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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Aug 08. 2023

10.3 2인 3각

기거나 기대거나


22 사무실, 김밥 먹으며 티비 시청


/INS/ 뉴스 ...

기자 ... 피해자 H씨가 의식을 회복하고, 병세도 많이 호전되어 감에 따라, 경찰은 직접 병원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짧은 시간이지만, 의료진의 참관 하에 구체적인 진술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그동안 수집해 온 자택 안팎의 증거들을 토대로, 조금 전, 용의자 장씨를 상대로 접근 금지령과 함께, 사후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비교적 고령의 나이이며 도주의 위험은 없다고 보여지나, 수법이 잔인하고,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INS/ 석호 인터뷰

석호 언론에 이미 알려진 대로, 폭행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동원된 도구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특히 합의, 혹은 아이에 대한 보호자로서의 권리 행사 등, 다양한 이유로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기자 일부 시각에서는 장씨가, 아직 찾지 못한 신생아 혹은 영아의 사체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만일 피해자 H씨가 출산, 혹은 사산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 할 경우, 장씨는 영아 살해와 사체 유기의 혐의에서 빠져 나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INS/ 국선 변호사 인터뷰

변호사 경찰이 지금, 심증만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폭행 당했다고 다 유산하고, 사산하고 그렇지 않잖아요? 아시다시피 태아라는 게, 다른 이유에서도 충분히 사망할 수 있는 부분이고, 사랑하는 남편이 병으로 사망하는 걸 지켜본 그 충격으로, 아이를 잃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구요. 또, 일부에서 주장하는, 뭐, 만삭인데 배를 폭행을 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 부분도, 현재로서는 전혀, 경찰도 지금 내어놓은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경찰의 언론 플레이에 너무 동요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이 분이 조폭도 아니고, 연쇄 살인마도 아니잖아요? 이번의 이 가정 폭력 한 건만 제외하면, 아주 성실하게 평생을 살아오신 우리 국민입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먼저 이렇게 막 언론에 터뜨리는 자체도, 심각한 인권 침해이구요, 경찰이 증거 제시에 자신이 없으니까, 여론을 몰아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 그건데, 서양도 아니고, 사실 대한민국의 정서상, 사별한 며느리와의 깊은 관계라는게, 특별한 사건인 건 인정합니다. 다 인정하더라도, 또 많은 분들이 경악하셨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셔야 하지 않겠는가...   


/INS/ 기자 질의 클립

석호 .. 최선을 다 해 찾고 있습니다. 용의자 장씨의 동선을 따라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이 수색에 나섰고, 사실 짐작하셨겠지만, 용의자가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아서, 사체 유기 장소 뿐 아니라, 정확한 날짜도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우,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저희에게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속에, 서서히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는 피해자의 진술이 있고, 그 진술만은, 장씨가 어떤 방법으로도 절대 은폐 할 없기 때문에,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리 줄어들고)


기자 변호인과 팽팽히 대립중인 경찰측에서, 또 어떤 증거를 찾아내게 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우재영이었습니다


종태 (흐뭇) 좋네, 침착하니.. 경찰대는 괜히 나오는게 아닌가봐? 나같으면 그냥 팔딱팔딱.. 저, 국선 변호사 저놈부터 욕을 바가지로 해놓고 시작했을건데.

시환 종일 뒤졌는데... 못 찾겠죠?

종태 놀이터 화단이 맞는 거 같은데, 싹 갈아 치운 뒤라며. 탐색견이 반응 준 것도 고맙지. 나머지 검사는 불가능하다니까, 사실은 끝거야. 주민들 불러서 악취 났어요, 증언해봐야 먹히기나 하겠어?

시환 유산, 사산, 출산... 그중에 하나는 증명해야 할 텐데요.

종태 제발 그래야지. 만삭 임산부 폭행이다, 그래야 가중처벌 가지. 이놈의 나라는, 영아 살인은 별 형량이 없어. 그지 같애.

은석 영아, 신생아 살해 혐의는..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아요. 병원 기록이 없어서, 산모 증언만으로는 부족할거에요. 저쪽에서는 폭행과 관련없는, 자연유산으로 밀어 붙일테니까요.

시환 시신을 찾아야 부검을 하는데, 사실 이건 찾아도 사망 원인은 못 찾잖아요. 애기들은 빨리 부패해서..

종태 에휴 (수저 놓고), 밥맛 떨어져.. 그나저나, 다들 어디갔어? 밥은 먹었나?

시환 조 팀장님하고 미팅 있습니다.

종태 리화랑 지율이가? 왜?

은석 리화씨가 안산 조직 브리핑하는데, 강 형사도 가서 들어본다고 같이 갔습니다.

종태 (끄덕끄덕) 나쁠 거 없지. (피식, 시환 보며 실실) 귀신한테 홀려서 맛탱이 간 줄 알았더니, 정신 좀 돌아오나보다?

시환 (삐짐, 김밥 남은 거 챙기며 혼잣말) 치.. 누가 홀렸다 그래..

종태 왜 치워? 내놔, 더 먹을거야.

시환 입맛 없다면서요? 선배 줄거에요.

