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죄수복
다음날 면회를 갔다. 가족 등록을 하고 구속 당시 소지했던 물품을 받으러 갔는데 내가 알고 있던 언니의 익숙한 물건들이 진짜로 나와버리니까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왜 내 인생은 이럴까. 오지 않아도 될 이런 곳을 왜 와야 할까. 도저히 언니의 얼굴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고 손이 벌벌 떨렸지만 결국 면회시간은 다가왔다. 뭔가 기분 나쁜 올리브색, 칙칙한 연두색 미결수 복장을 한 언니를 보며 믿기지 않는 현실을 부정했다. 입술은 형태도 없이 다 터져서 구속될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며 겁에 질려 엉엉 우는 언니를 보며 마음이 미어졌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고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하고 나왔다.
언니와 엄마가 같이 사는 집에 가보니 4-5년간의 재판기록이 담긴 정말 많은 서류가 쌓여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구속된 후에야 법무부에서 보내준 문자로 이 상황을 알게 한 언니와 엄마가 이해가 안 되고 원망스러웠다. 법무부에서 문자를 안 보냈더라면, 내가 그 문자를 영영 못 봤다면 어쩌려고 얘기를 안 한 걸까? 일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둘은 왜 얘기를 안 해준 걸까? 엄마는 언니가 이렇게 심각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몰랐단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단다. 정말 속이 뒤집어진다.
그 많은 양의 서류들을 모두 들고 낑낑대며 난 차가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거리의 내 자취방으로 왔다. 엄마랑 같이 있으면 속이 뒤집어져서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니를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 글자 한 글자 정독을 했다. 나는 또 한 번 무너졌다. 언니의 주장은 피해자가 SNS로 자신을 부르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공소장 가득한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망상적 사고가 너무 심각해서 정말 감당이 안 됐다.
4-5년 동안 범칙금부터 시작해서 접근금지, 벌금, 집행유예 모두 거쳐서 결국에는 구속이 된 것이었다. 정말 충격과 절망 그 자체였다. 피해자는 미친 여자한테 잘못 걸려서 뭔 개고생인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언니의 얘기만 듣고 공소장 내용만으로는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염치 불구하고 언니 핸드폰에 있던 피해자의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내 문자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송구스럽고 공포스러운 상황이기에 너무나도 조심스러웠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구구절절 사정을 적어서 보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역시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