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우여곡절 끝에 동행들을 만나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다. 모두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비슈케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시로 넘어왔다.
파미르로 가는 첫 출발지이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저녁에 먹을 수박과 드냐 등을 사서 6명의 동행이 두 대의 차에 나눠 탔다.
오늘의 목적지 사리타쉬까지 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한 시간쯤 달려 2845미터 고지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밖의 전망을 보고 잠깐 쉬어갈 목적이었다.
오시 시내에 있을 때만 해도 더웠는데 밖의 날씨는 초겨울 찬바람이 불었다.
모두 서둘러 가져온 옷을 껴입었다.
구름 낀 하늘은 무거웠고 바람은 찼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그때 기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두 대의 차 중 한 대가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기사들끼리 전화를 하고 차를 살펴본 후 출발한 오시에서 다른 차를 부르기로 했다.
졸지에 우리는 추위에 떨며 다른 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마침 멈춰 선 곳에 휴게소가 있었다.
차 한 주전자를 나눠 마시며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오시에서 출발한 차가 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동행 일부는 먼저 숙소로 가고 나와 인솔자 한 명이 길에서 오는 차를 만나 차를 바꿔 탄 후 숙소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긴 차를 타고 오던 길을 다시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눈 좋은 인솔자가 맞은편에서 오던 바꿔 탈 차의 번호를 알아봤다.
어둠 속에서 운이 좋았다.
오시 시내에 교통체증으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단다.
도로에서 차를 바꿔 타고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숙소에 도착할 시간에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여행 첫날에 가방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나는 파미르 여행 시작하는 첫날 차량의 결함이 발견된 것은 진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파미르 길 위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 난감함은 생각하기도 싫다.
늦은 밤 사리타쉬로 가는 길은 온통 어둠이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풍경을 보지 못한 것이 유일하게 아쉬웠다.
밤늦게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무사히 동행들을 만나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다정하고 따듯해서 잠깐 사이에도 오고 가는 마음과 주고받은 정이 산처럼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