종태 (뺏고) 먹고 토하는 애를 뭘 자꾸 줄라고.. (입에 와구) 몇시야? 이반나 참고인 하나 온다고 했지? 시환이 같이 들어가. 요주의 인물이니까, 꼼꼼하게 보고.

시환 이번에는 진짜에요? 남자친구라는 게 벌써 몇 명이야..

은석 이반나씨 학교 친구들 제보입니다. 학교 앞으로도 자주 데리러 왔었고, 같이 식사도 몇 번 하고 그랬대요. 대면해 봐야 확인하겠지만, SNS상의 얼굴도 액자 속 남자하고 흡사합니다.  

시환 그래도 남친보다는, 좀 스폰서 같은 냄새가 나잖아요.

종태 나이 차가 있긴하지. 그래도, 예쁜 여자에 돈 많은 남자.. 공식이잖아.

시환치정으로 보시는 거죠?

종태 그거말고 뭐가 있겠냐? 금품도 아니고, 성폭행도 아니고.. 여자애를 벌집처럼 찔러놨으니, 분노 혹은 과시...    

시환 이반나 손님 중에, 몰래 집까지 따라왔던 사람이요, 완전히 혐의 벗은 건가요?

은석 사건 있던 한 주 내내, 지방에 있었어요. 스토킹으로 벌금 낸 이후에는, 연락한 적도 없고요.

종태 성매매하는 놈들이라 그런지, 다 의심스러워. 전부 거짓말 같고.. 자, 그만 정리하고, 준비들 해. (남은 김밥 내밀고) 이거, 애들 주고... 참고인 진술이라고 설렁설렁 할 생각말고, 해 뜨기 전까지, 뭐라도 새로운 거 듣고야 만다, 알았지?   

은석시환 예 (자리 정리)


23 /INS/ 옥수역 퇴근 길 사람들, 폰 확인하는 사람, 두리번 거리는 사람, 늦어 종종 뛰는 사람, 입구 번호 확인하는 사람 뒤돌아 다시 뛰고, 카메라 따라가면


물품 보관함. 짐 꺼내던 퀵 서비스, 갸우뚱하며 여기저기 킁킁 거리다 뒤돌고

몇걸음 못 가 펑.. 폭발음. 사람들 넘어지고, 보관함 문짝 부서지고, 검은 연기, 불길 새어나오며, 비명소리, 아무 방향으로나 뛰고, 스프링 쿨러 작동하지만 연기 자욱, 물줄기, 싸이렌


24 강력팀 사무실

브리핑 마치고 논의 중이던 팀, 폰으로 동시에 비상 문자 뜨고


조 팀장 (놀라고) 야, 이건 또 뭐냐... 간신히 우리 관할 밖인데, 비상 걸리겠네.  

민규 그나마 지하철 역이라 용의자 특정이 금방 되지 않을까요?

조 팀장 CCTV 있으니까 어렵지는 않은데, 그만큼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용의자 특정하고 나서 찾는게 엄청 걸리지. 이런건 바로 공개 수배 해야지. 박형사, 옥수 연락해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어디서 온 놈인지, 찾으면 연락 달라고 해. 어디서 탔고, 내렸고.

박 형사 예, 알겠습니다.

조팀장 그리고 정환이는, 과수대 미리 연락해서, 어떤 종류인지 알아봐. 탄약인지, 인화성 액체인지, 우리한테도 정보 달라고 하고. 민규야, 최근에 비슷한 사건 있었던 거, 다 열어보고, 미리 공부해둬.    

정환  관할 아닌데 보시게요?

조팀장 지금은 아니지만, 같은 라인이잖아. 여기서 옥수까지, 3개 역 5분 거리. 저렇게 사재 폭탄 쓰는 놈들은, 만들 때 하나만 달랑 만들지 않아. 아마 연습하느라고 방구석에 수두룩하게 쌓아 놨을거야. 언제 우리한테 올 지 몰라.

정환 알겠습니다.

조팀장 리화, 오늘 수고했고, 저 놈은 일단 다른 사건으로 잡아뒀으니까, 쫄따구들 중에서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놈들이 누구인지, 그거 좀 빨리 알아보자. (시간보고) 늦었다, 다들 가서 저녁이나 먹고, 퇴근 할 사람 하고, 다시 들어 올 사람 들어오고.. 정환아, 얼른 전화해놔, 지금 간다고. 간만에 제대로들 식사 하고 갈길 가.  

정환 (멀리서) 예..

조팀장 강지율!

지율 (나가려다) 예

조팀장 시환이는 개발바닥 마무리한다 그랬고, 너는? 우리랑 이쪽, 보이스 살인,  같이 해볼까? 관심 있어서 온 거 아냐?

지율  차형사님 건 때문에 와 본 겁니다. 불체자 자살건이요. 두 조직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미리 봐두려구요.

조팀장 거기 요새 잠잠하던데? 알아서 해. 은석이가 찾는 애들이랑 관련이 있어보이긴 해,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리화랑 둘이 붙어서 잘 파봐. 대신, 정보 공유하는 거다. 니들 사건이라고 쉬쉬하지 말고.  

