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말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2022년 11월 챗GPT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AI가 세상을 바꿀 날이 머지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쏟아져 나왔고 AI가 언제 인간을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써 보니 아직 부족한 점이 많더라며 아직 사람들을 대체하려면 멀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생성형 AI의 불완전함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다. 2023년에 나도 일을 하던 중 챗GPT에게 데이터 분석을 시켜보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유료로 구독하고 있던 챗GPT만 믿고 덜컥 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미리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질문 몇 개를 던져보기는 했다. 처음에 괜찮은 답을 주는 듯 하기에 챗GPT만 믿고 있다가 막상 시켜보니 엉터리로 분석을 해 주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챗 GPT4는 '게으름'이 핵심 문제로 지목된 모델로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점점 답이 짧고 간결하며 당연한 답만 주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었다.
실제로 당시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글 'Can someone please explain why everyone is saying GPT-4 is “lazy”?'을 보면 챗GPT 4가 요청한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하여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결국 모든 일을 내가 하고 있더라는 내용이 있었고, 심지어 간단한 차트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엑셀을 켜고 직접 작성하라는 답을 듣기도 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다.
당시 비슷한 경험을 하며 '이럴 거면 내가 하고 말지'하는 생각으로 결국 데이터를 직접 뜯어보며 인사이트를 정리해 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종종 AI를 써 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여러 툴을 써 봐도 아직 각자의 부분에서 불완전함이 있어서 '내가 하고 말지'하는 생각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렇게 매일 아침 AI 관련 뉴스레터를 읽고, 단톡방에서 새로운 AI 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AI 관련 책을 읽으면서도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AI 툴을 등한시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AI가 나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정작 바빠서, 혹은 불편해서 AI 툴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것이. 우리는 모르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AI에 대해 공포심을 해소하는 법은 친구가 되는 길 밖에 없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배워서 활용해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 첫 단계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것으로, '내가 하고 말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에서 시작했다.
사용하려는 툴의 한계를 알되(물론 이제 막 쏟아져나오는 AI 툴이다보니 우리가 사용하며 한계를 알아가게 된다는 점이 힘든 점이긴 하다.) 그렇다면 그 툴이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고민하면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