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도 막고 이산화탄소도 재활용한다는데
이산화탄소는 탄소 원자 하나에 산소 원자 둘이 결합한 화합물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날숨이나,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주로 발생한다. 특히 근대 이후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욱 증가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의 약 16.5%에 달한다.
지구에서 발생되는 모든 이산화탄소는 대기권에 열을 가두면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연평균 지구 온도는 20세기 평균에 비해 0.95℃ 상승했다. 겨우 1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지구 전체 역사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실제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가 제공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189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대륙의 연평균 기온은 10년 당 화씨 0.16도씩 증가하는 온난화 추세를 보인다.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가속되면서 지구인의 기후위기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단순간에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없는 만큼 과학자들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과학자들은 어느 날 거꾸로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이미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붙잡아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기술이 바로 CCUS, 이른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 기술이다. CCUS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산업 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CO2를 잠재적 시장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직접 전환하여 활용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직접공기포집이라고 불리는 'DAC 기술'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Removal)할 수 있는 대표적 포집 기술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빌게이츠는 CCUS 기술을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뽑았다. 테슬라(Tesla) 일론 머스크(Elon Musk)역시 올해 1월 ‘최고의 탄소 포집 기술(the best carbon capture technology)’ 개발자에게 1억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겠다며 대회 추진을 공표했다. 이들 모두 CCUS 기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관련 레포트를 통해 저감하기 어려운(hard-to-abate)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CCUS 기술을 명명했다. IEA 발표자료에 따르면 207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다양한 저감 방책 가운데 CCUS 기술의 기여도가 무려 15%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 Ministry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은 미국, 중국 및 일본의 향후 예상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현재 3국의 포집 비용은 다소 높지만 2050년에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50년에는 CCUS 개발을 지원할 글로벌 시장이 10~12조엔(약 1천억~1천2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이 용이한 식물에 대한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개발된 기술 같지만 CCUS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작은 1970년대에 원유 생산량 증대가 목적이었다. 미국 텍사스주에 소재한 테럴 천연가스 발전소(formerly Val Verde Natural Gas Plants)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테럴 천연가스 발전소는 CCUS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현지 정유 공급자들에게 납품하는 형태로 수익 모델을 유지했다.
현재는 전세계 상업용 CCUS 시설 21개가 각 시설별로 연간 최대 40 메가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10개를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노르웨이, 영국, 호주, 중국의 점유율이 뒤를 잇는다.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은 대표적인 CCUS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빌 게이츠를 비롯해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6,8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내부 시설을 가동하면 수산화용액을 이용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이를 탄화수소 연료, 디젤, 휘발유 등의 다양한 액체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 장치 한 대는 연간 이산화탄소 100만t을 포집할 수 있는데, 이는 나무 400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이다. 사측 발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가 효율적이라면 4만 대를 설치했을 때 인간 활동에 의한 신규 이산화탄소를 0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물론 비용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 역시 대표적 CCUS 기업이다. 특히 올 9월부터 아이슬란드에 설립한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오르카(Orca)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르카는 매년 약 4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할 수 있다. 필터를 통해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를 타고 다른 시설로 이동하고, 이동된 이산화탄소는 물에 용해시켜 탄산수 형태로 저장된다. 특히 이를 인근지역 1000m 지하 현무암 암반층에 주입하면 약 2년 후에는 자연 암석이 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클라임웍스는 앞서 살펴본 카본 엔지니어링과는 달리 흡착 성분이 들어간 필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를 통해 채소가 자라는 온실에 공급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작물의 광합성 작용을 촉진할 수 있다.
현재 클라임웍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맞춤형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 기업 아우디는 1000톤 맞춤형 서비스를 체결했다. 아우디는 앞으로도 클라임웍스와의 파트너쉽을 더욱 공고히 해 세계 이산화탄소 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차원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세계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인식하고 20년 12월까지 128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국가에 합류했다. 최근 정부 관계 부처가 발표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이미 탄소세 부과 등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경제구조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키어솔(KIERSOL)을 SK 머티리얼즈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키어솔은 해외 기술보다 저렴한 흡수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운전할 수 있다. 키어솔로 분리한 이산화탄소는 고순도 액화 공정을 통해 반도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해외 CCUS에 기술력을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CCUS 기술을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많은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부담요소로 작용한다. 딜로이트의 발표자료의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기업 ‘하이넷 노스웨스트 잉글랜드(HyNew North West)’ 프로젝트는 매년 1.1메가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9.2억 파운드의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에너지 역사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포집 설비와 파이프 라인, 압축 시설, 저장 시설 등의 그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도 몇 세대가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선진국들은 장기적 미래를 보고 국가적 지원 방안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45Q Tax Credit’ 정책을 세우고 CO2를 포집·저장·활용하는 시설에 이산화탄소 1t당 최대 50달러(약 5만8000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추진중이다. 유럽의 경우 의무사용 재생연료 범위에 CCU연료를 포함하게 하는 등 개선안을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호주의 활약이 돋보인다. 호주 에너지믹스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은 80% 수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온실 가스 배출량이 상당해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정책 역시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2020년 09월 발표한 ‘기술투자로드맵(Technology Investment Roadmap)’의 일환으로 CCUS 개발기금(Carbon Capture, Use and Storage Development Fund)을 조성해 6개의 CCUS 프로젝트에 총 5,000만 호주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계가 친환경과 기후 변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인류 생존과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업들 역시 CCUS 기술과 탄소세 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