지율 아직, 쉬쉬 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팀장님이 저희한테 많이 주셔야 합니다.

조팀장 주지, 우리야 다 주는데, 내 말은, 만약에 같은 애들이면... 걔들이 전에 차 형사하고 많이 안 좋았어. 신경 쓰여서 그래. 종태 형님이랑 둘이 너무 감정적으로, 단독 행동 안하게.. 팀전으로 가자고, 응? 네가 가운데에서 왔다갔다 잘 해야 된다.

지율 알겠습니다.

조팀장 이 팀장은? 아직 병원이야?

지율 서장님 지시 십니다. 기자들이 있어서, 병실 지키고 계십니다. 누구 못 들어가게.

조팀장 참, 그 양반도.. 애들 시키지 그런걸 왜 이석호를 시켜, 경감씩이나 되는 사람을..

정환 팍팍 밀어주려고 그러나보죠, 그걸 또 언론은 꿀떡꿀떡, 주는대로 다 받아먹고.. (조 찌릿, 정환 헛기침, 딴데 보는 척 나가고)


25 병원, 복도 작은 임시 의자에 앉은 석호, 의료진 지나고, 사복 차림의 지영(종태 처) 방에서 나오면


석호 (일어서 꾸벅) 어떻습니까?

지영 오늘은 푹, 잘 잘것 같아요. 호흡, 체온, 혈압 다 좋고, 무엇보다도 팀장님이 문 앞에서 지키고 계신다니까, 심리적으로 많이 편안해 보여요.

석호 다행입니다.

지영 (복도 둘러보고) 불편하시죠? 안에 커텐 치고, 옆에 침대 쓰세요.

석호 아닙니다. 아이 엄마가 불편할 겁니다. 저는 여기도 괜찮습니다.

지영 (한숨) 식사는 하셨어요? 뭐 좀 사다 드릴까요?

석호 점심을 늦게 먹었습니다. 퇴근 하셔야죠?

지영 퇴근 한 거에요.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자기네 환자 좀 잘 챙기라 그래서.

석호 (미소)

지영 간호사실에서 잘 알아서 할 거에요. 눈 좀 붙여요. 저는 간단한 것 좀 챙겨서, 아침에 다시 들릴께요.

석호 아닙니다. 일부러 시간 내실 필요 없습니다.

지영 왜 없어요, 우리 아저씨 일인데. 한두번 해보나? 이렇게 피해자나 형사님들 다쳐서 오면, 뒤처리는 다 제가 해요. 일 한다고, 집에 불러서 밥 해주고 이런 건 못해도, 우리 병원이니까, 왔다갔다 얼굴 비추는 거 정도는 해요. 경찰 남편 내조 (미소) 쉬어요. 아유, 복도 한복판에서.. 쉬라고 하기도 미안하네.    

석호 들어가십시오 (지영 인사하며 가고, 잠시 앉아 멍, 전화 지잉... 확인) 예, 형님. 퇴근 안하셨어요?

창률 아직. 일이 좀 남아서.. 통화 괜찮나?

석호 예, 괜찮습니다.


26 국과수 사무실


창률 여대생 부검 결과 나왔어. 금방 자료 정리되는대로 보낼건데, 그 전에 전화로 먼저 얘기할까 하고.  

석호 CUT TO (자세 고쳐앉고) 예, 말씀 하십시오

창률 먼저 자상 말이야, 사용된 칼이 두 종류야. 하나는 일반 가정용 과도가 맞고, 하나는 휴대용인데, 보통 등산용으로 쓰이는 주머니 칼 있잖아. 과도를 먼저 사용했을거야. 날끝이 부러져서 6번 7번 늑골 사이에 박혀있었어. 한 4.5센티 되고, 아마 이게 부러진 다음부터 주머니 칼을 썼을거야. 치명상은 초반에 과도에 의한 거고, 뒷목에서 뒤통수, 오른쪽 어깨, 날개뼈까지, 뒤에서 공격했고, 오른손 잡이. 각도로 봐서, 키는 피해자랑 비슷하거나 오차범위 10센치 미만. 칼날이 그다지 깊히 들어가지 않았고, 급소와 상관없이 아무데나 마구 찌른 걸 보면, 살인이나 상해 전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아.           

석호 칼날에서는 용의자 DNA 나온거 없겠죠?

창률 거기는 없고, 액자에도 접촉흔이 몇 개 있긴한데, 전부 고무장갑이야. 라텍스 섞인 가정용. 일반 상점에서 파는 짧은 거. 특정하기 힘들어.   

석호 피해자 집에 있던 걸 거에요. 과도도 사건 직전까지 쓰고 있었던 것 같고.

창률 그래 보여. 사과 먹었지? 위장에 사과 조각 그대로 남아있고, 약물이나 성폭행 흔적은 없어. 그런데 사망 후에, 아마 목을 조른건지, 아니면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던지... 경추에 연골 손상 보이고, 그 외에는 얼굴이나 장기 울혈, 이상 현상 없어. 콧속 점막도 산소 농도 정상 나와.   

