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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ug 31. 2022

대만살기_별 다를 일 없는 별 다름 : 우울증

별 다를 일 없는 별 다름 : 우울증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5


永吉涼麵 (용길냉면), 家樂福千層蛋糕 (까르푸 크레이프케이크), 拌拌飯(동묘비빔밥)








아무래도 가벼운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입맛도 별로 없고 의욕 자체가 너무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불면증이 아닐까

할 일이 별로 없기에 10시부터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한다. 

11시쯤 모든 불을 다 끄고 잠들기 위해 별 발악을 다한다. 

그러고 누워있다보면 1시간. 

살짝 눈을 떠서 정신상태를 확인한다. 

말똥말똥하다. 

다시 유튜브에서 잠 잘오는 음악 같은 것을 틀어놓고 온 몸에 힘을 빼며 자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또 한시간. 

다시 눈을 떠서 잠이 들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한다. 

눈물이 막 흐른다. 

포기하고 냅다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해가 뜬다. 

해가떠서 잘 수 있다면 그냥 밤낮 바뀐 생활이 되겠지만, 

해가 뜨면 재택근무를 해야한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로 시계만 쳐다보며 일이 끝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또 잠이 오지 않는다. 

살이 쭉쭉 빠지고 다크서클이 얼굴 전체를 덮었다. 


永吉涼麵 용길냉면

No. 154, Yucheng St, Nanga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5







생전 처음 겪어보는 심한 불면증과 우울감에 두려워서 그랬는지

아직 나는 정상이야! 를 외치며 운동이며 밥을 더 열심히 먹으려고 했다. 



재택근무에 지장이 가게 하지도 않았고 

누가보면 아주 제 할일 열심히 하는 젊은이였다. 



별 다를 일 없어보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나중에 다시 진짜 심한 우울증이 오고 깨달았던 건, 

이 때의 우울증은 사실 견딜만 한 정도였다는 것. 

우울감을 없애고자 노력할 수 있는 단계였다는 것이다. 





아무튼 점심을 챙겨먹고자 집근처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운영하는 동네맛집을 찾았다. 

나름 재택근무할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왜냐하면 평소라면 평일 오전에 사먹을수있을리 없으니까! 




永吉涼麵 용길냉면 이라는 곳인데,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진짜 맛있다. 

참깨소스향이랑 마늘향이 짙게 베어있어서 한국인 입맛에 딱이다. 




그리고 냉면은 상하기 쉬운데, 여기는 장사도 잘돼서 회전율이 빨라서 그런지

먹고 탈난 적도 없다. 

굳이 찾아와서 먹을 정도의 맛인 것 같다!! 




 家樂福千層蛋糕 

No. 316號, Section 3, Nangang Rd, Nanga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5






기분 좋아지려고 사먹은 까르푸 크레이프케이크. 

당황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85도씨보다 1000배 낫다. 

너무 맛있어서 사진도 두방이나 찍었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했더니

괜찮다고 해줬다. 

자기가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나를 당분간 가장 우선순위에 둘테니, 밥 뭐먹었는지 뭐하는지 심심할때마다 말걸어도 된다고 말이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그리고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추천해줬는데 이게 또 눈물버튼..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오열오열을 해버렸다. 

우울증에 걸려도 괜찮으니 씩씩하게 버티다 돌아오라고 말해주는 친구의 말에 눈물콧물 쏙 빼버렸다. 



고작 코로나로 밖에 못돌아다닌다고 고작 이런거에 우울증에 걸려버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뭐하는 애인가 싶었는데 "괜찮아, 너는 밝은 애니까 힘들 수 있어." "잘 버티다 씩씩하게 돌아오면 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행복했다. 





 





행복해지려면 탄수화물을 먹으라기에,

열심히 먹고 있는 탄수화물들. 

중국에 살았을 때는 중국맛에 익숙해져서 신라면을 먹어도 밍밍했는데

대만에서는 한국라면이 제일 맛있다. 

대만 라면도 맛있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라면이 더 땡겨서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늘 한국라면만 집어온다. 

오늘은 라면으로 행복을 얻은 날. 





拌拌飯 동묘비빔밥


우울하다고 언니랑 말을 거의 안한지도 이삼일이 된 것 같다. 언니는 다리가 아프니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고 나는 방에 콕 박혀서 울고있고

진짜 집이 내내 우중충했다. 

언니가 갑자기 열이나고 몸이 안좋아져서 급하게 집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언니는 파상풍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절대 아니라고 안심하라고 해서 약만 받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택시를 타니 기사아저씨가 우리를 진짜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냐하면 거리가 차로 3분도 안되었기 때문에... 

뭐하는 애들이지? 여기가 맞다고? 하면서 내려줬다. 


미니언니가 같이 동행해주고 통역해줘서 고맙다며 저녁을 사줬다. 

우버이츠로 비빔밥을 시켰다. 

동묘비빔밥이라는 곳인데 엄청 깔끔하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작은 작은, 작은 기분 좋아질 순간들을 더 많이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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