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취미2
소소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세번째 블로그. 첫 블로그는 패션에 관한 블로그였다.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보니 당시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거의 없었고 블로그는 아주 훌륭한 소셜미디어 중 한나였다. 그날의 룩 또는 좋아하는 옷에 대해 글을 쓰는 걸로 블로그에 입문했다. 당시 아주 극소수의 교류하던 이웃들을 제외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글과 그에 아주 적당히 비례한 조회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가더니, 협찬들을 받기 시작했다.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물질적으로 금전적으로 재미는 아주 미미하기도 했거니와 나에는 그 협찬 자체가 재미였다. 최대한 정성스럽게 리뷰하려고 노력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분들게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다 언제쯤이었을까 이직할때 쯤이었을까 흐지부지되었는데 어리석게도 비공개로 돌리면 될 것을 초기화 해버렸다. 지금이라고 복기하면 재밌을 것 같은 소중한 자산들인데.
그렇게 이직하면서 14년도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했다. 주로 gourmet3x2 계모임 식구들과 매월 가는 맛집들을 기록하기도하고, 일상들을 올리기도 했다. 두번째 하는 블로그라 확장세는 확실히 빨랐고, 협찬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년이 지나니 조회수나 검색순위가 제법 좋았고 그 인연으로 좋은 블로그친구들도 만났고 지금도 인연을 이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협찬 중에는 금전적인 보상 aka 원고료가 아주 쏠쏠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예 계약을 하고 원고를 받아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 달콤한 유혹이 결국 두번째 블로그를 닫게 했다.
사건은 그러했다. 검색순위가 좋으니 원고료가 건당 3-5만원 정도였고 일별 2-3 건 정도 포스팅하니 하루에 10만원 정도의 추가수당이 들어왔다. 다행히도 차곡차곡 잘 모아야 겠다는 생각에 흥청망청 쓰지는 않았고 거기에다가 애드포스트 수익이 늘기 시작했다. 많은 달은 1-2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애드포스트 수익으로만 꽃히는 달도 있었다. 원고에는 점점 성의가 없고 전달 받은 원고를 올리다보니, 결국 그 블로그는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 버렸고 검색순위가 좋기는 커녕 아예 검색에서 누락되게 되었다. 그 달콤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끝나고 블로그는 더이상 살아 숨실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당황스러움과 좌절도 컸지만 다행히 두번째 블로그는 지우지는 않았다. 일상들과 추억들이 쌓여있어서 가끔 둘러보면 아. 이런일도 있었구나 하고 알게되는데 마치 일기 같아서 좋다.
패션은 이제 그리 재미는 없고 여행이나 맛집과 같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다시 세번째 블로그를 시작했다. 경험 해봤으니 이번에는 욕심 내지 않고 나만의 기록 공간으로 소중하 남기기로 했다. 맛집 블로그씬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검색유입에서 앞서가기 쉽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잘되면 기분은 좋다만) 그렇게 지금 이어가는 세번째 블로그는 무사히 순항하고 있다. 바깥양반과의 월간스시와 노포투어를 기록하면서. 나중에 돌아 복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알기에. '중요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해서 중요한 것이다.'
물론 어떨 때는 의무감에 재미 없이 기록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정말 신이나서 나도 모르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도 있다. 이러나 저러나 어쨋든 나의 삶에 있어서 작지만 소중한 원동력이 되어 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바깥양반(아내)도 많이 응원해주고 많은 첨삭과 지도(?)를 해주며 촬영 코칭과 보조 역할도 성실히 수행해주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혹시 좋아하는 것들이 소중한 것들이 있으면 아무런 형식도 위치도 공간도 방법도 중요하지 않으니 기록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