석호 쓰러진 피해자를 뒤집어서 다시 공격했습니다. 아마 화풀이였을거에요. 혹시 팔이나 상반신에, 멍자국 같은 거.. 물론 있어도 아마 장갑 자국 이겠죠?  

창률 응. 처음부터 끝까지, 손자국이 있다면, 전부 장갑이고, 같은 걸로 한 종류 뿐이야. 칼은 두 개... 아참, 과수대에서 피 묻은 족적 사진을 보냈는데, 피해자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이야. 사이즈는 정확히 안 나오지만.. 그쪽하고 통화 해봤어? 내 생각에는, 이거 여자 신발 같던데.  

석호 (놀람) 족적이 여자라구요?

창률 여자.. 이거나, 발이 많이 작거나..? 일부러 자국을 뭉개긴 했는데, 무게로 꽉 눌려지는 중심 부분만 보면, 발 볼이 많이 좁아. 그리고 밑창이.. 비교적 넓이가 나오는  남자 운동화나 구두가 아니고.. 족적 크기하고 피해자 발하고 비교를 해봤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발이 조금 더 클 수도 있을거야. 이거, 피해자 신발 몇 개 보내주면, 앞부분만이라도 대조해 볼 수 있어. 나머지는 데이터 베이스 넣어보고, 운 좋으면 대충 사이즈랑 신발 모델 정도는 나올수도 있고.

석호 알겠습니다. 일단 결과지 먼저 보내주시구요, 신발 샘플은 구하는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창률 신발은 과수대가 더 빠를 거야. 그쪽 결과 나오는 거 보고, 뭐가 더 필요하면 여기서 추가 검토 하던지.   

석호 감사합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창률그래, 수고. (석호 끊고 생각)


27 조사실

초조하게 앉은 초중년 남자 – 양재형, 화려한 외모와 옷차림

은석과 시환, 남자와 대화 중


CUT TO

밖에 앉은 종태와 조팀장


종태 조사 받으러 오는 자식이 뭘 저렇게 쫙 빼입고..

조팀장 (남은 김밥 먹고) 나는 당당하다.. 아니면 나 연예인이다..

종태 연예인은 무슨.. 꼴같잖은 소속사가 하나 둘 이야?

조팀장 (서류보고) 히트곡은 없지만 노래도 만들고, 아이돌 키우고.. 보컬 트레이닝, 모델 학원 공동 운영에, 이야아, 화보집, 뮤직 비디오.. 꽤 찍었네. 직업이 몇 개야?  

종태 겉으로만 다재다능인 척, 실상은 한량이구만. 어디가서 싸구려 비키니 화보나 찍고 댕기겠지.  


CUT TO

은석 그러면, 모델로 키워준다고 접근 하신 거 맞죠?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입니까?

재형 제일 좋은 거야 패션모델이겠지만, 시작은 CF나 잡지 같은 거부터 합니다. 길거리 패셔니 스타 이런거, 사실은 전부 모델 학원 애들이거든요. 이반나도 제가 알선해서 잡지 두군데 나왔었어요.

은석 다른 데 알선 한 거 더 있어요? 다른 직종이라도, 알바나, 오디션 같은 거?

재형 많습니다. 디자이너 사무실에 소개해서 피팅 모델도 했었고, 홈쇼핑도 두어번 했는데, 오디션은 잘 안 됐구요.  

은석 어떤 오디션이요? 연기나 가수 같은 거?

재형 그런거 좋아하는데, 고음이 잘 안 돼서.. 아직 발음도 좀 어색하고..

은석 (새미 누드 사진 내보이고) 이런 거는요?

재형 (보고, 놀라고) 이거... 언제에요? (손사래) 저는, 이런거 안합니다. 얘가.. 저 만나기 전에, 알바한다고 지가 혼자 알아서 하다가, 사기도 많이 당하고, 돈 뜯기고 그랬대요. 아마 그때 사진 일 거 같은데..

은석 (웹사이트 사진 내밀고) 이반나 씨가 직접 운영하던 사이트에요. 회원제로 운영하는. 1:1 영상 만남. 아시는 거 있어요?

재형 (사진 보고 당황) 아니요.. 이거.. 혹시 성매매 사이트인가요? (시환 의외?)

은석 정말 몰라요?

재형 몰랐습니다. 저는 그냥, 애가 착하고 예뻐서.. 저희 회사로 데려 올려고..

은석 이반나씨랑 가까웠다고 하던데요. 연인..관계셨죠?

재형  예, 그런 줄 알았는데... 정말 이런거 하는 줄은.. 아니, 뭐 조금 눈치는 있었는데요.. 전에는 생활비도 벌어야하고 하니까, 조금 싼 일도 많이 했을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은석 안 싸요. 사이트 가입비만 일반회원이 30만원에서 시작해요. 실버, 골드, 무한대로 올라가고, 1:1 영상으로 만나주는건 별도로 시간당 50이 넘어요. 코스마다 다르고.  

재형 코스요?

은석 (보고) 몰랐어요? 전혀? 두 사람 처음 만난게, 주점이었죠? 아가씨를 불렀는데, 이반나가 나왔고, 그런데도 이런 일 하는 걸 몰랐다?


