하고)

진우 수사의 기본, 하나. 대답 없으면 긍정이다. 알지?

석호 (잠시 멈췄다 생각. 뒤돌아 진우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 강진우. 나는.. 지율이를 도우려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아직 다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거, 혼자 버려놨던 거, 다 갚아줄거야. 네가 지율이 생각하는 거, 고맙고, 진심으로 다행이야. 그렇지만 여기까지. 너는 네 자리에서, 나는 내 자리에서.. 그렇게 각자의 역할만 했으면 좋겠다 (한걸음 떨어지며 눈 마주보고) 선 넘지 말고 (일행쪽으로 가고)    

진우 (석호 뒷모습 보며 생각, 커피 마시고, 큰 소리로) 형이 누군지부터 얘기하고 빚을 갚아야지! 그래야 옆에 남을지, 사라질지, 그건 걔가 결정 하는 거 아냐? (사람들 돌아보고, 석호 멀어지고)     


16 /디졸브/ 탐지견 앞세운 수색. 골목 구석구석, 화단, 쓰레기장, 하수구.. 빌딩 들어선 큰 길, 쓰레기 통, 식당 뒤 음식물 쓰레기 통.. 피하는 사람들, 겁먹은 아이..


지율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 최소 2-3주에서 최대 두달 전이면, 지금쯤은 부패가 심해 형체가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은석 그렇겠죠, 아이도 많이 작았을거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 까지 하면서, 저쪽에서 자백이라도 나오길 기다려야죠.

지율 시신 찾아서, 자연 유산인지 살인인지, 그걸 밝히자는 건가요?

은석 그것도... 시간이 이만큼 지나면, 힘들거에요. 다만 시신 흔적이라도 찾아야, 아이가 확실히 사망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속적 폭행이다, 그런 정도에요.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어요.   

석호 그나마 다행인건, 용의자의 활동 반경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휴대폰과 교통 카드 사용내역도 주거지에서 크게 벗어난 적 없어요. 그 중에서 땅을 팔 수 있는 곳, 물에 흘려버리거나,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처리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찾아봐요.     

지율 집 안에서의 흔적은요?

은석 화장실, 부엌 싱크대, 전부 하고 있는데, 아직은 아이 엄마 혈흔이에요.

석호 (시계보고) 조금 있으면 피해자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때 구체적인 출산 상황을 알아볼께요. 두 분은 여기 남아서 수고 좀 해 주세요.


(무전, 시환 목소리) 팀장님, 여기 놀이터인데요. 주민들 말이, 지난 주에 화단을 새로 했다는데요? 악취가 심했답니다.


석호 갑니다 (세사람 출동)


17 놀이터, 세 사람 뛰어오고

시환, 무릎 높이의 화단 앞에 서있고, 탐색견 왔다갔다


은석 이거에요? 뭐 좀 나올거 같아요?

시환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여길 다 들어내고, 새로 흙을 사다 부었대요. 상가에 있는 꽃집에서 맡아서 하셨다는데, 지금 여기로 오시는 중입니다.

지율 비용은 누가 내구요?

시환 동네 사람들이 모금함을 만들어 걸었답니다. 얼마 모이지는 않았고, 대신, 꽃집 사장님이 여기다가 광고를 하시는 조건으로, 새로 해 주셨대요.


(손으로 가르키면 화단에 <아뜨리에 플라워> 광고판, 전화번호)


석호 원래 뭐하는 화단이죠? 그냥 꽃..?

시환 꽃도 심고, 애들 보라고 간단한 상추나 이런것도 심는 답니다. 그런데 동네 개들이 많이 산책하는 곳이라, 수확은 별로 없구요.

은석 그러면, 그 강아지 동선하고도 겹칠 수 있겠네요. 발바닥에 혈흔 묻혀왔던..

시환 그런데, 지난 주에 그걸 다 퍼다 버렸다고..

석호 (탐지견 왔다갔다하는 것 보며) 이 정도면 반응이 있는 건가요?

