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의 역사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뉴모노울트라마이크로스코픽실리코볼케이노코니오시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시인의 '꽃' 중에서
성함(姓銜), 존함(尊銜), 함자(銜字)
이름을 높여부를 때 쓰는 말 중에 재갈 함(銜)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갈은 말의 입에 물리어 말을 다루기 위한 막대, 또는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의 입에 물리는 물건을 의미합니다. 이름을 높여 부르기 위해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재갈'을 사용했다는 게 흥미롭죠?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게 했어요. 이름이란 귀하고 공경해야 할 것이니 함부로 부르다가 실수할까 봐 그런 거죠. 그래서 이름보다는 태명, 아명, 호, 자, 별명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자'나 '맹자'도 진짜 이름은 따로 있어요. 공자의 원래 이름은 '공구', 맹자는 '맹가'이지만 스승이란 의미의 부자(夫子)의 줄임말인 자(子)를 사용하는 거예요.
※ 회의자(會意字) : 뜻과 뜻끼리 합쳐서 만든 글자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쉴 휴(休)는 사람人 이 나무木에 기대서 쉬는 것을 의미하는 회의자입니다.
이와 달리 이미 있는 글자 A의 뜻 + 글자 B의 소리를 합쳐 만든 형성자(形聲字)도 있어요. 형성자의 예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水)와 양이라는 소리를 가진 글자(羊)를 합쳐 새롭게 만들어진 큰 바다(양, 洋)가 있어요. 오늘날의 대부분의 한자는 형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익명(匿名(숨을(익), anonymous)은 반대로 나를 숨기는 것이고,
제명(除名(덜(제), expulsion)은 어떤 구성원의 명단에서 나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명타자 ((指名打者, Designated Hitter, DH)
지명타자의 뜻은 지명된 타자, 즉 특정한 사람이라고 정해진 타자를 말합니다. 원래 야구에서는 9명의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는 것이 원칙이었어요. 그러니 투수들도 공격 시에 타격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화끈한 타격전을 원하는 관중들이 좋아하지 않고, 투수들의 부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1973년, 투수를 대신할 타자가 경기를 뛰는 지명타자 제도가 신설되었어요. 그래서 사전에 '지명'된 타자를 투수 대신 타석에 들어갈 타자로 한다는 의미로 지명타자라고 부르는 거예요.
아직도 이 제도는 찬반 의견이 갈리기도 해요. 하지만 메이저리그(Major League Baseball, MLB)의 아메리칸 리그(American League, AL)나 우리나라의 한국야구위원회(Korea Baseball Organization, KBO)에서는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는 여전히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정통을 유지하고 있어요.
※ 명예(名譽(기릴(예)), honor) : 기릴 정도의 이름
명성(名聲(소리(성), Fame) :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름,
부귀공명 (富貴功名) : 부귀와 공명을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부귀는 재물이 많고 높은 지위를 의미하고, 공명은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친다는 말이에요.
※ 누명(陋名(더러울(누)) : (잘못 알려진 사실로) 더럽혀진 이름이란 말로써, 사실이 아닌 일로 억울하게 뒤집어쓴 불명예나 평판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누명이란 단어 자체에 누명을 쓴 사람이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오명 : (실제로 잘못하여) 더럽혀진 이름이란 말입니다. 누명과 달리 오명은 확실하게 어떤 잘못을 저질러 이름이나 명예를 더럽힌 것을 말합니다.
입신양명 (立身揚名)
사실 입신양명이라는 사자성어는 없는 말입니다. 동아시아의 가장 근본 정치 개념인 효(孝)를 바탕으로 하는 효경(孝經)에 나오는 글의 일부를 합친 조어이지요. 원글의 내용은 유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효경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 사람의 신체와 머리카락과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불감훼상 효지시야 : 이것을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입신행도 양명이 후세 :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서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이현부모 효지종아 : 부모님을 드러내드리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
여기에서 [입신양명 : 몸을 바로 세우고, 이름을 날리다] 사자성어가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