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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Sep 23. 2023

공자 가라사대...

유식한 말

뭔가 멋있는 말을 쓰고 싶지만 아는 게 많이 부족한 고로.. 제목에만 감히 '그분'을 이용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저의 사사로운 잡답입니다. 용서하세요.


하교 후 건널목 지도를 나갑니다. 저희 건물 바로 뒤로 약간의 잔디밭과 고속도로 (한국으로 치면 내부순환로? 아무튼 갑자기 빨라지는..) 로 연결되기는 진입로가 있기 때문에, 신호등 사거리에서부터 속도를 올리거나, 갑자기 줄이거나 하는 차량이 많거든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각별히 주의해야하는 곳입니다.


다들 아시는... 밝은 주황색 깃발을 들고 모퉁이에 섰다가 초록불에 아이들을 건너편까지 데려다 주는,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땅이 넓은 곳이라 걸어다니는 애들이 많지 않아요. 게다가 큰길가라서 더더욱.. 고학년 3명에 그중 한 아이의 동생 (5살 유치원) 하나 뿐입니다. 중학생들은 몇명 더 되지만, 사용하는 교문이 달라서 제 담당이 아니고.. 어쨌든 이 4명만 데리고 가면 되는 건데...


이 5학년과 유치원생 자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막내가 학교 시작했으니 걱정도 되고 보고싶기도 하고 그렇겠지요. 매일 학교에 와서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 대형 견 두 마리... 흔히 보는 싸구려 미국 가정입니다. 말이 과한가요? 바꿔볼까요... 못 배운, 무식한... 교양없고 무지한... 이유를 말씀드릴께요, 부디 공감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3시에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는 두 사람 - 둘 다 직업이 없습니다. 속옷인지 겉옷인지 모를,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걸레 조각을 걸치고 학교에 어슬렁 거립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요, 온 몸에 문신하고 고리 걸고 난리도 아니거든요. 예쁘냐구요... 두 사람 다 미국 사람 치고도 많이 비만이라, 손이 닿지 않는듯 잘 씻지않은 종아리 비듬과 굳어진 발가락 때... 다섯 발자국 떨어져 있어도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나 이런 사람이야... 교정에서, 길에서... 엄청 큰 소리로 떠듭니다. 자기들은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사는데, 아이 둘 키우기 모자란다며 더 줘야 한답니다. 저희 학교는 교복을 입는데, 교복 값을 왜 정부에서 주지 않느냐며 학교에 항의 한 사람들 입니다. 저희 주는 18세 이하 초중고 모든 아이들의 아침과 점심이 다 공짜입니다. 학교 물론 무상이구요. 저소득층은 양육비도 빵빵하게 받요. 애 셋이면 웬만한 연봉보다 많다는 말도 나오죠. 이 사람들요, 교복 안 입는 학교 보냈으면, 일상복 값도 달라고 했을 거에요.


등하교 길은 부모들 차들로 가득하잖아요. 길도 막히고, 신호도 어긋나고... 이 동네는 교차로를 막아서는 일은 절대 없지만, 어쩌다 우회전하면서 살짝 횡단보도에 걸치는 경우는 생깁니다. 큰 길에서 학교 앞 골목 (제 구역!) 으로 꺾으면서요. 그래도 큰 길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바짝 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등하교 시간은 어쩔 수 없다고 봄), 이 사람은 자기 걸어가는 길 막았다며 상대편 차 두드려 창문 내리게 하고 싸웁니다. 불법주차랍니다.


상대편 차도 같은 학교 학부형이잖아요. 자기 자녀의 친구들이겠죠. 게다가, 그토록 소중한 자기 아이들 앞에서 그야말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주먹으로 차를 쾅쾅 두드립니다. 정상은 아니죠. 그리고 돌아서서 저와 제 동료를 협박합니다.

"너네 똑똑히 들어! 횡단보도가 막혔다고 횡단보도 밖으로 내 아이들을 건너게 하면 너네 다 고소할거야!"