핸들러 약하게, 냄새가 조금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체까지는 아니구요.

은석 악취가 얼마나 심했으면.. 새로 할 정도면 분명히 뭐가 있었다는 건데..


(모두 낙담)


석호 차 형사님, 여기 라인 치구요, 다시 쏟아내고 바닥 깊히까지 파 보면, 조금이라도 남았을지 모르니까, 탐지견 반응보면서 일부 채취하세요. 바로 감정 보내시구요 (은석 예, 돌아서서 무전)


류 형사는, 꽃집 사장님 만나서, 작업하면서 뭐 이상한거 못 봤는지, 사진 찍은 거 있는지, 아니면 그때 사용했던 도구들이라도 있을거에요. 시약 가져다가 간이 검사 하세요. 그리고, 혹시 그때 파내고 남은 흙.. 어디 남겨놨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처분했는지도 알아보고 (시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 (지율 보며), 우리는 병원으로 가자. 피해자 면담 시간 다 되어가. 아무래도 여자 수사관이 같이 있는 게, 환자한테도 편하겠지. (지율 예, 둘이 가면, 시환  힐끔 보고 아닌 척, 은석 시환에 마음 쓰이고).  


18 서장실


서장 (통화중) ... 아닙니다, 제가 사과드립니다. 아직 젊은 애들이라 물불 안 가리는 데다가, 지들끼리 사석에서 얘기한 걸 누가 녹음을 해가지고 제보를 한 모양이에요 ... 그럼요, 저희는 실종자를 찾으러 갔다가, 어쩌다 그렇게 얽힌 것 같습니다. 경험이 없는 애들이다 보니까, 뭔가 이상할 때 바로 넘겨드렸어야 했는데, 착오가 있어서 조금 깊히 관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예, 그렇죠, 다른 곳에 숨겨둔 걸, 저희 형사가 먼저 보게 된 거죠 ... 예.. 예... 아유, 별 말씀을요.. 그 친구가 꼼꼼합니다. 잘 하고, 자기 일 같아서 아마 열심히 했을건데, 결과적으로 조금 주제 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글쎄요, 뭐 사망 사고 하나만 본다면, 저희는 실종자가 사고를 당했고, 수사는 그쪽에서 진행 하신대로, 범인 검거 하신 그 결과 첨부해서, 바로 종결해야죠 ... 그럼요, 뒤에 무슨 종교, 부동산, 그런거는 저희 실종건 하고는 무관하니까요 ... 아닙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협조하겠습니다 ... 예, 예... 감사합니다, 서장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예, 그럼, 이만.. 예, 들어가십시오.. (끊고, 기나긴 한숨, 머리 기대고 지끈)      


(또 전화, 피곤, 받고) 뭐야, 왜? ... 잡아왔어? 알았어, 내려갈게 (일어나 나가면).


19 조사실

정환과 박형사, 의논 중, 서장 들어오고, 리화 인사, 서장 반갑게 어깨 툭툭


서장 야, 리화! 한건 했구나! 잘했어... (안쪽 보고) 뭐야? .. 애 잖아? (서류 빼앗아 살펴보면) 99년생? 야, 쟤 맞아? 쟤가 중간 보스라고?

정환 제보 들어온 건 그런데, 저희도 아직 잘..

서장 뭔가 이상하잖아. 큰 조직이라며 쟤는... 뭐, 보스 아들이야?

정환 (긁적) 잠깐 물 한잔 먹고, 시작하겠습니다 (박형사 같이 나가고)

서장 (의자 앉으며) 어쩐지.. 헛물 켜는 거 같은데. 얼굴 마담 같애, 딱 느낌이.. 총알받이.. 어디서 받은 정보야?

리화 먼저 잡힌 조직원들이 불었습니다. 안산이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저 친구한테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서장 쟤 지금 어디있다 왔어? 주 무대가 어디야?

