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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May 15. 2022

가끔은 엉엉 울어야 해

눈물은 좌절이 아니라 양분이다.


 우울증 약을 먹지 않으면 이유 없이 울음이 터지는 날들이 있다. 혹은 작은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며 눈물샘이 쉽게 자극되기도 하고. 눈가가 촉촉해질 때면 세상 누구보다도 서러워 하지만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하면 출처도 알 수 없는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난다. 가끔은 눈물 없이는 풀리지 않는 매듭들이 있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인데, 최근 3개월 간 울고 싶어도 울음이 나지 않았다. 마음속 어느 한 톱니바퀴가 고장 난 느낌이랄까. 우울증이란 놈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쉽게 우울감을 선사하므로 답답하고 막막한 느낌이 거세게 밀려온다. 울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눈물이 쉽게 나오지 않아 답답함은 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실수로 약을 타 오지 못해 어지럼증을 겪었다. 어지러움은 둘째치고 감정 통제에 어려움을 겪어 힘든 날들이었다. 그때 비로소 혼자 있는 방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3개월을 참아와서인지 그때 흘린 눈물로 세수를 할 정도였다.


겨우 울음이 그치고 메인 목이 풀릴 때쯤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내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날들에 왜 답답함을 느꼈는지 알 수 있던 찰나였다. 가끔은 울음이 필요하구나. 눈물은 꼭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꽃에 물 주듯 나의 감정을 성장시켜주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는 것.


아, 우리는 가끔은 울어야 하겠다. 너무도 쉽게 지치지 않으려면. 너무도 쉽게 주저앉지 않으려면.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비참함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가끔 이유 없이 마음이 힘든 날에 눈물이란 권장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내일도, 모레도, 힘들 때면 나는 눈물을 쥐어짜련다. 그다음에 다가올 시련과 좌절 속에서 헤쳐 나가려면 당장의 우울감을 덜어내야 하니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눈물을 가둬놓는 것은 스스로에게 심적인 고문 행위일 수 있다. 우울감을 차곡차곡 쌓지만 말고 가끔은 충분한 슬픔으로써 그들을 배출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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