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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크매거진 Sep 07. 2020

브릭웰 Brickwell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SoA

에디터. 김윤선  사진. 신경섭  자료. 건축사사무소 SoA 



“길을 걷는데, 잔잔한 물소리가 들려와요.

새들이 날아와 옆에서 지저귀고, 그렇게 걷다 보면 만나는 어느 수상한 비밀의 숲.
거기엔 커다란 우물이 있어요. 목도 축이고, 하늘도 볼 수 있는···.
이제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우물 정원을 만드는 거예요.” 


ⓒKyungsub Shin


한양을 품은 서울

대지는 경복궁 서측 담장으로부터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통의동 35번지 일대는 창의궁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은 동양척식 주식회사, 동아일보를 거쳐 현 건축주에 소유권이 이관되었다. 35번지가 30여 개의 소규모 필지로 분화되는 동안 통의동 일대는 필지 일부를 사도로 하는 좁은 골목이 형성되었고, 한 켜만 안으로 들어가도 도심의 번잡스러움에서 완벽히 차단되는 중대형 필지의 주택들로 채워졌다. 조선 한양과 현대 서울의 도시 조직이 포개져 있어, 대로와 소로가 연속된 서울 역사 도심 특유의 다층적 스케일을 간직하고 있다. 


ⓒKyungsub Shin
위치도 ⓒSoA
ⓒKyungsub Shin


백송白松을 기억하는 아트리움

대지 서쪽에 있는 백송터는 1991년 나무가 죽기 전까지 우리나라 백송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한 백송이 있던 자리이다. 지금은 백송의 그루터기와 새로 심어진 백송 몇 그루가 과거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백송터는 좁은 골목을 걷는 중에 뜻밖의 만남과 쉼의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서촌 일대 보행 경험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브릭웰은 20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도시 조직의 역사성을 함께 지켜온 골목 끝 작은 쉼터의 공간성을 대지 내부로 흡수, 확장한다. 백송터와 연결해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원 위로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중정을 두고, 그 외 나머지 공간은 허용하는 용적의 최대치만큼 층별 면적으로 구성했다.

 

ⓒKyungsub Shin
ⓒKyungsub Shin
단면도 ⓒSoA


상승하는 정원

1층을 필로티로 띄워 만든 서쪽 정원은 백송터와 하나 된 정원으로 확장되며 동시에 상부 아트리움으로 상승한다. 정원은 동쪽의 골목과도 연속되며 깊이 있는 숲의 감각을 갖는다. 지름 10.5m의 아트리움은 2~4층에서 반은 외부 테라스에, 반은 실내 공간에 접한다. 이로써 내부와 외부를 둥글게 회전하는 동선이 만들어지고, 동선을 따라 층마다 다른 정원의 감각이 생겨난다. 


ⓒKyungsub Shin
배치도 ⓒSoA


안으로 들어온 인왕산

각 층은 평평한 노출콘크리트 천장과 바닥으로 정의된다. 천장에 설비와 관련한 배관이 지나지 않도록 별도의 냉난방 설비 공간을 마련해 보 없이 평평한 슬라브의 구조 형상이 그대로 공간에 드러나고 이로 인해 중정의 오프닝은 더욱 강조된다. 약 75평 규모의 정방형 평면 어디서나 중정이 면한다. 층을 관통하는 오프닝은 건물 외부 경관을 차경하는데, 특히 3층은 멀리 인왕산의 산세가 중정을 거쳐 실내로 들어온다. 


ⓒKyungsub Shin
ⓒKyungsub Shin
ⓒKyungsub Shin


벽돌의 가능성

재료는 구조재로서 노출 콘크리트와 사비석, 벽돌 총 세 가지로 구성했다. 벽돌은 전통적인 모르타르 시공을 포함해 건식으로 꿰거나, 타일로 압착하는 등 시공 방식의 변주를 통해 내외부의 소통방식을 정의한다. 특히 4층은 지구단위계획상 박공지붕 형태로 높은 층고를 가질 수 있는 조건으로, 글래스하우스 안쪽에 건식으로 꿴 벽돌로 천장을 마감함으로써 빛의 다채로운 변화를 공간 내부로 끌어들인다. 


ⓒKyungsub Shin
ⓒKyungsub Shin
ⓒKyungsub Shin


즐거운 건축

백송터 옆에 건축을 구상하는 과정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자면 ‘즐거움’이었다. 백송을 아끼고 가꾸던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할 때, 그 마음을 짐작하며 터를 고른 사람을 생각할 때 즐거웠다. 골목 한구석에 애처롭게 남아 있는 그루터기를 새롭게 발견하고자 하는 생각과 만나는 것 역시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백송터로 열린 길과 정원, 하늘로 열린 아트리움에 도시의 계절이 담기고, 골목에도 즐거운 감각이 스며들길 기대한다. 


ⓒKyungsub Shin
ⓒKyungsub Shin
ⓒKyungsub Shin



브릭웰 BRICKWELL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5-17
브릭웰은 현재 ‘그라운드시소’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브리크 brique> 웹 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보기  :  http://asq.kr/4RXsWt8WA2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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