/INS/ 종태, 조 팀장 심각


재형 저 만나고 나서는 술집 다 그만 둔다고.. 제가 그랬거든요. 어디 전속 계약 하려면, 술집 경력 이딴 거, 정말 안 좋다고..

은석 사건 당일 아침에 출국하셨습니다. 원래 예정했던 일입니까?

재형 예. 화보 촬영이 있었습니다.

은석 일행이 먼저 비행기를 예약하고, 본인은 제일 나중에, 사건 2일 전에 갑자기 예약했어요. 맞습니까?

재형 예, 원래 저는 안 갈려다가, 다른 일이 취소되면서 시간이 좀 생겨서..


/INS/ 종태, 조팀장 찌릿


(적극) 아, 근데, 정말 저 아닙니다. 저는 이반나를 많이 좋아했어요. 진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진짜로 사귀는 마음이었구요, 결혼도 생각할 만큼, 정말 아끼는 사이였어요. 걔 친구들도 다 알고, 러시아에 부모님하고도 영상 통화도 하구요. 저희는 진짜 막 시작하는 연인 같은.. 물어보세요. 제가 걔를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은석 사건 난 거 언제 아셨어요?

재형 어제, 거기서 자고 있었는데, 아는 후배가 연락했어요. 경찰에서 연락 왔다고.. 형 여자친구 죽었는데, 뉴스 봤냐고.. 그래서 형사님하고 통화하고, 요청하신대로 바로 돌아왔습니다. 찔리면 못 들어왔죠. 시간을 끌던가.. 촬영도 다 안 끝났는데 들어온거에요, 협조 할려고.


/INS/ 종태 한숨


은석 2년 전에,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입건 되셨었네요? 합의로 풀려나시고.

재형 그건.. (고개 푹) 술이 좀 많이 취해서..

은석 이반나씨하고는 폭행이나..

재형 아니요, (강한 부정) 절대 아닙니다. 한번도, 진짜 한번도 없었구요.. 저는, 정말 사랑해서... 혹시 걔한테서 제 DNA, 뭐 이런거 나와서 이러시나요? 저희는 사귀는 사이라서, 그 집에도 많이 갔어요, 그래서 그럴겁니다. 진짜에요.

은석 (보고) 사귀는 사이였는데, 피해자 사망하신 것에 대해서는 하나도 안 슬퍼보이네요. 결혼 생각도 했으면, 변명보다는 슬프고 놀라고.. 그게 먼저일텐데요.  

재형 그게... 어제 사건 얘기 듣고, 지금까지도 너무 많이 놀라서..


/INS/

종태 치, 결혼은 무슨.. 저런 놈들 다 똑같아. 악세사리로 반짝반짝 달고 다닐때나 사랑이래지.


은석 (사건 사진 내밀고, 재형 눈 질끈, 고개 돌리고. 은석시환 보고) 현장 사진입니다.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하거나 한 거 있습니까?  

재형 (몇장 간신히 보고) 어우.. 모르겠습니다.. 없는 거 같은데요

은석 (탁자 위 액자 사진) 이 사진, 본인 맞죠?

재형 (찡그리며 겨우 보면) 예, 맞습니다.

은석 언제 찍었어요?

재형 한 3월? 얼마 안되었습니다. 봄에요. 이반나 학교에요, 도서관 앞에 벤치.

은석 평소에도 학교에 자주 갔어요?

재형 자주는 아닌데, 그날은 개강했다고요, 친구들하고 밥 사달라 그래서 갔더니, 얘가 이밴트를 준비했더라구요. 알바 월급 받았다고, 넥타이 하나 포장해서 저 주면서.. 여기, 제가 손에 들고 있잖아요 (사진 속 남자 손, 작은 선물 박스) 그래서 사진 찍고, 친구들이랑 다 태워서 이태원 나가서 밥 먹고, 노래방 가고..

은석 이 사진 찍어 준 친구들 연락처 있어요?

재형 아니요. 사진은, 친구들이 아니라 매니저가 찍어줬어요.


/INS/ 종태 긴장, 조팀장 김밥 먹다 멈칫


은석 매니저요?

재형 예, 이반나 매니저 겸, 운전사 겸, 사진도 찍고... 아는 오빠인데, 보통 알바를 멀리 갈 때는 같이 다녀요. 여자애니까 뭐, 보호자 겸.

은석 이름 알아요?

재형 알죠, 염상원이라고. 아래층에 살아요. 한국에 처음 와서 뭐 잘 모를때부터 챙겨줬대요. 월급을 주는 건 아닌데, 진짜 매니저처럼 시키는 일 다 하고, 물 떨어지면 채워놓고, 빵 떨어지면 빵 사다놓고.. 알아서 다 하더라구요. 그날도 갔더니, 먼저와서 애들 사진 찍어주고 있었는데... 그러다 없어졌길래, 저희끼리 밥먹으러 가고.


/INS/ 종태 회상 - 염상원 심문하는 은석


은석 (액자 보여주고) 이 사진 알아요?

상원 아니요

은석 이 남자, 본적 있죠?

상원 (절래절래) 휴우, 내가 진짜..

은석 왜요? 하실 말씀이라도.?

