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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웬디스 레드 Apr 27. 2022

슬기로운 생리생활: 직장인 편

자연인이자 직장인으로서의 나

 생리자신이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사회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그 누구에게라도 찾아온다. 피할 수 없는  행사인 이 자연의 부름은, 야속하게도 심신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그 기간 동안 가끔은 민망하고 난처한 상황을 만어내고는 한다. 특히 때때로 직장인 여성들을 괴롭히도 하는데, 예를 들면 길어진 회의 시간에 몰래 총총 가방이나 파우치를 들고 사라지면 어쩌다 이 상황에 무지한 누군가가 버럭 화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때는 스몰백 트렌드에 반하는 거대하고 뚱뚱한 파우치를 들고 다니는 데다, 새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덧댄 패드완전 무장 속바지 때문에 깔끔한 오피스룩을 추구하는 패션 욕망이 강제로 좌절되기도 한다.



“김대리,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나?”


 그렇지만 이 대자연의 날 어쨌든 월마다 꼬박꼬박 찾아기에, 직장인으로서 이 기간을 좀 더 잘 헤쳐나가는 묘수를 터득하는 게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생리는 안 그래도 크고 작은 고난이 가득한 직장인의 삶에, 조금 더 미묘한 역경을 보태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는 동료들과 공존의 지혜를 나누며, 보다 슬기롭게 이 기간 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직장생활 동안 지지고 볶으며 자연인으로서의 신체를 다독이며 살아온 이로서, 먼저 작은 꿀팁들을 공유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방법으로는 크게 아래의 3가지 방법이 있었다.


(1) 사무실 개인 자리에 생리용 비상 키트를 만들어둔다

 넉넉하고 수납력이 좋은 파우치를 구비하고 그 안에 대형 패드나 탐폰 등을 넣어서 미리미리 사무실 서랍나 책상 위에 쟁여둔다. 사무실에 응급 생리 키트가 상비되어 있는 것은 정말 편리하다. 특히 생리가 갑자기 시작된 경우, 사무실에서 여러 여자 선후배들에게 생리대 동냥을 하지 않아도 되고, 혹시나 그 짧은 구걸 시간 동안 갑자기 생리가  걱정에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패드 탐폰 등이 있는 기본형 키트를 구성하면 충분하고, 좀 여유가 있다면 물티슈갈아입을 팬티를 넣어둔 디럭스 버전 키트로 만들어도 좋다. 또한, 항상 자리에 응급 키트가 있다면 매달 하루 이틀씩 바뀌는 생리일을 일일이 체크하며 파우치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일석이조이다.


(2) 회의가 길어지면 잠시 나갔다 온다

 생리기간에도 직장인들의 회의는 계속된다. 혹시나 회의가 길어져서 생리대를 갈 타이밍을 놓칠 것 같다면, 이때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즉, 불안해하면서 초조해하다가 교체 적기를 놓치는 거보다 그 사이에 얼른 나갔다 오는 것이 정신건강 및 속옷 생존에 몇 배는 유리하다. 가족 친지로부터 긴급한 전화 온 척을 하거나, 급성 장염찾아온 척하거나, 아니면 그냥 당당하게 생리 파우치를 들고 나가도 좋다. 오히려 시간을 놓쳐 회의실 의자에 피가 묻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일단 다녀올 수 있다면 이유는 무엇이든 좋으니 말이다. 회의시간에 장기간 앉아 있었다면 특히 갑자기 생리혈이 흐르면서 순간적으로 패드의 흡수량을 초과할 수도 있으니, 중간중간 조심하며 화장실로 달려가도록 하자.


(3) 탐폰을 사용해보자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탐폰을 쓰면 그 구조상 패드형보다 확실히 새는 것이 덜하다. 학창 시절 때 워터파크에 가면서 탐폰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 제품의 위력을 이미 체감해보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탐폰에 거부감이 크지 않고, 혈이 자주 새는 것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이 제품은 정말 좋은 대안이다. 또한, 탐폰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패드보다 면적이 작아서 붓뚜껑 속에 목화씨를 숨겼던 문익점 선생님 마냥, 업무 수첩이나 주머니 속에 몰래 살짝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는 것이다. 만약 파우치를 들고 회의에 가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탐폰을 살짝 숨겨보는 방법을 강력히 추천한다. 추가로 부장님의 급한 호출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패드의 쩍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 꽤나 장점이 많은 편이다.


 어차피 생리는 피할 수 없는 것. 한 달에 한번 꼭 찾아오는 손님이자, 때때로 아직 생식능력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그 나름의 좋은 지표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 기간에 너무 짜증을 내거피곤해하지 말고, 좀 더 안하고 지혜롭게 이 기간을 내보도록 하자. 특히 남초 직장에서 생리 파우치 자체를 보이는 것을 무언가 부끄럽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본인도 그랬었었고,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으니 이에 백 프로 공감이 가는 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또 굳이 생리하는 거 좀 티나도 어떠한가라는 생각도 다. 그저 생리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는 노력으로 참았다가 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 아니기 때문이다. 러니까 죄지은 것이 아니니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노력해보자. 강하게 인으로서의 자아와 자연인으로서의 자아 좋은 합을 맞춰나갈 수 있도, 슬기로운 쎄쎄쎄를 해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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