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며 흐르는 시간
아내와 손을 꼭 잡고 집 앞 천을 따라 말없이 걸었다. 속이 많이 닳고 닳아 말을 할 에너지가 없었던 것일까. 아내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테지만 그녀가 걱정할까 깊은 속 마음 하나하나까지는 다 털어내지 못하고 가장 노릇을 빙자했다.
그날은 낙엽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가 없어서 낙엽을 인지 못했다. 눈앞에 떨어지는 노란 잎들을 보고서야 가을이 왔음을 알았다.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허허하며 영감 같은 말을 뱉어냈다.
그래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흐른다. 그 시간은 곱게 흐르지는 않더라. 미세한 흉터와 통증을 주며 간다. 그 사이 내 속은 통증에 단단해지고 익숙해지고 지긋지긋하지만 또 때로는 뼛속까지 아프다.
내 속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간다. 이미 너무나 아프고 앞으로도 수많은 미세한 흉터들이 쌓일 것을 안다. 그래 그러면 부디 우리 몸은 아프지 말자. 내 사랑하는 이들이여.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