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선 11월은 위령 성월이다. 세상을 떠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특별히 기도 하는 기간이다.
죽은 이들의 영혼을 생각하며 죽음을 묵상해 본다.
최근 지인 언니의 친한 동생이, 내 또래인데, 갑작스러운 암으로 토끼 같은 아이들을 뒤로한 채 이 세상을 먼저 떠났다고 한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지만 내 또래 젊은 나이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더 보지 못하고 갔음에 나 또한 코끝이 시큰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언니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우리의 이런 모습 남편이나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가족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
친구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다르겠지
온전히 나 자신을 아는 건 나뿐이니
매 순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나의 모습은 다르게 기억되고 저장되겠지.
문득 나의 일기장을 한번 들여다본다.
끄적끄적. 자잘하게도 많이 적어놨다.
여기저기 한 줄 두줄이라도 적어놓은 게 참 많다.
각종 SNS 에도 , 나만 보는 '비밀글' 메모장에도, 나의 잔잔한 일상의 순간과 감정들을 기록해 놨다.
한꺼번에 모아놓는다면, 책으로 묶어도 12권은 되지 않을까.
어쩜 이 모든 기록들이 온전한 나의 모습이 아닐까.
기록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본다면 어쩜 각각의 기억들이 모아져 온전한 나로 기억될까.
나도 언젠가 이 세상을 뒤로하게 된다면
나의 일기장이 나의 유산이 되겠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으로,
그들을 기쁘게 했던 사람으로, 그들의 꽃처럼 기억되고 싶다.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필리 4,1)
그들에게 기쁨이며 화관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나의 유산 한 줄을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