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이 나를 살아지게 한다.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있어야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진단서를 받으러 저번에 갔던 정신건강의학과를 갔다. 저번보다 사람이 더 많고 예약 없이 가서 3시간을 기다렸다. 몇 개월 만의 방문이었는데도 의사 선생님은 나를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고, 저번에도 그러셨던 것처럼 내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주셨다.
나는 진단서만 받아서 올 생각으로 간 거라 그렇게 오랫동안 진료를 봐주실 줄은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걱정됐었나 보다.
약의 효과는 어땠는지, 지금 상태와 기분은 어떤지, 심리 상담은 왜 받으려고 하는지, 몇 회 받는 건지, 한번 상담받을 때 몇 분 정도 받는지 등등 세세히 물어봐주셨다. 그리고 얼마나 심도 깊은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50분씩 10회를 받는다고 해서 내 심리가 안정이 될 수 있을지, 심리 상담이라는 것이 속 깊은 이야기까지 다 들춰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히 들춰냈다가 제대로 덮지도 못하고 마무리되어 나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게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하셨다.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내가 심리상담을 1회 받고 나서 느꼈던 느낌을 이미 알고 계셔서 약간 놀랐다. 심리 상담받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로 다시 치료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심리 상담이 들춰내서 치료를 하는 방식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는 약물로 덮으면서 치료하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하시며 진단서를 발급해 주셨다.
그리고 약처방 해달라는 얘기도 안 했는데 2주 치의 약물을 더 처방해 주셨다. 약물 용량은 전에 비해 조금 늘어나있었다. 사실 심리 상담 1회 받고 나서 생리전증후군과 겹쳐서 아주 극심한 우울감이 느껴졌었는데 진단서 받으러 간 겸사겸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의 상담과 진단을 통해 추가적으로 약을 받고 다시 약을 먹으니 또다시 그냥 그렇게 살아졌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또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의 그 정성이 나를 또 그렇게 살아지게 만들어주셨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흘러갔다.
발급받은 진단서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하루이틀 뒤 바로 승인이 되었고 나는 1회당 5만 4천 원씩, 8회를 지원받는다고 안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