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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규 Jul 17. 2020

#아들과 함께 새로움 찾기_7

아침에는 푸른 산을 바라보자

부스럭거리는 엄마 아침 출근 준비 소리에 평소와 다르지 않은 울음소리로 아침이 왔다.

요즘 들어 부쩍 엄마를 찾는 소리가 많아졌다.

그만큼 승후가 누군가에게 더욱 애착을 표현하고 본인의 의지와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큰 목소리로

떼를 쓰는 시기가 정점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옷 방에 들어가서는 나갈 채비를 하잔다.

옷도 자기가 입겠다며 거꾸로 입는 것도 모자라 상의 옷을 목에 넣고서는 바지까지 쑥 내린다.

양말도, 바지도, 기저귀도 필요 없다.

오로지 본인의 몸에 무언가가 걸쳐있다는 감촉만 있다면 승후의 등원 준비는 끝인 것 같다.


결국에는 자기 성에 못 이겨 나의 손을 이끌며 

“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주세요. 오늘은 꿀잠을 자서 컨디션이 좋단 말이에요, 빨리 밖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웃기게도 그런 모습에 피곤한 정신을 깨고 승후를 힘껏 안아본다.    


마음이 급하다.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손을 이끌며 머리를 일으키며 아우성인 아들에게 빨리 나가주지 못해 미안함 마음이 드는 순간일 즈음

결국엔 떼를 쓰며 울어버리는 승후의 마음을 달래주는 방법    

바로 승후를 안고 베란다로 보이는 산에게로 간다.    


승후야 아침에는 푸른 산을 바라보자

오늘따라 유난히 더욱 푸른 산을 보며

“저곳엔 승후가 좋아하는 짹짹이도 있고 늑대도 있고 매미도 있단다”라고 말해주자

작은 눈동자에 스며든 호기심에 평온이 찾아온다.    


아침 일찍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사계절 모든 광경이 자유롭지만 특히 나는 녹색 기운 가득한 활력 넘치는 요즘의 산이 좋다.

   

산의 모습은 언제나 다르고 오르는 길 또한 다들 제각각이지만

산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은 언제나 평등하다  

  

알게 모르고 숨 쉬고 일하며 쉼 없이 움직이는 숨소리

치열한 듯 보이지만 고요하게 울리는 새들의 소리

마음만 먹으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수 만 가지 다양한 오감의 꺼리들    

그렇게 한 동안 산을 바라보고 나면 승후의 마음은 이내 진정되곤 한다.


아직 산을 바라보는 마음은 알 길 없지만

시선의 교차로만 머물지 않고 ‘푸르르다’라는 의미를 알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는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친구들이 있고

아빠처럼 힘껏 안아줄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며

승후처럼 사랑스럽고 앙증맞은 꼬마들이 있으니

그들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승후를 바라보고 승후 또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5분여간을 승후와 함께 밖을 보고 있노라면

팔이 저려온다 

팔이 저려오면 목마를 태우고

목이 저려 오면

어부바를 한다.

승후가 좋아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쉽게 떠날 것 같지 않던 승후의 눈길도 EBS 아침 프로그램이면 

아주 쉽게 돌아온다.   

 

그동안 승후에게 마실거리와 먹을 것을 내어주고 부랴부랴 출근 준비와 등원 준비를 한다.

그렇게 서둘러 주섬주섬 옷을 찾아 입는데

김밥을 입에 물고서는 나를 찾아와 다시금 베란다로 가자고 한다.    

그러고서 나를 옆에 세우고 산을 바라보더니 나에게 김밥을 먹어보란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입 베어 먹은 김밥이 꿀 맛처럼 달았다.    


승후의 눈길에는

아빠! 산을 바라보면 먹는 밥은 꿀맛이에요, 아빠도 한 입 해봐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제법 늠름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잠시 출근 준비를 하느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과연 승후가 고고 다이노를 뒷전에 두고 산을 바라보며 김밥을 먹었을까?’
‘그러다 문득 아빠 생각이 나서 나에게 달려왔을까?’
‘이 놈이 자기가 먹기 싫어서 나에게 김밥을 준 건가? 우연처럼 다시 베란다로 나가자고 했을까?’    


결론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 참.. 옷 다 입었으면 빨리 나갑시다, 오늘따라 참 굼뜨시네’

라고 말하듯

현관문 앞 자전거에 미리 탑승해 있다.    


엘리베이터 안,

아빠를 보며

신이 나서 함박 웃는 짓는 승후에게    


아들아 산처럼 늠름한 사람이 되어라 
이기적이지 않는 경이로움을 가진 사람이 되어라
따뜻한 사람이 되어라

 라고 마음으로 말해주었다.   


나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는 말이 더욱 진하게 스며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끔 혼내주고 싶고 꿀밤을 놔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 또한 승후에게 진심을 전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40분간의 긴 산책 끝에 흠뻑 젖은 와이셔츠를 다시 갈아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차 안 에어컨이 달갑게 느껴진다.    


승후의 엉뚱맞고 귀여운 행동이 자꾸 생각나 절로 미소지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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