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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Dec 21. 2023

고해성사

 제 탓이오 ,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잘못과 죄를 고백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어디 중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단지 신앙적인 기준에 의한  도덕적 양심의 성찰을 하서 자기반성을 하며 지은 죄를 '고해소'란 곳에 들어가 독백하며 죄를 고백한다.

어둑한 조명에 서로 누군지 모르는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사제들은 신자들의 그 진심 어린 고백을 들으며  죄의 용서를 저 높은 곳을 향해 함께 청해주신다.


고해소 그리고 고백

죄를 고하는 외로운 독백 시간, 참 서먹하고 떨리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  짧게는 지난 일주일 동안, 길게는 수어달의 나의 행적들을 되새김질해 본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누구에게, 왜 그런 행동과 말을 했었는지, 나의 마음상태는 어떠했는지, 나의 작은 숨소리마저도 죄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그 독백의 대사를  어떻게 읊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고 고해소로 들어간다. 고해소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도 긴장되고 떨리며, 막상 자리에 앉아도 정리했던 말들이 흐트러져 아무렇게나 뱉어지기도 한다. 고백할  죄목이 많을수록 그런가 싶기도 하고, 막상 들어가서도 입이 쉬이 안 떨어지며 가끔 말까지 더듬는다. 이렇게도 인간은 나약한 피조물인 것을.


정리했던 독백의 대사들은  막상 어둑한 고해소 칸막이 앞에 앉게 되면  "누구 미워했어요" " 누구 욕했어요" "남편과 싸웠어요" "주일 미사 빠졌어요" 란 단순한 죄의 항목만 열거하다 나오기도 하지만, 그 떨림의 목소리는 내  고백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보도록 권장받고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 중 하나다.


죄의 고백, 그리고 그 죄용서를 청하는 마음.


유리창 청소를 하면 할수록, 맑고 깨끗해진 유리창 위로 어느새 내려앉게 되는 작은 티끌 먼지 하나가 눈에 더 잘 띄고 , 때론 햇빛에 반사되어 더 잘 보이게 되니 다시 걸레를 들어 닦고 또 닦고 싶어 진다.

오래도록 묵은 각질을  목욕탕에 가서 몸을 불린 뒤 세신사분들에게 내 몸을 온전히 맡겨 시원하게 각질을  제거하는 개운한 마음을 생각해 본다.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마음을 깨끗이 하는 죄의 고백도 이런 유리창 청소와 묵은 각질 제거를 하는 것과 하나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먼지는 다시 쌓일 것이고, 피부 각질 또한 시간이 흐르면 다시 내 몸에 쌓이듯, 나약한 피조물인 인간의 마음의 죄 또한 그런 먼지와 각질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의도하지 않게, 쌓이고 뿌옇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다시 닦아내기를 반복하는 고백의 누적.


따스한 햇빛을 유리창에 잘 투영시키기 위해 닦고 또 닦아내듯, 거칠어진 피부보다 보드라운 피부결 유지하기 위해 목욕을 하러 가듯, 우리 마음의 묵은 때와 먼지도 닦고 닦아 내야 함인 것을, 고해소 문을 열며 숨을 내 골라 본다.


성탄절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보고 나오며

나의 묵은 죄의 용서를 청했다.


목욕탕에 가서  등밀이 모에게 시원하세신 받고 나온 기분이다.


탄절이다.

몸도 마음도 개운하니 더 기쁘지 않은가.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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