          

하교 지도를 하는 제 동료는 동성애자 입니다. 호르몬 치료로 수염도 좀 있고, 남자 옷을 입기는 하지만, 체형이 가늘고... 어차피 그 두 사람에게 비하면 누구든 한줌거리에요. 저 또한 보통 체구의 아시안 여자구요. 자기 과시가 지나쳐 상대를 우습게 보는 게 빤히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동시에 화창한 햇살이 머리뼈를 관통하며 쭈욱 뻗쳐 나가는 것이... 텅 빈 대가리가 들여다보이며.. 한심했습니다. 안 참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요, 법을 어기는 건 다 경찰 불러야죠. ***씨도 조심하세요. 타인에게 소리치고, 남의 차에 손대고, 아이들 앞에서 난동부리는 거, 위법입니다. 그리고 교직원 협박도 추가 할 수 있어요. 듣는 사람이 위험했다고 느끼면, 그건 분명 구속감이니까요."

자기는 협박한 적 없대요. 아니, 누구를 범죄자로 만든다며 노발대발 하더라구요. 동료가 말리는 척 하며 끼어들었습니다.


"학교 구역에서 지나친 노출 의상을 입는 것도 위법이고, 사랑하는 두 개에게 줄을 채우지 않은 것도 위법입니다. 노견이고 말 잘 듣는 건 알겠지만, 당신 말을 잘 들을 뿐입니다. 이런 큰 길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 개들 스스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느끼신다면, 인근 경찰서나 소방서, 교육청에 연락해서 인원을 보내라고 정식으로 건의하십니오. 경찰이 나와서 당신의 가족을 지켜 줄 겁니다."


이런 이야기 (상대편의 일방적 고성과 우리쪽의 정직한 발언) 가 오가는 동안, 아이는... 큰 애는 멀찌기 떨어져 모르는 사람인 척 핸드폰만 보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니 다른 아이들이랑 놀고 있었습니다. 큰 아이가 조금 걱정되었습니다. 속상했을까요, 창피했을까요... 경찰 이야기가 나오자 괜시리 개한테 화풀이하며 '엄하게' 다스리는 그 애비의 손모가지를 비틀어주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좀 찔리는 게 있었는지, 처음으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더이상 불쾌한 몸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저씨 옷에 게이를 혐오한다 뭐 이런 문구가 써있기는 했지만, 동료는 오히려 쿨 하네요. 그래도 안에 남게 하고 저 혼자 애들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조용히, 길만 건넜습니다. 다 건네주고 돌아서서 다시 건너오려는데 남자가 '땡큐' 한마디 하네요.


자기들도 봤을겁니다. 유리문 안에서 저와 다른 선생님들이 동료에게 남아있으라고 이야기 하는 걸. 그가 다른 일을 돕고, 제가 혼자 걸어나와 아이들을 데려가는 걸, 흔한 눈인사 한번 안 하는 수많은 스탭들을 눈치 챈걸까요? 자기 아이들이 '후환'을 겪을까 조금 양보하는 걸까요? 큰 아이가 잔소리 한 방 했을까요. 학교 안에 소문 다 났거든요... 지구 어디에서도, 아줌마들 많은 곳은 말이 빠르잖아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자꾸 전해집니다.


손모가지가 아니라 주딩이를 낚아채고 싶은.. '구속'시켜 마땅한 미친 애미들도 많구요. 저는 스스로 '노련한' 교사라 생각하기에, 적당한, 합당한 대응을 합니다. 안 무섭거든요. 왜냐하면 그 뒤에는, 학교라는 더 큰 조직이 날 위해 버티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러나 어린 친구들은 아마 상대가 어른이고, 학부형이고, 목소리 큰 다수 이기에, 더더군다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맨 몸으로 시달렸을겁니다.


교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입니다. 어린 사람 - 특히 여자 - 한테는 무조건 반말하는 나라.. 그 안에 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대접 받겠다는 하찮은 욕구가 만들어낸 어이없는 관행입니다. 왜 자기 자존감을 남한테 인정받고 싶을까요. 파워는 문신이나 피어싱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존중은, 갑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아직도 한참 모자란 중생들을 한곳에 가지런히 모아놓을 그 날까지, 먼곳에서나마 함께 돌을 던집니다.

너! 망해라.

망해야한다.



p.s. 먼저 가신 선생님들도 공무 수행 중 순직으로 인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 만큼, 정신나간 어른들에게서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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