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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월 Jan 03. 2022

당신의 월요일은 안녕하신지.


 오랜 휴식은 오히려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탓이었을까. 평소보다 이례적으로 일찍 침대에 들었으나, 수 없이 많이 깼다. 실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한 횟수만큼이나 많은 꿈을 꾸었다. 꿈의 내용들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꿈을 꾼 것인지 생각했던 것인지의 경계선도 모호하다.

 

 꿈에서 엄마가 보인다. 아니 본 것 같다. 새로 장만한 아버지의 검정 차를 타고 공기 좋은 산으로 드라이브를 온 듯하다. 모두들 슬퍼하는 내색은 전혀 없다. 분명 중고차를 구매했다고 했는데, 차는 아주 맵씨가 있고 매끈하다. 육중한 배기음은 누구든 반할만하다. 그렇게 부드럽게 높은 산을 올라 올라간다.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차는 정차한다. 막다른 길이기도 했는데 혹시나 올 다른 차들을 위해 차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주차한다. 온 가족이 차에서 내려 고요한 절로 향한다. 함께 걸어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먼저 자리를 잡는다고 였는지 혼자 빗속을 뚫고 뛰어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오는 비만큼 머리카락이 젖지 않는다. ‘비가 피해 가나’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사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식 양식의 건물에 도착한다. 


 높은 산을 올랐건만 더 높은 곳이 목적지인가 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탈 수 없을 만큼 작다. 나는 길안내해주는 누군가에게 역정을 내고 스스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 가족 모두 몸을 싣고 오른다.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어떤 볼일일 보고 왔는지 모르겠는데 내려온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미정 아주머니 선물을 사러 간다고 한다. 영문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꿈에서 깬다. 


 깨어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공기는 차갑고 바닥은 따뜻하다. 꿈이었다. 누군가가 엄마는 이미 좋은 곳에 가셨다더니 거기서도 은인들에게 은혜를 갚고 계신가 보다. 그래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다. 꿈에서 내가 비 맞지 않은 것도 아마 엄마의 우산이었나 보다. 얼굴을 보지 못했는지, 꿈속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서 침대에서 한참을 엄마 사진을 넘겨본다. 


더 나은 월요일을 위해.

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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