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기
부르사에서 아침 8시 반에 출발하는 페리를 예약했다.
불안한 마음에 숙소 사장님에게 부탁했다.
숙소에서 6시 반이 안 되어서 나왔는데 한 시간이면 된다던 버스 정보가 중간에 한 시간 반으로 늘어났다.
초조한 시간이 흘러 8시 넘어 간신히 선착장에 도착했다.
부르사에서 여유가 생긴 마음이 다시 바짝 긴장상태로 돌아갔다.
이스탄불 숙소 사장은 여권 원본을 요구했다.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서에서 받은 분실 신고서라도 꺼내 사정을 얘기해야 하나 하는 찰나 그냥 체크인을 해주었다.
숙소비 계산을 하려고 트레블 체크카드를 줬는데 결제오류가 났다.
미처 충전액을 확인하지 못해 잔액이 부족했다.
바로 충전하고 결제를 하는데 또 오류가 났다.
충전하고 결제하는데 시간차가 났다.
트레블체크카드를 처음 써보는 거라 익숙지 않았다.
근처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나갔는데 자꾸 도와주겠다는 남자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돈을 뽑고 주머니에 넣고 손을 넣은 상태로 숙소까지 와야 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계산하는데 또 오류가 났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는 괜찮았던 걸로 보아 가계의
카드리더기에 따라 결제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결국 어느 정도의 현금이 필요했다.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최대치의 터키 돈을 뽑아 다시 달러로 환전해 300달러의 비상금을 만들었다.
좀 더 뽑으려고 하니 이번에는 현금이 뽑히지 않았다.
기계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가는 곳마다 시도해서 나중에 현금을 더 찾을 수 있었다.
어쩐지 이번 여행의 테마는 생존 여행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트레블 체크카드가 안 먹히는 경우, 현금을 찾을 수 없는 경우, 하나밖에 없는 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핸드폰을 분실했을 경우 등등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이번 나의 여행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몰도바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넘어가 동행들을 만나 파미르고원을 넘고 다시 터키로 돌아와 일주일쯤 터키에 머물다 돌아오는 일정이다.
처음 여행계획을 세웠을 때 분명 내 정신이 아니었던 게 틀림없다.
아무튼간에 동행 한 명이 남편을 만나 신용카드와 비상금과 기타 필요한 물건을 넣은 가방을 나에게 전달해 줄 예정이었다.
어쨌든 그때까지 살아남아야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여권은 월요일 오전에 찾을 수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월요일 밤에는 불가리아 소피아에 가 있어야 했다.
날은 미친 듯이 덥고 사람들은 매일 새롭게 늘어나고 식당과 카페와 가게들은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노는 사람들로 북새통인데 그 와중에 소매치기와 좀도둑들이 어슬렁거린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스릴 넘치는 여행이 있을까 싶다.
그 와중에도 갈라타 타워는 비현실적으로 동화적이고 아시아 지구와 유럽지구를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은 푸르기만 하고 둥근 모스크의 지붕 위로 떠 오른 초승달은 어쩜 그리 맞춤인지.
이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웃고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카페에 주인처럼 늘어져있는 고양이들과 눈맞춤하는 일도 즐겁다.
어찌 되었든 여행은 즐기는 자의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