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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Aug 23. 2021

미래 전기차의 핵심, 전력 반도체


전세계적으로 뉴딜 정책이 시행되면서 차세대 운송수단 개발, CO2 배출 저감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전환하는 ‘전력 반도체’도 함께 이슈로 떠올랐다. 전력반도체란 전력을 사용하는 제품에 알맞은 전력으로 변환하는데 쓰이는 스위치를 말한다. 


주요 전력반도체 소자로는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IGBT(Insulated-gate bipolar transistor), 모스팻(MOSFET), 트리스터(T3STER)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스마트폰, 소형충전기, 스마트기기, 신재생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전력소자의 에너지 손실을 5%만 감소시켜도 미국의 전력수요의 1/3에 가까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전력 반도체가 전력 제어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매진하면서 차량용 전력 반도체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내연차(완성차) 한 대에 약 200~300개의 반도체가 사용되었다면, 미래차에는 최소 2천 개 이상의 반도체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1) 차량용 반도체 시장 현황


차량용 반도체란 '자동차의 주행 및 탑승자 안전 상황 정보를 감지·분석·판단하여 제어·구동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단기 수급 대응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에 따르면 기능에 따라 △MCU(Micro Controller Unit) △액츄에이터 구동 IC △전력관리 IC(PMIC) △통신칩 △센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래차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정밀한 부가서비스를 수행한다.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자동차의 특성 때문에 다른 전력반도체들보다 훨씬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뿐 아니라 향후에는 드론, 자율주행선박, 첨단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산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IHS Market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작년(2020년) 기준 390억불 달러에서 26년 676억불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NXP(10.2%), 독일 인피니온(10.1%), 미국 TI(6.9%), 일본 Renesas (8.3%)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예상보다 빠른 자동차 수요 회복 등으로 인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올해 목표 생산량을 감축했다. 대만 TSMC 등 생산 가능한 파운드리가 극소수에 불과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채로 병목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올해 3분기까지는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국내 완성차 기업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의 95%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이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설계/판매중이지만 앞서 언급한 글로벌 순위와는 격차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체 개발이 어려운 앱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는 외부에 맡기되, 비교적 개발이 쉬운 반도체는 최대한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Trinnotech, Sigetroinics 등 국내 전력반도체 중소기업들 역시 가정용/산업용에서 자동차 분야로 타겟 시장을 전환하는 분위기이다. 팹리스 만으로는 부족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운드리(제조) 과정까지 내재화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경쟁력을 겸비한 차량용 반도체 개발이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미래차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 차세대 반도체 소재 - SiC, GaN


한편 다른 반도체들과 마찬가지로 차량용 반도체 소재 역시 전통적으로 실리콘(Si)이 사용되어 왔다. 우선 실리콘은 자원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고, 산소와 반응할 때 산화막을 형성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도핑(Doping)을 통해 전기전도나 전도 형태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의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실리콘은 스위칭 속도나 효율 등에서 한계를 보인다. 150도 이상이 되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린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에 따라 차량 성능과 발열량 역시 커지고 있어, 주요 소재로 실리콘 만을 고집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최근 실리콘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전력 효율과 내구성 모두 뛰어난 와이드 밴드갭(WBG) 반도체 소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200°C 이상의 고온에서도 고전력밀도가 필요한 전력소자에 활용된다. 주요 소재로는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산화갈륨(Ga2O3) 등이 있다. 


                                                                    GaN 웨이퍼 사진

 

실리콘 카바이드 (탄화규소, SiC)


SiC는 실리콘보다 밴드갭이 3배 넓다(3.26 eV). 실리콘이 높은 온도에서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리는 반면, SiC는 온도에 상관없이 반도체 성질을 유지할 수 있다. 고온, 고주파, 고전압 환경에서의 성능 역시 실리콘보다 우수하다. 항복전압의 특성 때문에 동일한 전압에서 실리콘 대비 10배 작은 소자를 만들 수도 있다(소형화). 


미래차 분야에서 SiC는 열전도가 높아 전열면적이 적어도 냉각이 간편한 장점으로 더욱 각광받는다. SiC를 사용하면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인버터(직류 성분을 교류 성분으로 변환하는 장치)의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2018년 테슬라 모델3에 세계 최초로 SiC 반도체를 적용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2세대 연료전지 전기차 ‘미라이’에 SiC 전력 반도체를 탑재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에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가 새롭게 출시한 반도체 전력 모듈을 장착했다. 국내 중소기업들 역시 SiC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자동차(Hybrid electric vehicle), 연료전지 자동차(Electric Vehicle), 배터리 자동차 등의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현대차에 탑재된 인피니온의 SiC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전력 모듈


질화갈륨(갈륨나이드, GaN)

 

한편 GaN은 스위칭 속도가 수십 MHz로 매우 빨라 저장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실리콘의 1/3 크기까지 소형화가 가능하며, 밴드갭이 넓어 고전압에도 유리하다. 최근에는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및 레이더를 비롯해 5G 통신 및 군용 애플리케이션과 민간 선박, 발광다이오드(LED)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GaN 반도체는 실리콘 제품보다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실리콘 카바이드보다 더 저렴한 비용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실리콘 반도체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SiC 반도체를 더 선호하고 있다. GaN의 성능은 SiC 반도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보다 가격경쟁력 측면을 더 강화한다면 SiC 시장 규모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실리콘(Si) 기반 반도체와 질화갈륨(GaN) 반도체 크기 비교



GaN 전력반도체 시장에서도 자동차 분야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185%씩 성장해 2026년 예상 시장 규모는 1억 5500만달러(약 1735억원)로 추정된다. 관계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나 부품사 등이 GaN을 본격적으로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2026년 GaN 전력반도체 시장 전망



다만 WBG 반도체를 당장 상용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SiC, GaN 반도체의 웨이퍼 크기는 Si 반도체의 절반 수준인 6인치에 머물러 있다. 보통 웨이퍼는 지름이 클수록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증가한다. 웨이퍼 크기가 곧 반도체 생산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Si 반도체의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WBG 소재의 반도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과 기술면 모두에서 적절한 후속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SK(주)는 지난 1월 국내 유일의 SiC 전력반도체 생산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해 지분 33.6%를 인수했다. 현대 오트론은 지난 5월 현대차와 함께 SiC 전력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랩(Lab)을 열었다. 전통적으로 8인치 웨이퍼를 생산해온 DB 하이텍 역시 최근 GaN, SiC 등의 차세대 전력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은 매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WBG 소자는 고효율과 높은 밀도 특성을 지닌 미래형 전력 반도체 소자이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 차량 내부 회로에 요구되는 정격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각광받는 전기차 시장에서 WBG 등 차세대 소재 기반 전력 반도체는 제품의 출력 효율성을 결정짓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본 글은 소재 R&D 플랫폼 '맷스큐(Materials square, MatSQ)'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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