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지난 주 부터 개학 준비 중 입니다. 막판 열기를 뿜어내는 8월의 2주 동안을,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고, 온종일 교육에, 면담, 회식 (간단한 점심 - 주로 타코나 피자)… 그리고 각자의 교실 꾸미기까지. 재미도 있지만 아, 방학동안 너무 늘어져서 그런가요.. 몸이 안 움직입니다. 노는 것도, 일도.. 젊어서 해야 하나 봅니다.
올해 학생수가 많이 늘어서 선생님 한 분을 더 모시게 되었습니다. 교실을 둘로 나누느라 말 그대로 대문짝만한 화이트보드를 가림막으로 놓았는데, 음악실에서 쓰던 걸 주워(?)온 거라 한쪽에 악보를 그릴수 있다는 .. (^^;) 아하하.. 기회가 되면 노래도 좀 가르쳐 볼까요.. 일단은 작년 학기말에 1학년 학생들이 만들었던 미술 작품을 붙였습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에요. 개학하면, 새로 꾸민 교실에 자기 작품까지 붙어있으면 좋아하겠죠? (빨리 보고 싶기도 하지만, 아니요, 천천히 개학해도 된다는 간절한 바램도...)
전에 쓰던 오래된 보드는 아마존에서 사비로 구매한 (!!!) 샴푸하고 컨디셔너까지 잘 발라주었습니다. 효과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진에는 새것처럼 반짝거리던데 흠…….. 좀 놔뒀다가 몇 번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근육 운동이었습니다. 한참을 문질문질 해주었더니 양쪽 팔이 다 아프네요. 광고에서 처럼 잘 살아나기를… 늘 속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설명대로 성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막간을 이용하여, 교실 문을 새로 꾸몄습니다. 올해는 아이들이 더 좋아하도록, 카페 문양을 이용했습니다. 잘 보시면 스타벅스가 아니라 스타”북스”에요.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확대해서 뽑았습니다. 종이컵은 뚜껑으로 쓸만한 아이템이 없어서 급조한 크림을 올리고 빨대를 꽂구요. 사실 갈색 컵홀더는 뜨거운 음료에 쓰는 건데, 어쩔수 없이 뜨거운거 찬거 믹스가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아이들은 모를거니까요. 아마 색색가지 손톱만한 스티커에 집중하느라 컵 홀더 같은 건 보이지도 않겠지요.
교실 문이라는 게,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은근 신경쓰입니다. 저처럼 담임반이 아닌 경우는 아무래도 복도 끝이나 구석 어딘가에 숨어있어서 눈에 잘 안 띄거든요. 도서관이나 휴게실처럼 아이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공간이 뭐가 있을까 하다 생각났습니다. 물론 ESL 아이들이 주 고객일테지만, 그래도 초등중등 합쳐서 80여명 되니까 적지는 않습니다. 그중에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음하하 웃으며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었는지 꼽아봅니다...
(두둥... 슬픔의 북소리) 중학교 ESL 애들은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이나 난민 애들이 절반을 넘는데, 설사 모르는게 있어도 아는 척, 숨기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부모가 도와주지 못할때가 대부분인데도, 일단 친구들한테 창피하니까요. 또 일부는 ‘이정도면 잘 한다’는 생각에 (말만 잘해요..) 본인이 ESL수업을 해야한다는 걸 부정하기도 합니다. 여기도 이래저래 힘든 나이죠. 중2병은 전세계 공통인것 같습니다. 올해는 제 교실이, 외톨이, 아웃사이더 아이들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경하시라고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첫번째가 제 교실입니다. 말씀드린대로 저는 중학생도 있어서 수준을 좀 끌어올렸습니다... 음하하... 하면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고 재미있게 들어왔으면 해서요 (^^)
두번째 분은 올해 새로 오신 초등 여자 선생님이시구요. 많이 애쓰신게 보이죠?
아랫분은 너무 티나게 남자 선생님... 별로 큰 (?) 노력없이 포스터 하나로 가볍게 (그러나 귀엽게) 패쓰! 5학년 교실입니다. 이 선생님이 사실 요다랑 좀 닮으셨어요... 특히 몸매와 헤어 스타일이.
그리고 마지막 분은 특수교육이십니다. 작지만 다같이 조금씩 성장하자...라는 깊은 뜻이 아닐까요.. (저 혼자만의 해석)
요즘 브런치에서 느끼는 건데, 곳곳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더워서 그런가요, 크리에이터 때문에 그런가요..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저만 몰랐을까요? 과열 경쟁으로 조회수 늘리고 메인에 뜨고... 자기 홍보나 남 지적하는 글이 매일 올라오네요. 읽어서 불쾌한 파워게임보다 순수하게 글을 즐기고 사랑하는 모임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쓰고 읽는 자체가 기쁨이 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