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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 Apr 01. 2021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힘, 태양전지


근대 이후 인류는 석탄, 석유로 대두되는 화석 연료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연소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해 환경 오염을 야기시킨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는 최근 더욱 심각해져 이미 폭우, 가뭄 등의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재난도 일어나고 있다. 화석 연료 매장량 자체도 한정되어 있어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지구 보존과 에너지 자원은 양측 모두 중요한 이슈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최근에는 태양, 바람, 파도 등 친환경 에너지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 자원은 모두 고갈 위험이 적고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청정 에너지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태양 전지 등의 태양광 기술은 전기차 등의 미래사업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지구가 1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태양 에너지는 전세계가 사용하는 1년 에너지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만약 태양 에너지 기술을 확보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메마르지 않는 에너지를 얻는 셈이다. 그렇다면 태양 에너지는 어떤 원리로 모을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태양 전지로 대표되는 태양 에너지 기술은 정말 미래를 앞당길 기술일까?




태양광 에너지란?


태양 에너지를 활용 방식은 크게 태양광/태양열로 나뉜다.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대두된 태양전지의 경우 주로 태양광 발전에 활용되고 있다. 태양광은 말 그대로 태양의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서는 태양 전지(Sola cell), 모듈(module), 이를 운용할 시스템(System)이 필요하다.


태양전지는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과정이 반도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다. 태양전지(반도체)를 만드는 재료에는 크게 ‘실리콘’과 ‘화합물’이 있다. 요즘에는 자주 사용되는 재료 순서에 따라 1세대(실리콘), 2세대(박막), 3세대(유기, 하이브리드, 염료감응 등)로 나누기도 한다.


태양전지가 얼마나 많은 태양빛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는 전지를 만드는 재료의 물성에 따라 달라진다. 소재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태양빛의 파장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는 약 20%의 광전변환(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일) 효율을 지닌 실리콘 소재가 전체 태양광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모듈은 여러 개의 태양 전지들을 직렬/병렬로 연결한 커다란 판과 같다. 모듈이 있으면 얇고 약해서 파손되기 쉬운 전지를 프레임으로 보호할 수 있다. 모듈 판에 전지를 많이 붙일수록 발전 용량은 증가하게 된다. 세계 모듈 시장의 경우 2019년 기준 한국의 한화솔루션이 셀 공급 9.6GW, 모듈은 11.3GW 세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013년 화성캠퍼스를 시작으로 기흥, 평택, 온양캠퍼스 주차타워에 순차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탄소 절감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


실리콘은 전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태양전지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기적 성질이 다른 2개의 반도체(N형, P형)의 접합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어 낸다. 태양전지라는 물질 표면에 일정한 진동 수 이상의 햇빛(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오게 된다. 이 때 전자(electron)와 정공(hole)이 각각 반대방향(N/P)으로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반도체 안에서 정공(+)과 전자(-)가 만들어지는 광전효과를 활용한 셈이다.


실리콘이라는 똑같은 소재를 활용해 태양전지를 만들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규칙 때문에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보통은 실리콘의 결정성에 따라 ‘단결정 태양전지’와 ‘다결정 태양전지’로 부른다. 만약 결정의 방향이 고체 전체에 균일한 방향으로 배열되면 ‘단결정 태양전지’라 하고, 다양한 경우에는 ‘다결정 태양전지’가 된다. 일반적으로 실리콘 태양전지는 결정성에 따라 평균 15-20%의 효율을 보인다.


이러한 실리콘의 결정성 차이는 태양 에너지의 전기 에너지 변환 효율성 차이로 이어진다. 동일한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도 균일한 규칙과 방향을 지닌 단결정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단결정의 경우 효율은 높지만 가격이 비싸다. 반면 다결정의 경우 효율은 떨어지지만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박막 소재 태양전지


한편 박막형 태양전지란 반도체 웨이퍼 소재로 실리콘 대신 값싼 유리나 금속기판을 사용하고 그 위에 반도체 박막을 씌워 만든다. 이 경우 우선 고가의 실리콘 양을 1/100로 줄일 수 있어 저렴하다. 또한 실리콘 태양 전지가 소재→잉곳→웨이퍼→셀→모듈의 순차 공정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박막형 태양전지는 셀과 모듈 단계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공정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다.


