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은 종종 넷플릭스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 정작 나는 영어나 불어를 연습하느라 한국어로 제작된 것을 잘 보지 않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나도 영어나 불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머리도 식힐 겸 한국 드라마를 '영어 자막'과 함께 본다. 워낙 외국어로 집중하며 듣는 일상 속에 살다 보니 영어 스트립트를 띄우고 봐도 한국어로 들으면 뇌가 쉬는 느낌이 든다.
2021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보게 된 '응답하라 1994', 나정을 짝사랑하는 칠봉, 그리고 쓰레기가 첫사랑인 나정을 보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감정 이입이 되었다. 외국에서 처음으로 간호사일을 구하는 것은 마치 첫사랑인데 짝사랑인 서투른 두 사랑을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일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 있기 때문에 내가 지원하는 병원의 장점만 보인다. 단점을 모르기도 할뿐더러 단점마저 장점으로 보이는 게 딱 '짝사랑' 같다. 병원에서 인터뷰 연락이라도 오면 마치 그 상대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기쁘고 설렜다가, 인터뷰에서 실패하면 그 상대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한 것 마냥 마음이 엄청 아프다. 또한 '다른 이보다 내가 모자란 것이 뭘까?'라고 자책을 많이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솔직히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캐나다에서 가장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인맥(레퍼런스)'을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추천해 줄 나름 힘이 있는 인맥을 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객관적인 조건이 좋다고만 해서 좋은 인맥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까지는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그 인맥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예를 들어, 내가 다닌 재교육 학교에서는 모국에서 임상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필리핀 친구가 실습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그 선생님이 일하는 병동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불어는 초보 단계였다. 물론 그 선생님 또한 필리핀 분이었다. 내가 인맥을 어느 정도까지는 '운'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첫사랑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서투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 첫사랑이 짝사랑이기까지 하다면 가슴 아플 일이 참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랑이 의미 있는 이유는 조금씩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은 아닐까?
외국에서 간호사 일을 처음으로 구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그러니 그때의 나처럼 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고 남과 비교하지 말았으면 한다. 때로는 나의 실수로, 때로는 운이 따라 주지 않아서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늘 다시 오고,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첫 직장에서 일하며 힘든 상황들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자신을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감정 조절만 잘하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은 구할 수 있다. 그리고 한 번만 캐나다에서 일을 구하면 두 번째는 캐나다 어느 곳에서도 간호사 일을 구하기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일을 구하는 데 필요한 요령을 말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 이렇게 구구절절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