상원 (짜증) 이렇게 남자랑 둘이 사진 찍는 거, 그렇게 하지 말래도..

은석 왜 안돼는 데요?

상원 값 떨어지잖아요, 손님들이 안 좋아하죠, 애인 있다 그러면... 자기들한테 백프로 헌신 해야 되는데..


(종태 쪽 쳐다보는 은석, 종태 뛰어나가고, 은석 시환에 눈짓, 조사실 나서고)  


27 복도

종태, 은석, 조 팀장, 시환


종태 염상원이는 그 사진에 대해 모른다고 했었어.

시환 지금 가서 데리고 올까요?

은석 우리가 갈테니까, 시환씨는 저 사람.. 조사 마무리 해요. 특히 염상원에 대해 더 아는 거 있는지 좀 더 물어보고.  

조팀장 내가 들어갈게. 걱정말고 갔다와. 조심하고.

종태 아직은 몰라요. 현재 스코어 확실한 건, 둘 중 한 놈은 거짓말이다... (지잉.. ) 예, 팀장님 (뒤돌아 빠른 걸음, 은석에 손짓, 뒤따르고).

석호 (목소리) 이반나 국과수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보내드릴께요.

종태 (점점 빠른 걸음) 예. 그리고.. 양재형이 조사 중인데, 아랫층 사는 염상원이를 다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데리러 가는 길입니다.

석호 (목소리) 그래요? 그 두 사람, 발 사이즈 좀 확인해주세요

종태 (계단 내려가고) 발 사이즈요? 반쪽짜리 족적에서 뭐 나왔습니까?

석호 (목소리) 족적 앞부분 볼 넓이가 좁아서요. 아마 발 사이즈가 이반나씨 발보다 작을 것 같답니다. 키는 비슷하거나 10센티 미만 오차 있을 거구요

종태 (멈춤) 용의자 발이 피해자보다 작다구요? (은석 당황)

석호 (목소리)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족적으로 봐서는 여자 신발일 가능성도 있답니다.

종태 (난감) 여자 신발이요... (은석 ?!) 알겠습니다. 발 체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끊고 생각) 은석아..

은석 (문자 이미 보내고) 류 형사한테 전달 했습니다.

종태 양재형이는 됐고.. 염상원이는... 후우... 만약에, 정말 여자 신발이라면..

은석 한 사람.. 있습니다 (둘, 마주보고)


28 식당

식사 마친 팀원들, 일어날 준비, 진우에게 포장 전달하는 아주머니


진우 감사합니다. 어? 사이다 안 주셨어요..

아주머니 아이고, 깜빡했네. 저기 냉장고 가서 시원한 거 꺼내가요.

정환 그것까지 다 같이, 우리 팀장님 앞으로 올려주세요 (아주머니 멀리서 예..) 야, 조금만 일찍 오지. 포장하면 맛이 없잖아

진우 괜찮아요. 바로 먹으면 되요.

정환  먹을 복은 있어, 지나가다 들렀는데 딱 계산하기 직전이야? (웃음)

박형사 일어나야지. 다들 다시 들어가나?

리화지율민규

정환 (일어나며 뻐근) 수고들 해라. 아휴, 나는 집에 가자마자 뻗을 것 같애.


우르르 일어나 문쪽으로

진우 음식 놓고 냉장고 쪽으로, 지율이 챙겨들고 뒤따라가고, 일행 먼저 나가고


29  식당 앞 복도

하나씩 복도로 나오는 형사들, 출구로 걸어가는데


CUT TO

작고 젊은 남자, 검은 후드티, 야구 모자, 검은 청바지,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형사들 옆으로 지나가면

싸늘한 느낌, 정환 계단에서 멈추고 뒤돌아보고, 박형사 이미 보고 있고

민규, 리화 두 사람보고 뭐지? 따라서 힐끔 남자 돌아보면

남자 식당 앞에 근접, 문 서서히 열리고 지율 나오고

남자 발 약간 틀어 지율 쪽으로 가는 듯


박형사 정환 즉각 몸 돌리는데, 지율 나오는 뒤로 바짝붙은 진우 보이고, 남자 다시 방향 틀어 그대로 지율 앞을 지나치고. 지율, 진우, 남자 슬쩍 보고 잠시 멈칫, 일행 쪽으로

안도하는 정환, 박형사     


민규 (눈치, 진우에게) 누굽니까?

진우 (다시 한번 뒤를 보고, 남자 없고) 아닐거야. 가자.

리화 용의자입니까?

진우 아니, 범죄자. 지율이 찌른 놈... (빠른 걸음으로 지율에게 바짝 붙어 밖으로 나가고)

민규 송곳이요? 전에 여기 화장실에서 잡았다는..?

정환 (복도보며 소름) 응. 묘하게 많이 닮았네.. 분위기가.


(박 형사 어깨 툭툭, 다들 길로 나서고)


30 D 시환의 집, 아침 햇살, 창밖은 바쁜 거리, 한가한 경찰차 순찰 마치고 들어오고

카메라 줌 인, 고양이 안고 깊은 잠에 빠진 시환, 전화기 진동


시환 (눈 감고) 여보세요...

