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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Nov 04. 2024

또다시 제주, 태양은 가득했다.

또다시 제주, 태양은 가득했다


억새를 보러 가자하더라.

돌고래도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또 갔다.  뭐 까짓것 가면 되지.

잠시 현실은 뒤로한 채, 1박 2일, 또다시 제주.


태풍으로 강풍과 호주의보가 실시간 뜨던 지난주, 그래도 우린 멈출 수 없었다.

태풍이 그저 지나가길, 비가 잠잠해지길, 그저 비행기만 떠 다오 바라고 있었다.

비 오면 어때, 실내에서 놀면 되는 것이고

바람 불면 어때, 스카프 동여매고 놀면 될 것을.

우리에겐 여행의 이유와 목적은 다양했고, 놀거리는 충분했으며, 먹거리는 풍족했고 자연은 그 자체로 풍요롭고 아름다웠다.


마침 비님이 물러가고 계셨고

도착한 제주의 하늘은 흐리고 약간의 보슬비만을 뿌렸다.

이 정도는 귀엽게 봐줄 만한 가을비였다.

그저 집을 떠났고, 주방에 쌓인 설거지거리와 쌓여가는 빨랫감과 식구들 밥 걱정은 뒤로 했고, 각종 회사일과 나를 붙들어 매었던 현실의 사사한 일들을 모두 반대의 바다 너머로 던져버린 채 떠나왔으니

뭐든, 어디서든, 무엇을 하 안 즐거우랴.


비 개인 제주의 가을 하늘은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색감을 자랑했고,

지나가는 흐린 비구름은 뽀송한 흰빛으로 바뀌어 몽글몽글해지고 있었다.

억새의 소리는 새소리 같았고 사이사이 흔들렸던 바람의 빛은 간질거렸다.

해질 즈음 찾아간 평대리의 한 해변에서 만난 돌고래 가족은

우리 여행에 소소한 행운과 추억을 더해줬으며

그로 인한 감사의 눈물과 함께 할 수 있음을 더 사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서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같이 집을 향해 가는 태양이 앞서 보였다.

태양은 가득했다. 

우리의 꽉 찬 1박 2일의 시간만큼 그 태양은 가득 크고 가득 차 있었다.


즐거웠어. 고마웠고. 제주의 돌고래들아, 억새들아. 또 보자.

돌고래를 만났던, 행원해변 (코난해변)
제주의 억새 (산굼부리)
그냥 막 찍어도 예뻤던 하늘
태양은 가득했다.우리의 꽉찬 시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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