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가 나무에서 내려와야만 했던 이유.
우리는 진화론을 통해 유인원과 인류의 공동 조상(사헬란트로푸스(Sahelanthropus))으로부터 갈라졌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원숭이나 영장류들은 대부분 나무 위나 나무 근처에서 여전히 살고 있잖아요? 왜 우리 인류만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는 나무로 돌아가지 않는 걸까요?
영장류는 약 6,000만년전부터 비교적 무덥고 습도가 높은 현재의 아프리카 중심부에서 살았어요. 이 지역은 오늘날 초원지대로 변했지만, 1천5백만 년 전에는 숲으로 가득 찬 밀림이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높은 나무들 사이로 유인원들은 열매나 과일을 섭취하면서 살아갔습니다.
오늘날의 지구 환경과 비슷하게 비교적 높은 온도의 기후를 간빙기라고 합니다. 간빙기에 굉장히 번성했던 열대우림은 이후 수백만 년 동안 계속된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줄어들게 되었어요. 높은 나무들이 가득 찬 넓은 지역이 점점 초원지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별로 없는 대초원을 사바나(Savanna)라고 합니다.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온도가 내려가는 빙하기 시대가 와서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 초원지대로 바뀌게 되면서 당연히 열매나 과일도 줄어들었겠지요. 유인원들도 나무 위에서의 안전한 삶을 계속 고집하기에는 생존 경쟁이 너무 치열했을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떠나 땅 위에서 살아가는 도전을 선택한 특별한 유인원이 오늘날의 인류의 조상이 된 겁니다. 이 최초의 인류를 우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라고 부릅니다.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붉은색을 보는 눈은 땅에서 살게 된 원시 인류에게도 매우 중요한 특징이었습니다. 인류의 조상들이 나무 위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과일을 따 먹기도 했지만, 때론 다른 동물과 싸워야 했거든요. 이때 몸에 묻은 피를 보고 다쳤는지, 얼굴의 혈색을 보고 건강이 나쁜지를 아는 것이 생존에 무척이나 중요했어요.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 '(아주 추운 날) 따뜻한 죽을 먹었더니 혈색이 도네', '몸이 상해서 얼굴이 누렇게 떴다'처럼 얼굴의 색과 관련된 말이 많은 이유지요.
초원 지대는 매우 넓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동해야 할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나무를 잘 타는 것이 전혀 도움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똑바로 서서 두 다리로 걷는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했겠죠.
이족보행을 하는 돌연변이가 두각을 나타내게 된 이유는 오랫동안 이동하는 데는 4발보다 2발이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2 손과 2 발 모두 사용해서 기어가듯 걸어보면 직립보행이 이동할 때 얼마나 편한지 금방 알게 되실 거예요. 실제로 4발보다 2발의 에너지 소모가 25%밖에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게다가 숲이 줄어드니 열매도 더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밖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열매는 누군가가 벌써 따 먹었겠죠. 그러니 두 발로 서서 두 손으로 숲을 뒤지는 게 더 생존에 유리했을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손 기술이 더 좋아졌겠지요.
빙하기의 환경은 인류의 조상 격인 유인원을 나무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이러한 환경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걷거나 이동하는 데 그렇게 필요 없는 손을 이용해 돌로 무기나 도구를 만들기도 했지요. 물론 처음부터 도구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멸종한 이후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대에 와서야 돌을 던지거나, 다른 돌로 쳐서 '뗀' 석기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우리는 구석기시대라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