진우 (목소리) 류시환, 안 일어나?

시환 쉬는 날이잖아. 잘라구.

진우 짐 좀 옮겨야 되는데, 잠깐 보자.

시환 (번쩍) 드디어 버릴라구?

진우 (웃음) 귀신이네. 어.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내 보물들, 정리 좀 할라고. 언제 올거야? 점심 먹자.


31 /디졸브/ 진우네 집, 작은 방 앞에 선 시환, 진우

지저분한 오랜 물건 가득.


시환 와, 드디어 정리를 하는 구나. 기특해. 이거 다 버리면 되나?

진우 아니야, 다는 아니고..

시환 아, 좀.. 다 버려! 백년은 됐겠다.

진우 무슨 백년이야? 아직 쓸만해.

시환 이거 .. 형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안에 벌레있고, 세균있고..

진우 (들어가 이것저것 들어내고) 그정도는 아니거든? 들어와봐, 저쪽에서 같이 들어..


/플래시/ 정리하는 두 사람, 이것저것 물건 들어내고, 방 청소


/디졸브/ 깨끗해진 방


시환 됐다, 아, 이제 좀 사람 사는 방 같다

진우 (털고 나오며) 수고했다. 나머지는 내가 할게.

시환 할 게 더 있어?

진우 별로 없어. 큰 방에 있는 거, 여기로 옮길라고.

시환 그 방에.. 형 꺼, 옷 밖에 없잖아?

진우 어. 그 방을 비우고, 지율이 침대 놔 줄라고 (냉장고 음료수).

시환 (받으며) 선배가 들어온대?

진우 몰라. 아직 안 물어봤어. 일단 치워놓고, 살만하게 해 놓고 오라 그래야지.

시환 (마시고) 선배.. 방에서 못 잘건데?

진우 왜?

시환 어렸을 때 .. 다락방이었잖아. 작은 공간에 문 닫힌 거, 그런데에 혼자 있는거 안 좋아해. 숨도 못 쉴껄?

진우 그런가..?

시환 선배가 거실 쓰고, 형이 방 써야지.

진우 들어온다 그러면. 먼저 물어보고..

시환 들어오게 해야지. 언제까지 경찰서에서 재울건데? 그러니까 맨날 아프지.

진우 걔 말 안 듣잖아. 지가 온다 그래야 오는 거지.

시환 오게 해. 아예 선배 짐까지 빼다가 여기다 갖다 놓을까?

진우 난, 고시원 어딘지 모르는데?


(시환 음료수 완샷하고 씨익)


32  디졸브/ 고시원

총무 보고 아는 체


시환 (경찰 뱃지) 안녕하셨어요? 저 기억하시죠? 저희 선배님, 짐 좀 가지러 왔습니다

총무 (일어나 안내) 예, 들어가세요, 열어드릴께요

진우 (따라가며 소근) 야,아무나 막 열어주냐?

시환 아무나 아니거든. 난 몇 번 왔었어.


(총무 가고, 안에 들어서면, 진우 어이없음)

침대 위 여행 가방 달랑 두 개 열려있고. 옷가지들 차곡차곡.  


진우 이게 다야?

시환 고시원 사는게 다 그렇지 뭐.. (가방 잠그며) 옮기기 좋잖아.

진우 무슨 애가.. (둘러보고) 사진도 하나 없고, 그 흔한 책도 없고..

시환 책 안 읽어. 사건 파일 말고는 뭐 읽는 거 한번도 못 봤어. 들어. 가자.


(진우 가방 하나 들고, 시환 하나 들고 나가고)


33 고시원 앞, 진우 차 삥삥, 가방 두 개 실으며


진우 너무하지 않냐? 짐이 정말 이게 다라고?

시환 안 쓰는 거는 아마, 원주 본가에 있을껄. 이거는, 미국에서 들어 올 때, 가방 두 개 가지고 온 거 그대로래. 두개.. 옷이야, 사계절 다 합해서.   

진우 와, 볼수록 심각하네... 야, 99살 독거 할머니도 이거보다 짐 많아.

시환 (트렁크 닫으며 웃음) 어? 리화씨 아냐?

리화 (추리닝 차림, 물건 사오다 발견, 인사) 안녕하십니까?

진우 리화씨도 여기 살아요?

리화 예, 두 분은 왠일이십니까? 여기 여성 전용인데..

시환 지율 선배 짐 가지러 왔어요. 오늘 지방 가셔서 우리가 대신.

리화 아, 여기에 사셨어요? 저는 지난주에 들어와서 아직 한번도 못 뵈었습니다

진우 못 봐요. 걔는 경찰서에서 먹고 자니까. 밥 먹었어요? 같이 갈래요?

시환 그래요, 같이 가요. 진우 형이 맛있는 거 사준대요 (진우 보면, 웃고)


34 중국집

둘러앉은 세사람, 열심히 먹고


시환 아, 나 요새 짜장면 진짜 먹고 싶었어

진우 지율이 몰래 가서 먹어.

