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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월 Nov 29. 2021

[공간_나의] 살아'갈' 공간 - 상

계약과 대출

조건들과의 싸움


 누구든 전세건 자가건 살 집을 고를 때에는 정말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고들 있을 겁니다. 중복되는 사항도 있으나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보면 입지, 교통, 주거환경, 출퇴근, 통학, 혐오시설 유무 여부, 로열동 & 로열층, 세대수, 주차대수, 전세가율, 거래 가격, 대출 허들 가격대, 수압, 리모델링 여부 등등 수 없이 많습니다. 모든 것 을 만족시킬 곳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죠.


 저희 부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표를 그려 비교 평가들을 해봤어요. 먼저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등을 통해 먼저 관심 있는 후보지들을 많이 픽해두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실제 부동산을 통해 매물을 볼 때 더 용이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생소한 지역에서 임장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늘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가끔은 지치고 피곤해 스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순위로 가장 관심 있었던 곳은 H아파트였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은 매우 맘에 들었는데, 오르막이 생각보다 가파른 구간이 지속되었고 길 환경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아내 혼자 다닐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아 마음에 남았는데 아내는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집 가까이에 공원이 펼쳐져 있고 집에서 보는 경치가 끝내주는 절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수도 30평대로 넉넉해서 좋았는데 주변에 유통 환경들이 낙후되어서 아쉽고 예산에서도 조금 빠듯한 듯하여 후보로만 생각해두고 있었어요. 다른 후보지는 D 아파트였습니다. 흔히들 대장 아파트라고 하죠, 길 건너편에 신축 대장 아파트를 두고 있어서 주변 환경들이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주변 환경도 가격도 마음에 들어서 부동산을 끼고 매물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들른 집은 행복한 신혼부부와 갓난아기가 이쁘게 살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집도 이쁘고 나무랄대 없었으나 금액 대비 주변 환경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1층에 몇몇 공간을 임대를 주었는데 집으로 생각하기에는 썩 맘에 안 드는 환경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외 또 절경이 펼쳐지는 멋진 뷰를 가진 고층의 아파트들도 몇 군데 봤습니다. 30평대와 20평대는 막상 바로 비교해보니 제법 큰 체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살 때는 정말 몰랐던 것들이었어요.




조건 위에 연


 그렇게 터벅터벅 임장을 돌아다니다 마지막으로 본 곳이 바로 K아파트였습니다. 네이버 지도로 열심히 손품을 팔다가 발견했는데 가격도 예산 안에 들어왔고 평수는 24평형으로 아쉬웠지만 한번 보기라도 하자 싶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해당 아파트 단지는 임장을 돌아다닐 때 아내가 밖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 했던 곳인데, 제가 이런 곳은 예산에서 벗어난다고 칼같이 잘라 말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그 아파트들 다시 보게 되었어요. 운 좋게 친절한 부동산 대표님을 만나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참 상세하게 안내를 받았습니다. 총 3곳을 보여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세 곳을 차분히 둘러보고 돌아왔는데 그중 첫 번째 본 곳이 계속 아른거렸습니다. 특히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계약을 하게 될까 봐 초조해했습니다. 집과 사람도 연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 듯했습니다.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는 듯하고 그랬으니까요. 아내는 가계약을 걸기를 원했는데 저는 일주일 후에 한 번 더 보고 그때 가계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세 곳 중 처음 본 마음에 드는 집을 6일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다시 한번 꼼꼼히 둘러보았는데 여전히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가계약을 하자고 말하는 찰나, 아내가 대뜸 부동산 대표님께 말했습니다. "오늘 계약서 쓰겠습니다."


 저희는 작은 것 하나 구매하기에도 참 많은 조건을 가지고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부동산은 더더욱 더 그 과정이 복잡하고 섬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생에 많은 횟수로 그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이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참 많은 조건으로 따지고 쟀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 수많은 조건들의 바탕 위에 가는 실 같은 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내의 당찬 오늘 계약서 쓰겠습니다 라는 말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결심에 차게 만들었을까요. 그렇게 저희는 그날 저희에게는 큰 계약금을 송금하고 계약을 했습니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의 우여곡절


 저희는 그렇게 5월에 계약을 하고 잔금일은 기존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 11월 1일로 하게 되었습니다. 매도인은 조금 빠른 잔금일을 원했지만 다행히 매도인과도 잘 협의가 되었습니다. 11/1 잔금일 한 달 전쯤 대출 상담을 받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접하는 신문 기사들은 저희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농협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을 중단하면서 5대 시중은행들이 하나둘씩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한다는 기사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농협이니 그러려니 싶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와 상의하여 두 달 전에 미리 상담을 받기 시작하며 서둘렀습니다. 그 사이에 FED도 건드리지 않는 금리를 한국은행은 한차례 건드리며 금리 인상을 선언하였고 심지어 연말 전에 한 차례 더 추진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참 타이밍이 공교롭기도 했고 속이 타들어갔지만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님으로 냉정을 되찾고 좋은 조건의 주담대를 찾아 상담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괜찮은 조건의 은행과 주담대 자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날 저는 계약서를 쓴 날 만큼 속이 후련하고 시원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넋 놓고 있었더라면 대출을 못 받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더 부담스러운 금리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고 보니 저도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던 사람들처럼 뉴스를 보며 누군가를 원망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내놓고 있었습니다. '나도 타인들과 다를 것도 특별할 것 없다.'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계기였습니다.


202112.

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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