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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주는 힘

by 라라

우린 언제부터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어릴 때 흔히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던 별명으로 시작해서

언제부터인지 일상생활에서 초밀착하여 곁에 머무르는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 다양한 SNS플랫폼 등에서

우린 실명이 아닌 닉네임, 활동명, 혹은 필명, 작가명 등의 제2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다.

본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이름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이름으로, 혹은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 이름으로,

때론 아무 의미 없는 글자 조합으로, 정말 단순하면서도 특이한 이름으로 제2의 자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린, 아니 나는 어떤 모습으로 더 많이 살아갈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익명엔 힘이 실린다.

배트맨의 가면처럼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작은 끄적거림에도 힘이 있고 자신감이 붙는다.

그런데 실명으로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나갈 때는 조금의

용기가 더 필요한 듯하다.


올해 초 스토리보드를 쓰기 시작해서 여름내 작업했던 나의 그림들이 엮어져 세상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

날것의 내 이름으로 세상에 발을 디디려 하고 있다.


힘 있게 시작하여 으로 나아갔지만 이미 쏟아져 버린 물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로 나와버린 걸 보니, 만족스럽다기보다 떨리고 부끄러움과 아쉬움만 클 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떻게 보일까.

필명이나 작가명 뒤에 숨은 내 모습이 아닌 나 그 자체로 세상에 나와 보일 때 나는 물음표를 더 많이 받을까 느낌표를 더 많이 받을까.


꼭 누구의 평가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네가?" 란 물음표 보다 "너구나!" 란 느낌표를 많이 받고 싶다.


나의 이름에 붙어 다닐 결과물의 꼬리표엔 느낌표가 더 붙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지난 몇 달 힘들게 노력했던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라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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