시환 어떻게 그러냐? 의리가 있지... (리화보고) 지율 선배가, 음식을 많이 가려요. 재료가 다 눈에 보여야지 먹고, 고기나 빨간 거 안고, (짜장면 가르키고) 이렇게 소스 덮은거, (탕수육 가르키며) 특히 이렇게 손가락 같이 생긴거, 이런거는 절대 못 드세요. 흰밥하고, 사이다, 과자만 먹어요.

리화 아, 진짜요? 그래서 그렇게 마르셨나봐요.   

진우 지가 노력 하는데, 그래도 같이 있을때는 신경 좀 써줘요. 먹는 거 빼고는 에이스에요. 배울 거 많아요.

시환 우리는 다 에이스야. 벌써 이름이 특별팀이잖아 (진우 비웃고)

리화 어제 밤에도, 늦게까지 계시는 것 같던데..

시환 아, 그거요.. 형 들었어? 이제 조금씩 뭐가 오는 거 같은데 (진우 ? 보면) 러시아 여대생 사건 말이야. 족적이 피해자 발보다 작은거 같대. 피해자가 250이거든. 근데 그거보다 작으면..

진우 여자 발 250이면 좀 큰 편이지만, (갸우뚱) 남자 발 250은...

시환 피해자가 키가 크니까, 러시아 사람이고.. 한국 여자보다 발이 크겠지. 근데, 그래도 남자 발이 250보다 작으면, 요즘 평균보다 많이 작은거 잖아. 만약에 230-40까지 내려가면..

리화 그러면 범인이 여자 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진우 (갸우뚱) 현장이 너무 잔인하던데..? 여자가 여자를 그렇게 많이 찌를 수 있나? 나같으면 힘들어서라도 못할걸?

리화 오버킬은 남자들이 많이 하지 않나요? 주로 복수나 치정 사건에서..

시환 그래도 방심하면 안돼요. 요즘에는 고유정 사건도 있고, 정유정도 있고..

진우 용의자는 압축 된거야?

시환 제일 의심되는 두 명이 있었는데, 어제 신발 얘기 나오고 나고, 세명 됐지. 봐봐, 피해자의 고무장갑을 사용한거, 주방용 식칼도 많은데 하필 째끄만 과도를 휘두른거... 그게 다 발 사이즈 작은 그 한사람을 가르키는 걸 수도 있잖아.

리화 밤새 그 사람 조사하신 겁니까?

시환 예, 근데 뭐, 전하고 별로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대답도 잘 하고, 협조도 잘 하고.. 발바닥 프린트 하나 따고 귀가조치 했어요.

진우 신발장은 다 뒤져보고?

시환 응. 문형사님이 하셨는데... 근데 혈흔이 묻었으면 진작에 버렸겠지. 며칠이 지났는데..

리화 바로 아랫집이 의심스러운데, 왜 이제야 족적 검사를 하죠? 좀 오래 걸린 거 아닌가요?  

시환 족적이 없었어요, 처음에. 범인이 발을 이렇게 막 질질 끌면서 걸어다녔거든요. 그리고, 피해자가 평범한 대학생인 줄 알고, 학교랑 알바 쪽 주변 남자들을 알아봤었는데, 성매매 정황이나 이상한 사진 같은 게 나오는 거에요. 휴대폰에 저장된 남자들 한 일이백명 되는거, 그거 일일이 조사하고, 줄이고 줄여서 이제 겨우 몇십 명 남았는데, 어제 그 남자가 가장 최근 애인이구요. 사건 당일 아침에 필리핀으로 출국했더라구요. 게다가 액자에 있는, 그 사진 속 남자하고 동일 인물이고. (진우 오호..끄덕끄덕) 응. 어제 와서 직접 확인했어. 자기 맞대. 그래서, 그 사람을 조사하다보니까, 아래층 남자 진술하고 뭐가 안맞는게 있는거야. 그래서 아래층 모자를 다시 불러서 재조사 한거죠.  

리화 의심스러운데, 잡아 놓을 방법이 없어서..

진우 임의 동행도 감지덕지야. 사진 속 남자는 뭐래? 그 아랫층 사람이 거짓말 같애?

시환 끝까지 그 남자는 이반나의 애인이 아니래. 인정하기 싫은건지.. 소속사 사장이 될지도 몰라서 예의상 잘해준거지, 아무 사이 아니다, 나이 먹은 남자가 오바다.. 이반나가 돈 때문에 만났지, 별로 안 좋아했다.. 근데 있잖아, 그 어머니.. 자기 아들은 절대 아니라고 펄펄 뛰는데, 자기가 아니라는 얘기 할 때는 좀..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라서 그런가? 아, 몰라.. 발 사이즈나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CUT TO 지이잉... 세사람 동시에 비상 문자


리화 어? 옥수역 폭발물 용의자가 벌써 올라왔네요?

시환 역시 CCTV가 있어서..


CCTV 영상 + 캡쳐 사진 여러장, 흐릿한 흑백, 손에 든 쇼핑백, 박스 하나 꺼내고, 두리번 거리다 보관함 열고. 뒤돌아서는 순간 정지, 확대, 얼굴 윤곽.


시환 (얼음) ... 말도 안돼... 형... 이거...?

리화 아는 분입니까?

진우 (시환 보며 말 잊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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