리화 일정 주거지가 없어서, 모텔이나 차에서 사는데, 3대를 번갈아 탑니다 (사진 내밀면) 지금은 평택에서 잡아왔습니다.

서장 (3대 차량 훑어보고) 돈은 많네, 다 현금 주고?

리화 예. 대포도 아닙니다.

서장 수상하긴 한데.. 너무 어려. 핸드폰 뒤져봤어?

리화 위에서 감식 중입니다. 차 안에서만 4대 나왔습니다.

서장 전부 켜져있고?

리화 예. 오는 도중에도 계속 문자 들어왔습니다. 모두 사용 중이고, 본인 것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저기.. 다른 정보원이 연락을 했는데, 김 선생이라는 사람을 아는 것 같습니다.

서장 그 외노자들한테 돈 빌려주는 놈? 이자놀이?

리화 본명이나 거주지는 아직 모르는데, 얼마전에 인천 쪽에서 배당이 들어왔답니다.

서장 배당? 누구한테?

리화 사채한테요. 그, 정보원이 사채 합니다.

서장 네가 심은거야?

리화 심지는 않았고 예전에, 제가 아는.. 애들입니다. 어쩌다보니까 하는 일이, 전당포, 사채.. 그쪽으로 자꾸..

서장 김 선생은 어떻게 안대?

리화 얘들이 안산에 사는데, 조선족이다 보니까 동업 제안이 들어왔답니다. 거래한지는 반년 정도 되었고, 제가 이러이러한 사람을 찾고 있다니까, 그 사람이 비슷한 걸 한다면서, 자기들한테서 5천만원을 투자금으로 가져가서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장 안산, 인천.. 어째 딱 고 근처에서 자꾸 도네. (정환, 박 형사 들어오고) 좀 있다 얘기해. 쟤들도 알지?

리화 예, 말씀 드렸습니다.

서장 (끄덕끄덕) 일단 집중하고, 너네가 안산에서 잡은 애들, 쟤가 정말 거기랑 관련이 있는지, 그거부터 잘 들어봐.

리화 (옆에 앉고) 예


20 배송 회사

박스 포장, 가끔씩 작은 물건들 비닐 포장, 장갑 낀 손 툭 미끄러지며 물건 떨어지고, 사람들 시선, 눈치보며 주워 올리고. 소곤소곤.. 속닥속닥 시선 불편한 직원, 라인 밖으로 물러서 물 한모금 들이켜면


반장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면 조퇴 하시고

여자 안 아퍼요. 강제로 조퇴 시킬라구요?

반장 아유, 그럴리가요. 힘드시면 말씀하시라구요 (슬그머니 사라지고, 사라들 시선 여전하고)

여자 (분함, 부끄러움, 탄식. 물병 내려놓고 다시 작업대로)


철컹철컹 박스 지나가고, 삐삐삐 지게차 지나가면, 트럭에 물건 싣는 젊은 남자, 무표정, 일에 집중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어이, 조심해..  죄송합니다.. 멀리서 보는 여자 표정 좋지 않고


/디졸브/ 회사 창고 뒤 벤치, 도시락 꺼내 먹는 염상원


여자 요즘은 경찰에서 연락 없어?

염상원 아니

여자 그래도 조심해.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도 몰라

염상원 엄마나 조심해.

여자 난 조심할 거 없어. 네가 걱정이지.

염상원 크흐흐.. 조심할 게 왜 없어? 엄마가 이반나 엄청 싫어했잖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여자 그게 뭐가 어때서? 싫어한다고 죽이냐?

염상원 그럼 좋아한다고 죽이나? 그게 더 이상해. 차라리 싫으면 죽일수도 있지.

여자 누가 누굴 죽여? 말 조심해! 우린 둘 다 걔 안 죽였어.

염상원 (보면) 엄마가 죽였잖아. 사람들이 그러던데. 내가 이반나 너무 좋아해서, 엄마가 질투나서 죽였다고.

여자 상원아!

염상원 많이 아팠을건데... 이반나한테 왜 그랬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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