박막 태양전지는 기판 위에 증착(씌워지는) 물질에 따라 CdTe, CIGS 등으로 나뉜다. CdTe의 경우 높은 광흡수율을 지닌 데다 제조단가 역시 저렴하다. 하지만 카드뮴(Cd) 원소는 희소한 데다 독성을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CIGS 전지의 경우 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등의 화합물을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에 증착해 만든다. 이 경우 공정이 간단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내구성이 아주 높지만 사용하는 원소들이 비싸다.


최근에는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CZTS 태양전지는 사용되는 물질들이 저렴하면서 독성도 없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울퉁불퉁한 지붕 등에도 설치가 가능해 도시 건축물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태양에너지융합연구센터 연구팀은 CZTS 태양전지의 핵심 원리를 규명하고 플렉시블 박막 태양전지 광전변환 효율을 최대 11.4%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 ‘페로브스카이트’



염료감응 태양전지(Dye-sensitized solar cell, DSSC)는 저가형 박막 태양전지 중 하나이다. DSSC 태양전지는 금속산화물 표면에 특수한 염료(dye) 분자를 흡착해 전기를 생산한다. 최근 태양전지 이슈에 자주 등장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쓰이는 소재의 이름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두 개의 양이온과 하나의 음이온이 결합한 특이한 규칙적 입체 구조를 갖는 광물질이다. 또한 광학적,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다른 소재들에 비해 효율이 높다. 400도 이하의 저온에서 공정을 통해 양질의 박막을 생산할 수 있어 제작원가도 20% 이상 낮출 수 있다.


우선 요오드화납 등을 열처리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합성한다. 합성을 마친 페로브스카이트를 전도성 박막이 형성된 기판에 코팅한다. 그 위에 톨루엔(Toluene)액체를 한 번 더 균일하게 코팅한 뒤 약 100도에서 열처리하면 박막을 얻을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간단한 용액 공정에 기반해서 만들지만 특성은 무기 태양전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페로브스카이트 국내 연구 동향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국내가 선점하고 있다. 2012년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 연구팀은 9.7% 고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서장원 책임연구원팀은 25.2%까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은 2010년대 초반 12%에서 꾸준히 성장해 2020년 말 25.2%까지 향상했다.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등장 이후 최고 효율(23.3%)에 달하기까지 약 40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얼마나 빠르게 실리콘 태양전지의 기록을 추격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다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수분, 열 등에 의해 소재가 변형되는 등 화학적으로 외부 환경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보완하거나 응용하는 방식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광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쌓아 올린 형태의 탠덤 전지(Tandem Cell) 연구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탠덤 전지 구조는 상부의 페로브스카이트는 단파장 빛을 흡수하고, 하부의 실리콘 태양광 셀은 장파장 빛을 흡수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파장을 흡수함으로써 텐덤 전지는 주로 장파장만 흡수하던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은 이론적으로 29%에 그친 데 반해 탠덤 셀은 최대 효율은 4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산업 동향


한국 수출입 은행의 <2020년 2분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도기업과 후발주자간 경쟁력 격차가 커지고 있어, 상위 기업에 수익이 편중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론지솔라, 진코솔라 등 수익 규모 1~5위가 모두 중국회사이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갖춘 이점과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정부 지원을 근간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는 2019년 19%에서 2050년 3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이 46%로 가장 높고 풍력 33%, 수력 14%, 지력 3% 순으로 나타났다. 2041년에는 재생 에너지가 천연가스를 추월해 주요 발전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정권이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실리콘 웨이퍼의 97%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으로서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과의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격보다는 기술력 선점이 시급하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에너지솔루션, 한솔테크닉스, 신성이엔지, 에스에너지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 삼성정밀화학, KCC 등 후발 기업들의 경쟁도 뜨겁다.


그린 뉴딜/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산학연의 협동 기술 R&D 역시 활발히 진행중이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텐덤 셀 연구에서는 한화큐셀이 앞서가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판교에 차세대 태양광 셀 연구센터를 설립해 탠덤 셀의 연구를 시작했다. 향후 3년 간 컨소시엄의 파트너들과 함께 기초소재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기술격차를 확대하고 글로벌 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태양전지의 미래를 현실 언어로 풀이하면 '전기세를 얼마만큼 절감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실리콘을 비롯한 반도체 소재들의 물성에 따라 장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태양광(빛)을 전기로 변환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기술력으로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원자재 가격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태양전지의 상용화 역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가 아닌 현재의 에너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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